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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주목받는 '홍준표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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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메르스 사태, 주목받는 '홍준표 방지법'

'메르스 끼워 팔기 법', '원격 진료법' 논란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 "공공 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공공 의료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공 병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감염병 관리가 '돈이 안 되는 사업'인 탓이다. 일례로 바이러스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기압을 낮춘 '음압 병상'은 고작 몇 개 병실을 운영하는 데 전기료만 수천만 원이 든다. 정부 지원이 없이는 운영이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 재난에 준하는 국면에서는 힘을 발휘하는 게 공공 의료 시스템이다. 특히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는 상황에서 공공 의료 시스템은 빛을 발할 수 있다. 요컨대 문제는 재정이고, 시스템이다.

"공공 병원 '착한 적자법'은 여전히 계류 중"

2013년 진주의료원이 폐업된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1월 '착한 적자 법', '홍준표 방지 법'(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정부가 '공공 병원 지원 기금'을 만들도록 규정했다. 세금과 복권 수익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공공 병원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데 쓰도록 했다. 또 공공 보건의료 정책을 심의할 때는 정부와 지자체가 '조정'을 거치도록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인 전례를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위원회 검토 보고서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이 법안에 대해 "안정적인 재원 조달이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거꾸로 얘기할 경우, 재원만 확보하면, 공공 의료 시스템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원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공공 보건의료법'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병원의 '착한 적자'를 지원할 수 있고, 착한 적자가 공공 병원 평가에 불리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규정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을 당시 보건의료노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공공 병원에 '방만 경영 정상화'?"


일부 법은 통과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정부가 공공 병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법안의 내용은 잘 지키지 않고, 오히려 공공 병원 '성과 쥐어짜기'에 나선 탓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립대병원 등 공공 병원에 '방만 경영 정상화 실적'을 요구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박근혜 정부가 '방만 경영 정상화'를 빌미로 불법적인 취업규칙 변경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지난 4월 23일부터 20일간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지난해 9월 '공공 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공공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실적이 부실한 공공 기관을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방안에 따르면, 당기 순손실이 5년 이상 계속되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영업 수입이 현저히 감소한 경우 퇴출 대상이 된다. 여기에는 국립대 병원 6곳이 포함된다.

이에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은 지난해 10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 기관에 대해 당기 순이익이라는 수익성 지표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기관의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보건 의료 등 타 분야의 정책 결정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 국회의 공공 정책 법안의 운명은 이처럼 힘을 발하지 못한 채 사그라지기 일쑤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몇 개로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일들은 다반사다. 청와대와 같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경제 관료들에 의해 장악된 것도, 공공 정책을 펴는 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 의료 정책에 소홀한 결과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재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경제 라인에 의해 꽉 잡힌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조기 진압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것이 윗선에서 먹히지 않은 것은, 결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경제 논리에 앞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한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했다면 수천 명이 넘는 '관리 대상자'에 허덕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공공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공공 병원이 메르스와 같은 '반영리적' 질병 관리에 취약한 민간 병원에 선도적인 모델이 됐을 수도 있다. 덧붙여 '돈 되는' 의료 시설이 아닌, '있어야 할' 의료 시설에 투자가 돼 왔다면, 음압 병상 부족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메르스 법'과 '메르스 끼워 팔기 법'까지

해결책은 분명하다. 공공 의료 기관이 재정 적자로 문을 닫지 않도록 하는 것을 넘어, 공공 의료 시스템 확충에 과감히 재정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서 정부를 이끌어가야 한다. 공공 의료 시스템은 '전시'가 아니라 '평시'에도 활용할 부분이 많다는 점도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는 메르스 관련 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난 3일 감염병 격리 조치자의 생활을 보고하고, 의료기관에 피해를 보상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감염병 환자와 의심자들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도 감염병 확진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고, 확진자에게 긴급 생계를 지원하며 의료기관에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법'을 제출했다. 같은 당 김명연 의원도 감염병 신고 대상자를 명확히 규정해 신고를 누락하지 않도록 하는 '감염병 예방법'을 발의했다.

여야는 이들 메르스 관련 법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처럼 산발적인 법안들을 정리하고 통합해, 공공 의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큰 틀의 입법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옥석은 가려야 한다. 메르스 정국을 틈타 '끼워 팔기' 법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부가 지난해 발의한 일명 '원격 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원격 진료는 감염병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의료 영리화 꼼수"라는 빈축을 산 바 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메르스 핑계로 의료 영리화 꼼수", "원격진료? 헬기 부를 때 눈치나 주지 말지")


야당과 시민단체는 '원격 진료'법이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의료 영리화' 법이라고 비판해왔다. 원격 진료가 병원 영리 자회사나 부대사업 정책과 만난다면, 병원의 영리 추구 현상이 더 심해질 우려도 있다. 공공 의료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과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상충된다.


이날 '공공 의료 시스템 강화'를 외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역시 순수한 의도에 의한 '소신 발언'은 아닌 것 같다. 이 의원은 의료 취약지에서 장기간 근무할 공공 보건 의료 인력을 별도로 양성해 감염병 등 특수 상황에 대비하도록 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 유치를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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