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협동조합이 돼서 뭐가 달라졌는데?"
많이 들었다기보단 스스로 자주 묻던 말이다. 조합원 가입 제의를 보고 고민하는 애독자 중 일부는 같은 질문을 떠올렸을 법하다.
2년 전 프레시안이 '문을 닫는다'며 호들갑스레 협동조합 전환을 선언했으니 변화를 기대할 만도 하다. 대안 언론의 미래, 독립 언론의 비전, 언론과 독자가 더 가까워지는 만남의 장. 그 거창함에 동감보다는 냉소가 더 많다. 딱히 슬프지도 않다.
달라질 필요는 없다. 변질되지 않으려고 언론 협동조합이라는 대안을 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기자도 알고 독자도 알고 모두가 아는 사실부터. 2년 전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종료했다. 많은 언론사 트래픽이 급감했고, '언론 중에 천연기념물' 소릴 들었던 프레시안은 당연하게도 직격탄을 맞았다. 무능해서라기보다는 순진해서라고 이해해달라.
제목으로 트래픽을 낚던 뉴스캐스트 낚시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뉴스스탠드'라고 포르노 기사가 판치는 유흥가가 들어섰다. 프레시안은 그 거리 한구석에 좌판 깔고 기웃거리는 뜨내기에게 담배 한 두 갑씩 팔며 근근이 연명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옆집 따라 포르노 기사를 쓰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기까지도 옛말이다. 누가 요새 PC로 뉴스 보나. 모바일로 갔다. 모바일에서 프레시안 기사를 찾아 읽는다는 건 차도 못 들어가는 두메산골에서 수제 된장 만든다는 할머니 찾아가는 것만큼 힘들다. 실시간 이슈, 속보, 단독, 충격, 경악, 카드뉴스 등 동네 마트만 가도 '창렬스러운' 인스턴트 된장이 넘쳐나는데 굳이 사서 고생할까.
그래도 찾아오는 미식가들을 상대로 라면값이나 벌어보자고 된장에 양과자를 좀 끼워팔았다. 광고라는 이름으로. '할머니 진보 아니세요? 그러시면 안 되죠'라고 혼만 난다. 손님들은 된장 맛만 보고 사라지는데 오늘 저녁도 물에 된장 풀어 마셔 때워야 하나.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이 돼서 뭐가 달라졌는데, 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은 여기서 나왔다. 할머니 굶어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뻔뻔해져 보기로. 단골에게 된장 맛만 보고 가지 말고 일손 좀 돕고 가라고 매달린다. 마당 잡초도 뽑고, 장독대도 손보고, 아궁이 거미줄도 걷고 이 참에 쌀 몇 포대 사달라고. 그렇게 2500명이 모였다.
할머니 꿈이 좀 더 커졌다. 마을까지 들어오는 길도 닦고 된장 요리도 좀 팔아보자. 다운타운 대형마트에 납품도 해보자. 인터넷 주문도 받아볼까. 장독대 끌어안고 죽기 전에 소문이라도 나서 비법 전수받겠다는 후계자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1만 명만 돼도 편히 눈 감을 거 같은데.
여기까지 읽으면서 혹시 언론사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징징거림이 지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아마 화자가 더 지겨울 거다. 어쩌겠나. 인스턴트 말고 우리 손주 아토피에 좋은 수제 된장 한평생 만들고 싶다는데. 도와달라고 붙드는 것 말고 다른 재주도 없다. 징징거림 안 듣는 셈 치고 한 번만 속아달라.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게 하겠다.
저 할머니 한 번 더 쓰러지시면 이제 약도 안 듣는다고 한다.
* 6월 1일은 <프레시안>이 언론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날입니다. 조합원, 후원회원으로 동참해주세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좋은 언론'을 만드는 길에 정진하겠습니다. (가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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