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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승계 논란 삼성물산, '독수리 먹잇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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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승계 논란 삼성물산, '독수리 먹잇감'되나

美헤지펀드 "삼성물산 지분 매입…합병 조건 불공정"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암초가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정부를 디폴트(부채 상환 포기) 위기로 내몰았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그것. 재정 위기를 겪는 정부나 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사서 고수익을 내는 '벌처(vulture)' 투자로 유명한 펀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삼성물산 지분 7.12% 매수합병 조건 '불공정'"

이 펀드가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총 매입금액은 약 7065억 원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내건 목적은 '경영 참여'다. 이 펀드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이 발표됐을 때도 나왔던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인데,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부동산과 주식만 해도 29조5058억 원어치다. 이런 회사를 8조6300여억 원으로 평가해 흡수하기로 했다는 것. (☞관련 기사 : 제일모직이 주주들에게 '세금' 경고한 까닭?)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5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따라서 외국 헤지펀드의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취약한 지배구조도 중요 변수다.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지분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삼성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3.8%다. 최대주주인 삼성SDI가 7.18%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삼성화재(4.65%),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37%), 삼성복지재단(0.14%), 삼성문화재단(0.08%) 등의 순이다. 이밖에 삼성물산 자사주 5.8%가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 지분 9.98%(지난달 14일 기준, 1558만8592주)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분을 합치면, 17.1%가 된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한다면,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할지, 설령 반대한다고 해도 외국인과 소액주주가 얼마나 호응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합병 무산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실제로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올랐다.

"경영권 위협으로 차익 실현"제2의 헤르메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실제 목적은 따로 있다고 보는 건 그래서다. '경영 참여'가 아니라 '경영권 위협'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라는 게다. 삼성물산은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원인도 같다. 취약한 지배구조 탓이다.

영국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 2004년 3월 6일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5.0%)를 매입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는 당시 삼성그룹 내 삼성물산 지분이 가장 많았던 삼성생명(4.8%)보다 높은 지분 비율이었다. 헤르메스 측은 삼성물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거론하며 삼성을 압박했다. 같은 해 12월 3일, 이 펀드는 삼성물산 보유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38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주가 조작 혐의가 제기됐지만, 대법원은 헤르메스 측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는 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 총회가 동시에 열린다. 이날 주주 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되면, 삼성물산을 흡수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으로 이름을 바꾼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이 된다. 따라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이 매입한 삼성물산 지분은 삼성 총수 일가에겐 심장을 겨눈 비수나 다름없다. 과거 헤르메스와 마찬가지로, 협박을 통해 이익을 얻으리라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폴 싱어 회장, 해군 함정까지 압류 시도동성애 옹호하는 공화당 돈줄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거물인 폴 싱어가 1977년 설립했다.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한다. 칠순 나이인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은 이른바 '벌처(vulture)'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는 게 전공이다. '벌처(vulture)'란 죽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를 뜻하는데, 영미권에선 '남의 불행을 이용하는 자'라는 비유로도 쓰인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디폴트(부채 상환 포기) 위기로 이끌었는데, 폴 싱어 회장의 장기가 잘 발휘된 경우로 꼽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채무조정에 나섰다. 디폴트 국채를 할인된 새 국채로 바꿔주겠다는 것. 다른 채권자들과 달리, 폴 싱어 회장은 채무조정을 거부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원금과 이자 전액을 받아내는 판결을 끌어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 다시 디폴트 위기에 부딪혔다. 폴 싱어 회장 측은 아르헨티나 정부에 돈을 갚으라고 촉구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 전용기와 해군 함정까지 압류하려 했다. 독수리처럼 집요하게 물어뜯는, 전형적인 '벌처' 투자 유형이다.

폴 싱어 회장은 미국 공화당의 돈줄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해 공화당에 기부한 돈은 1210만 달러(약 133억 원)인데, 이는 월스트리트 기부자 가운데선 최고 액수다. 폴 싱어 회장은 정치, 경제 사안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성애에 대해선 진보적 입장이다. 아들이 동성애자인 까닭이다. 그는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차별금지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에 압력을 넣었고,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공화당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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