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괴 용병' 채용으로 논란을 빚은 충남 아산의 자동차에어컨 제조업체 갑을오토텍에서 이들 '용병'에 의한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혈 사태가 커지자 경찰은 뒤늦게 수사본부를 설치해 관련자 조사에 나섰다.
18일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회사가 지난해 신규채용한 직원들로 구성된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최근 두 달새 벌써 세 번째 폭력 사태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원 26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지회가 부분파업 등 정당한 쟁의 활동을 벌이고 있던 와중 기업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시비를 걸며 지회가 게시한 선전물을 훼손했고, 오후 3시께 공업용 대형 선풍기 등 각종 집기를 휘두르며 지회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업용 선풍기에 머리를 가격 당한 한 지회 조합원은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다른 한 조합원은 눈 주변 뼈가 함몰돼 시력 상실이 우려되는 상태다.
경찰은 전날 지회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재까지 폭행에 가담한 현행범 체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날까지 부분 파업을 이어오던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전면 파업에 돌입해 공장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현행범 체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두 노조 사이에 발생한 폭력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30일엔 아침 출근 선전전을 위해 공장을 찾은 금속노조원들을 기업노조가 막아서면서 폭행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5일엔 기업노조 소속 직원들이 칼과 갈고리 등을 동원해 지회의 선전물을 철거했고, 이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일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갈고리 등에 찔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직 특전사, 경찰 뽑아 '노조 파괴' 지시…'신종 노조 파괴' 논란
갑을오토텍은 '신종 노조 파괴 의혹'이 제기된 사업장으로, 회사가 이른바 '노조 파괴 용병'을 신입사원으로 무더기 채용해 민주노총 계열의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면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기도 했다.
금속노조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지난 4월 공개한 녹취록 등의 자료에 따르면, 갑을오토텍은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60명을 뽑았고, 채용 전 이들을 모아 복수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라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 이들은 석 달 뒤인 지난 3월 기업별 노조인 갑을오토텍 노조를 만들었고, 이후 기존 노조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채용된 신입사원의 대다수는 40~50대로, 60명 가운데 20명이 특전사 출신, 13명이 전직 경찰 출신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기존 직원보다 더 높은 임금을 회사로부터 제시받았으며, 처음부터 기업노조 가입을 채용 조건으로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갑을오토텍 사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채용한 것"이라며 '용병 고용'을 부인했지만, 지난 5월 노동부 천안지청은 근로감독 결과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이력서를 허위로 기재해 입사한 신입사원의 채용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부의 이 같은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기업노조 설립 후 최근 석 달간 양 노조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지난달 8일 사측과 노조 파괴 '용병'들을 각각 부당노동행위와 폭행죄로 고소했다.
지회는 18일 천안지법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 경찰과 검찰은 이런 폭력사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현행범을 체포하지도, 범법자들을 구속하지도 않고 수수방관 해왔다"며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충남지방경찰청은 이날 수사본부(본부장 박명춘 충남경찰청 제2부장)을 설치해 관련자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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