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내 문제 정치이슈화 싫다" 편지 공개

"국민들께 사과…검찰·이명박에 대한 사과 아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메이커인 김경준 전 BBK 대표가 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더 이상 내 문제가 정치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발표해 또 다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BBK 사건의 정치화를 마다 않고 이명박 후보 및 검찰과 정면 대치해 온 김 씨의 미묘한 태도 변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김경준 "검찰과 오해 있었을 수도…"

▲ 김경준 씨 모친이 공개한 편지. 검찰과 각을 세워 온 김 씨는 돌연 "검찰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신중하고 싶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김 씨의 모친 김영애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김 씨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영문으로 작성된 이 편지에서 김 씨는 "제 문제로 큰 소동(such a turmoil) 을 일으킨 데 대해 한국 국민께 사죄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면서 "저와 연관된 이슈가 계속 정치적인 문제가 되기를 원치 않으며 개인 문제(my own matter)로 다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검찰과 있었을 수도 있는 오해(miscommunication) 등이 지속되는 것을 피하고 더 이상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앞으로 좀 더 신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영애 씨에 따르면 김 씨는 편지를 이날 오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애 씨는 편지 공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나 야당 등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해 귀국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며 기획 입국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영애 씨는 이어 '검사들의 협박이나 회유가 없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경준 씨가 여전히 BBK는 이명박 후보 것이라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도 "그건 세상이 다 아는 건데 뭘…"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씨는 특히 '미안하다는 의미가 검찰이나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냐'는 질문에 "노(NO)"라고 잘랐다. 그는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한나라당 "진실을 안 것" vs 신당 "검찰의 최후발악이다"

한편 김 씨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 씨가 그동안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왔다는 진실을 알고 이제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김 씨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측 변호사들의 선임계도 전부 되돌렸다고 한다"고 편지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까지 전하면서 "저희가 보기에 (신당과 이회창 후보측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김 씨가 이제는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김 씨의 편지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섰다. 최재천 대변인은 "오늘 아침에도 클린선대위와 김경준씨 측과 통화를 했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김 씨가 단지 문제가 정치적으로 비화되는데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이 지극히 교묘하고 악질적으로 공작하고 있다고 본다"고 맹비난 했다.

김 씨의 신당 측 변호인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도 "선임계를 철회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오늘 보석 문제 때문에 접견하러 갔더니 검찰에 불려갔더라. 아마도 십중팔구 검찰의 협박 때문에 그랬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검찰의 마지막 발악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인도적 차원에서 김경준을 계속 도와주려 그랬는데 자기가 선임계를 철회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도 무섭고 이 후보가 당선될 것 같으니 자기 방어용으로 편지를 쓴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