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노동 시장 개혁 추진 방안' 브리핑에서 "내년 60세 정년 연장을 앞두고 청년 고용 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지침을 마련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노동 시장 개혁 추진 방안에는 △청·장년 상생 고용 △원·하청 상생 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 촉진 △노동 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 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가 담겼다.
정부는 이중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임금 피크제와 관련해 우선 56개 공공 기관에 도입된 임금 피크제를 전 공공 기관(316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금 피크제와 함께 성과 연봉제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조선, 금융, 제약, 자동차, 도소매 등 6개 업종에 임금 피크제를 집중 지원하고 30대 대기업과 중점 관리 대상 사업장(551개소)을 중심으로 임금 피크제 적용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이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 채용을 확대한 경우, 임금 피크제 대상자와 청년 취업자 '한 쌍'에 대해 연간 1080만 원(대기업과 공공기관은 540만 원)을 2년 동안 지원하는 '상생 고용 지원 제도' 역시 마련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원청 기업이 하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경우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우선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상생 협력 기금을 출연할 경우 출연금의 7%를 세액 공제해주고, 원청이 하청 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복지 향상에 기여할 경우에도 출연금의 법인세 손비를 인정하고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 규칙 변경, 결국 강행하나…양대 노총 총파업 예고
정부는 이런 내용의 노동 시장 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임금 피크제 도입의 구체적인 일정은 못 박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 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 규칙 변경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선 노사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이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단은 노동계와의 타협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임금 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동자의 동의없이도 기업이 취업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취업 규칙 변경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위한 공청회 역시 양대 노총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이기권 장관은 노동계 반발을 의식한 듯 "정부가 취업 규칙 지침을 내놓으면 사측에서 마음대로 임금 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임금 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 규칙 변경은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업 규칙 지침은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입법 취지와 대법원 판례 등을 살펴 사회적 합리성 요건에 맞게 마련할 것"이라며 "노사가 충분히 협의하지 않으면 사회적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국내 사업장의 90%가 노동조합이 없는 만큼, 사측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취업 규칙을 노동자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노조의 파업으로 이어진 서울대학교병원의 취업 규칙 변경 사례처럼,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 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대 노총은 이날 정부의 발표에 재차 총파업을 예고하며 반발했다. 2차 총파업 계획을 밝힌 민주노총은 일단 오는 27일 노동 시장 구조 개악을 막기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오는 30일까지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7월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취업 규칙 변경은 정부가 법 취지를 반영해 혼란을 없애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고, 앞으로 노사정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가 총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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