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장석 점거…특검법 육탄방어 돌입

의총 소집해놓고 의장석 진격…성동격서 전법

한나라당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에 돌입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추진하고 있는 BBK 수사검찰 탄핵소추안과 이명박 특검법 상정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심재철 의원 등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장실로 이동해 임채정 의장과 면담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석 점거에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을 청구하고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결국 검찰을 흠집내고 그렇게 해서 대선을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정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정략적으로 검찰을 탄핵하고, 특검을 요구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어 국회에서 법치주의를 지키는 행동에 나선다"며 "온몸을 던져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고 대선을 공정하게 치러 국민주권이 훼손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점거는 성동격서 격인 전술하에서 진행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임채정 의장을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임 의장의 다른 일정으로 면담 시간은 오후 2시로 늦춰졌다.

이후 한나라당은 오후 1시 30분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전술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의원 몇 명이 서성거렸을 뿐 막상 의총장에는 기자들만 모였다.

같은 시간 대통합민주신당도 비슷한 장소에서 의총을 소집해놓고 있었지만 한나라당 '선봉대'는 곧바로 의장석을 점거해 허를 찔렀다.

한나라당이 의장석을 점거 한 뒤인 2시40분 경 신당 측도 민병두 오영식 의원 등 10여 명이 본회의장에 진입했다. 양측은 격한 몸싸움이나 고성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다만 임채정 의장이 본회의 개회에 어떤 입장을 택하느냐에 따라 물리적 충돌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앞서 김효석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원내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은 어떻게든지 본회의를 개회해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밟겠다"며 "오늘은 반드시 개회한다"고 강조해, 본회의장 점거 등 무력저지 방침을 밝힌 한나라당과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대해서는 "국회는 몸을 쓰는 데가 아니다"며 "몸으로 막겠다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신당은 한나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본회의 개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과 함께 특검법과 탄핵소추안의 직권상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신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임채정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특검법 심사기일 지정 및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