50% 안팎의 결과가 나온 한나라당 상황실에서는 일제히 박수가 터졌다. 예상했던 승리인 탓에 환호가 크진 않았다. 이 후보의 절반 수준에 그친 대통합민주신당 당사에서는 침묵만 흘렀다.
출구조사만 보면 선거비용 전액 환수 기준인 15%에 채 못 미친 이회창 후보 캠프도 신당만큼은 아니지만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예견된 승리에 '차분한' 환호
상황실을 지키던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은 출구조사 화면이 뜨자마자 "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밝게 웃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강재섭 대표는 김덕룡 의원을 향해 "앞자리가 5자와 4자는 다르네. 큰 차이죠"라며 과반 득표를 기대했다.
하지만 10년 만의 정권탈환인 데다, 과반을 넘을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압승이었지만 크게 들뜬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선행보를 시작한 이후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이명박 후보인 만큼 예견된 승리였고, 또 대선 이후 정국을 달굴 '이명박 특검'이라는 혹까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신 취재열기는 뜨거웠다. 미리 비표를 받지 못해 상황실에 들어가지 못한 국내외 취재진들과 출입구를 지키던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친 고성이 오갈 정도였다.
이날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내내 여유로웠다. 정오를 넘겨 우연히 기자와 마주친 홍준표 의원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열두 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과반을 넘었다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내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이날 오후 9시 당사를 찾아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지지자 축하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당, 침통 그 자체
25% 안팎으로 이명박 후보의 반토막 결과가 나온 대통합민주신당은 침통 그 자체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막상 눈 앞에 닥쳐온 현실을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
김근태, 이해찬, 정대철, 추미애 등 선대위원장들은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이낙연 대변인 등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들의 곁을 둘러싸고 지키던 일부 당직자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억울하다'는 말도 들렸다.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자의 손을 부여잡고 "지켜봅시다"라고만 말했고 정세균 의원은 "끝까지 보고 이야기하자"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은 10여 분이 지나자 뿔뿔이 흩어졌다. 정대철 총괄선대위원장이 방송사 인터뷰를 이유로 먼저 일어서자 나머지 선대위원장과 의원들도 자리를 떴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후 기자실에서 마이크를 잡았으나 선거결과에 대한 논평 없이 "방송 스케치를 위해 한 10분간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봤고 저녁을 먹은 뒤 투표 결과가 나오는 8시 다시 모이도록 하겠다"는 간단한 공지만을 했다.
한편 시내 모처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오후 9시 당사로 돌아와 간단한 소감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대평 "예측보다 적게 나왔다"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 분위기는 담담함과 침통함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각 방송사 화면에 일제히 13% 안팎, 3위라는 결과가 나오자 상황실에는 일순 침묵이 흘렀다. 내심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선거비용 전액 환급 기준인 15%에도 못 미치는 결과였기 때문.
이 후보 대신 상황실을 지킨 심대평 선대위원장, 김혁규 전 지사,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의 표정은 굳었다.
심 선대위원장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결과가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예측보다는 적게 나왔다"면서 "아직 개표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심이 천심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앞으로 깨끗하고 능력있는 국정 세력을 모아 이 나라에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후보는 오후 5시쯤 선거사무소를 방문키로 했지만 일정을 바꿔 오후 7시 반쯤 개표상황실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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