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입방정일지 모르겠지만 '이명박 시대'의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협소하게 보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재편이 호사가들에겐 관심일 터. <정치와 사람들>도 인터뷰의 각도를 조금 바꿔봤다. '반성'과 '성찰'보다 '전망'에 초점을 뒀다. 추상 수준도 낮췄다. 소위 '정치공학'을 좀 더 많이 고려했다.
'전망'을 한다는 게 근거 없는 상상도를 그리는 건 아니다. 몇 달, 혹은 몇 년 후의 정치현실을 규정하는 요소들은 이미 주어져 있다. 요는 그것들이 어떻게 조합되느냐는 것. 전망은 주어진 변수의 배열을 바꿔가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퍼즐과 같다.
이번 인터뷰 손님인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의 정치평론에도 비슷한 특징이 있다. 그의 글에는 새로운 '팩트'가 없다. 그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보를 재료로 글을 쓴다. 미디어 평론에서 잔뼈가 굵은 탓일 게다. 그는 또 '시나리오'를 많이 그린다. 주어진 정보를 기초로 이런 저런 상황을 가정해가며 적중률 높은 경우의 수를 짚는다.
김종배라는 이름이 생소한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몇 년째 매일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조간 브리핑'을 하는 저음의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거쳐 얼마 전까지 <오마이뉴스>에 샤프한 정치평론을 연재했던 사람이 김종배다.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를 운영하는 부지런한 블로거이기도 하다.
"反盧 정서 탓에 백약이 무효"
프레시안 : 대선까지 일주일 남았다. 변수가 있나?
김종배 : 없다고 본다. 후보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끝났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김종배 : 거의 없다. 문국현 후보가 시민사회 원로들의 단일화 압력에 버틸 수 있느냐가 변수다. (문 후보의) 지금까지 태도로 보면 그냥 갈 것 같다.
프레시안 : 문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인 이유가 뭘까?
김종배 : 창조한국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창조한국당은 범여권이 아니다. 범여권에 발을 걸친 적이 없다. 그러나 범여권과 지지층이 겹친다. 이 때문에 나중에 문국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분열주의자라는…. 그게 문국현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단일화에 응하면 때가 묻게 된다. 딜레마다. 이건 선택의 문제인데,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프레시안 :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는 문 후보 개인의 의지일까, 그를 둘러싼 세력의 의지일까?
김종배 : 둘 다다. 문 후보는 자신의 가치를 독자적으로 판단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는 지금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인지도 낮아서라고 말한다. 자신의 비전이나 가치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노출도가 떨어져서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다는 거다. 앞으로 총선까지 넉 달이라는 기간이 있으니 거기서 심판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말할 것도 없다.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실험을 해보려는 욕구가 있다.
프레시안 : 정-문 단일화의 가능성도 없고 설혹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인가?
김종배 : 판세를 바꿀 정도의 위력은 없을 거다.
프레시안 : 이대로라면 헌정 사상 최초의 정권탈환이 될 것 같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나?
김종배 :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병의 원인은 간단하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다. 유권자 가운데 가장 개혁적인 층이 수도권 30, 40대다. 지금 이명박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이 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했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그런 이들이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이명박이 좋아서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싫어서인가. 후자다. 반노정서가 골수에 맺혀있다는 거다.
"정동영 盧비판은 총선용"
프레시안 : 올 상반기 때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러나 막상 대선 국면에 접어들자 노 대통령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왜 그런가?
김종배 : 노 대통령은 상반기에 대선에 대해 크게 전망을 두지 않는 듯한 발언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북한산에서 기자들에게 '정권재창출은 내 책임이 아니다'고 했다. 또 '설령 대선에서 지더라도' 같은 표현을 썼다. 이 때 이미 대선의 판세를 읽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기가 뛰어든다고 해서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대선과는 거리를 두고 조용한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간 것 같다.
프레시안 : 참평포럼이 출범되면서 친노세력의 독자세력화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도 주춤했다.
김종배 : 반노정서와 연결된다. 한 때 영남을 기반으로 한 노무현당 이야기가 나왔다. 노무현 가치를 천명하면서 독자세력화를 한다는 거였다. 참평포럼을 전위조직으로 한다는 구도였다. 그런데 노무현의 가치라는 게 대중적으로 설파되고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건가. 여기서 막힌 거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대선 국면에서 친노세력이 분화됐다는 거다. 대열이 무너졌다. 친노세력에 대한 대중적 평가가 내려진 거다.
프레시안 : 정동영 후보가 검찰의 BBK 수사 발표와 관련해 청와대를 비판했다. 캠프 내부적으로는 '이명박-노무현 연대설'도 제기됐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노 연대설'에 개연성이 있다고 보나?
김종배 : 없다고 본다. 정동영이 청와대를 건 건 대선용이 아니다. BBK 문제는 더 이상 대선용이 될 수 없다. 대선 이후를 본 거다. 총선 프레임을 어떻게 짤 거냐는 문제다. 한국에서 총선은 정권심판 기능을 가졌다. 그런데 내년 총선은 그렇지 않다. 새 정부를 밀어줄 거냐, 견제할 거냐의 구도로 치러질 거다. 만약 이명박이 당선되는 경우 총선에서 범여권이 견제론을 끌어내려면 이명박을 걸고 가야 한다. 범여권의 BBK 공세는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거다.
프레시안 : 지난 5.31 지방선거 이후 지금까지 대선 레이스의 주요 고비가 있었다면?
김종배 :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그걸 감지한 게 김근태 당시 의장이었다. 김 의장이 그 때 들고 나온 게 뉴딜이었다. 대선 화두는 먹고 사는 거고, 반노 정서의 기본 역시 먹고 사는 문제에 있다는 걸 나름대로 읽은 거다. 그러나 뉴딜은 정체성이 모호했다.
그 다음은 한미FTA다. 한미FTA 국면에서 열린우리당이 취한 태도는 대단히 어정쩡했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진보개혁 진영은 반대했지만 찬성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았다. 이 가운데서 헤맸다. 정책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 두 가지가 주요한 고비가 아니었나 싶다.
정치적인 면에서 본다면 커다란 고비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정동영 체제가 퇴장하고 김근태 체제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당내 주류는 정동영계였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 게 뭔가.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에게 색깔론을 편 거다. 김 의장은 뭔가를 감지하고 정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는데 거기에 차단막을 친 게 정동영계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대표로 하는 이른바 실용파다. 김근태 의장을 빨갱이 비슷하게 색칠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내부 상황은 이미 정책을 동반한 정치적인 전열 정비가 불가능한 단계에 와 있었다는 거다.
프레시안 : 통합신당은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했다.
김종배 : 지방선거 후 누군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치고 나왔어야 했다. 과거의 경우 그랬다. 정책을 동원해서 정치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했다. 김근태가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뉴딜이나 FTA 같은 게 단선구도가 아니다. 찬성 반대로 대중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성격의 이슈가 아니다.
프레시안 : 통합문제를 고리로 노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제법 있긴 했다.
김종배 : 결과론적인 얘긴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가치를 배제하고 대선 승리를 원했다면 고건이나 정운찬을 흔들어서는 안 됐다. 거꾸로 가치를 중시해서 보면 당내 개혁블록이 치고 나왔어야 했다. 열린우리당을 치고 나오면서 진보블록을 형성해야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세력을 꾸렸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둘 다 못했다.
"이명박, 집권 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범여권의 세력 판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창조한국당은 독자 세력화를 이룰 수 있을 예상하나?
김종배 : 문국현이 '고(GO)'를 선언한다면 체크포인트는 하나다. 통합신당이 그 몸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거냐다. 통합신당에서 떨어져 나오는 세력이 있다면 명분은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지역주의 회귀 반대나 새로운 가치에 입각한 새로운 세력 구축. 다소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전자는 친노 쪽에서 부르짖을 거다. 후자는 문국현에게 붙을 수 있다. 통합신당의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동요가 클 거다.
프레시안 : 퇴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어떤 행보가 예상되나?
김종배 : 총선에 개입하지 않을 것 같다. 총선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왜 그런가.
김종배 : 총선에서 노 대통령이 움직일 공간이 없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판정난 거 아닌가. 그렇다고 호남에서 되겠나. 충청에서 되겠나. 결국 영남인데, 영남은 이명박당과 이회창당의 쟁투가 될 거다. 거기에 노무현당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걸 노 대통령이 모를까?
프레시안 : 친노라는 정치 세력이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소멸되고 있다고 보는 건가?
김종배 : 그렇게 본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가면 부활할 소지가 있다. 노무현의 가치라고 하는 것이 파탄 난 가치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대선 이후 집중 토론이 필요하다. 노무현의 가치는 되살아날 여지가 있다.
노무현 가치의 골격은 3김 정치에 대한 안티테제다. 지역과 1인중심 정체체제, 이 두 가지를 깨려고 했다. 지역주의를 깨려고 전국정당화를 지향했고, 지역균형 개발 사업을 했다. 1인중심 체제를 깨기 위해 당정을 분리했고 상향식 공천 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지향이 과연 틀린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럼 왜 파탄 났나. 방법론상의 문제다. 정치는 혁명이 아닌데 속도위반을 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이 순기능을 압도했다. 지역균형 사업의 부작용은 부동산 문제로 나타났다.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하겠다고 당정을 분리했는데 당정혼선으로 나타났다. 상향식 공천은 공천비리로 나타났다. 이런 역기능이 대단히 부각됐다. 그러면서 파탄난 거다.
노무현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보면 이번 대선은 퇴행이다. 통합신당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놓고 흥정을 했는데 이건 상향식 공천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퇴행이다. 민주세력은 한나라당 집권을 퇴행이라고 한다. 이번 대선은 이런 외재적 의미에서만 퇴행인 게 아니다. 내재적으로도 퇴행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의 가치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몇 가지의 요소가 있다. 조건이 형성되면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한다. 그렇게 보나?
김종배 : 며칠 전 한국일보가 여론조사를 했는데 재미난 항목이 있다. 차기정부의 역점 과제를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58%가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국민들이 경제문제에서 메시아적 존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건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이 성장제일주의의 폐해를 모르고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성장을 뒤로 돌리고 분배를 중시했던 지난 10년의 정책에 대한 반동이다. 사는 게 버거워서 투기 심리 비슷하게 '다시 성장주의로 가면 어떨까' 생각하는 거다. 우선 답답하니 갈아놓고 보자는 거다. 이명박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담보를 건 지지다. 단서를 단 지지다. 그래서 이명박은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선가 평가가 내려지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피차 전면전은 피할 것"
프레시안 : 대선 이후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은 어떨 것 같다. 박근혜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김종배 : 큰 동요는 없을 거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웰빙정당이라는 거다. 초재선 의원들은 여당 시절을 맛보지 못했지만 주류는 여당의 맛을 본 사람들이다. 그들이 여당의 프리미엄을 스스로 박차고 나올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계가 자발적으로 이명박계를 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이명박계가 숙청을 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가 변수다. 이명박계가 숙청을 한다고 해도 무차별적 숙청이 아니라 선택적인 솎아내기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 솎아내진 사람들은 이회창에게 넘어갈 거다. 그런 솎아내기에 범박근혜계가 똘똘 뭉쳐 집단대응을 한다면 당이 쪼개지게 될 테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프레시안 : 피차 전면전은 피할 것이다?
김종배 : 그렇게 본다.
프레시안 : 보수는 이미 갈라졌다. 범여권도 갈라졌다. 민노당도 심상치 않다. 전체적으로 갈라지고 쪼개지는 흐름이다. 어떻게 봐야 하나.
김종배 : 필연이고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민주-반민주 구도는 해체됐다. 그럼 보수대 진보 구도였나? 그것도 아니었다. 어정쩡했다. 과도기적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이념지도가 중요한 지점에 와 있다고 본다. 총선에서 정리가 될 것 같다.
범여권에서 정동영계가 주도하는 통합 흐름과 문국현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가치에 입각한 새로운 세력의 구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세력 분화가 이념과 노선의 분화를 동반하는 것인가? 나는 아직 결론을 못 내리겠다. 이건 말줄임표로 놔두자. 다만 어느 시점에선가 정리될 것이다. 누군가 주도권을 쥘 것이다. 그 때 어떤 이념이 정립될 거냐가 중요하다.
한나라당과 이회창쪽도 마찬가지다. 합리보수 대 수구보수의 싸움이건, 기회주의 대 꼴통보수의 싸움이건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거긴 오히려 범여권에 비해 이념적 분화가 뚜렷하다. 내년 총선을 거치면서 이 4자구도가 어떻게 정리될 거냐는 게 한국 정치의 중장기적 흐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다.
민노당은 별도로 평가돼야 한다. 민노당은 총선에서 참패를 면키 힘들 거라고 본다. 내년 총선은 민노당의 기존 노선에 대한 총정리, 총평가의 과정이 될 거다. 이 배경에는 노동자층의 분화가 있다. 대기업 위주의 민주노총에 얹혀왔던 구도를 깰 수 있을 건가. 그렇다고 비정규직에 기댈 건가. 조직되지 않은 노동층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나. 민노당은 지금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문국현 정치실험 총선에서 결판 날 것"
프레시안 : 총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져서 의석이 다자 분할점유로 나타난다면 여야의 지형과 갈등구조는 어떻게 바뀔까?
김종배 : 큰 정책적 사안을 두고 제한된 틀에서 합종연횡이 이뤄질 거다. 그러나 블록 대 블록이 형성될 것으로는 안 본다. 왜? 전략적 연대로 간다면 작은 정당은 위성정당이 되는 거다. 당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거다. 정치의 작동원리상 그렇게 갈 수가 없는 거다. 튀어야 산다.
그래서 예를 들어, 이명박이 당선된다고 가정하면, 대북문제에서는 이명박과 이회창의 연합이 나타날 거다. 개헌은 어떨까. 이명박이 먼저 개헌을 추진하지는 않을 거다. 다른 당이 연합해서 개헌을 추진하는 구도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한미FTA는 어떨까. 아마 창조한국당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거다.
프레시안 : 내년 총선의 변수가 뭔가.
김종배 : 특별한 변수는 없다. 내년 총선은 새 정권을 견제할 거냐, 밀어줄 거냐의 구도다. 이 구도 외에는 달리 창출될 구도가 없다. BBK는 이미 제기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프레시안 : 대선에서 패할 경우 BBK 문제를 고리로 견제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범여권의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김종배 : 그게 약발이 있을 거다. 문국현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내년 총선에서 오히려 범여권의 사표 방지심리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문국현의 정치실험이 총선에서 파탄날 수 있다. 이 때 관건은 통합신당이 분화돼서 의원들이 얼마나 문국현 당으로 넘어가느냐, 그를 통해 문국현 당이 '우리는 더 이상 군소정당이 아니다, 대체세력이다'는 걸 얼마나 가시적으로 보여주느냐다. 사표방지 심리를 극복하느냐는 건 거기에 달려 있다.
프레시안 : 호남민심도 흥미롭다. 총선에서 범여권 몰아주기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나?
김종배 : 있다고 본다. 사표방지 심리가 호남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정권이 넘어간다면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제1 전략이 뭔가. 견제 구도를 만드는 거다. 그러려면 표를 몰아줘야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배 :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게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검증됐다. 박근혜계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정치적 감각이 있나, 조직 통합 능력이 있나, 입장이 다른 사람을 끌고 가는 포용력이 있나, 검증됐다고 본다. 부족하다.
"문제는 경제"
프레시안 : 이명박이 당선되는 경우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게 될까? 대통령과 의회, 대통령과 권력기관, 대통령과 여당, 세 가지 측면에서 전망한다면?
김종배 : 당정관계에서는 박근혜계가 당권을 틀어쥘 경우 국정과 의정의 분할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의 의정 지배력은 약화될 거다. 권력기관과의 관계는 좋을 거다. 지금 저렇게 도와주고 있지 않나(웃음). 지금 범여권과의 관계는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을 거다. 야당의 최고 목표는 얼마나 빨리 레임덕 상황을 만드느냐는 것이 될 거다.
프레시안 : 이회창은 이명박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했다. 이명박의 지지층이 이명박에게 요구하는 게 뭔가?
김종배 : 실용이겠지. 이념적 선도성이 정책 경직성으로 나타나고 그게 먹고 사는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식이 지배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지지층의 요구에 비춰보면 지난 10년간 이뤄진 제도적 민주화의 성취를 무로 돌리려는 무리한 이념적 시도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종배 :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다. 다만 노동계와 교육계는 타깃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지금 고립되어 있다. 지지층이 이탈했다. 이걸 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건 집권 기간의 성과와도 연결된다. 교육문제, 경제문제다. 이명박 입장에선 전략적 가치가 있는 선택지다. 그를 통해 보수층뿐 아니라 중간층까지 끌어들이려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집권 초반의 주요 정치 이슈는 뭘까.
김종배 : 우선 북미관계다. 이명박이 집권해도 대북문제에는 유연하게 접근할 거라고 본다. 북미관계가 순풍을 탄다면 굳이 제동 걸 이유가 없다. 그 성과를 자기 걸로 만들려고 할 거다. 둘째, 개헌 문제가 조기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범여권에서 먼저 치고 나올 수 있다. 그럴 때 박근혜계의 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셋째 한미FTA 비준 문제다. 넷째 경제문제다. 지금 대외 경제여건이 너무 안 좋다.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정권의 정책 운용 폭이 달라질 거다. 이 문제가 가장 중대한 변수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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