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도 임금 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취업 규칙 지침을 발표하기 위해 공청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노동부는 28일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임금 피크제를 사용자의 판단만으로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지침을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공청회 '임금 체계 개편과 취업 규칙 변경'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거세게 반대하는 양대노총 조합원 500여 명이 현장에서 막아서면서 공청회는 결국 파행됐다. 개회사를 위해 참석한 이기권 노동부 장관 역시 양대 노총 조합원들의 저지로 공청회장에 입장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노동계 반발 '취업 규칙 가이드라인', 무슨 내용이길래?
노동부가 전날 미리 공개한 발제문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를 보면, 정년 60세 시행에 따른 임금 피크제를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판단하면서도 노동자의 동의없이 이를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자의 동의가 없을 경우 변경된 취업 규칙은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의 동의가 없이도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이 그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취업 규칙 변경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임금 피크제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노동부는 발제문에서 "고령자고용촉진법의 입법 취지와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력 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임금 피크제 도입 등 임금 체계를 개편할 고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며 "사용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 통념성 합리성' 여부에 따라 취업 규칙의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취업 규칙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청회에서 공식 발표한 뒤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규모 희망 퇴직 등으로 현행 정년(58세)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 피크제까지 도입하면 결국 노동자들만 임금 삭감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통해 "노사정위원회를 앞세운 야합 시도가 무산되자 공청회라는 요식 행위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한국노총 역시 "공청회를 빙자해 정부 및 사용자가 자행하는 일체의 노동 조건 후퇴 행위에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공청회 불참은 물론 원천적으로 이를 봉쇄해 무산시키겠다는 양대 노총의 예고대로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임금 피크제를 포함한 노동 시장 구조 개편을 강핼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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