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이라크 군 싸울 의지 없어" 발언의 속내는?

미 지상군 투입 불가피 인정했나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가 최근 이라크의 라마디와 시리아의 팔미라를 차례로 손에 넣으며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라크 정부군은 싸울 의지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카터 장관은 24일(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과 인터뷰에서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인 라마디가 IS에 함락된 것과 관련해 이라크 정부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시 라마디의 이라크군은 숫자상으로 IS에 전혀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훨씬 많았지만 IS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며 "분명히 드러난 것은 이라크군이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우리가 그들에게 훈련과 무기를 지원해줄 수 있지만, 전투 의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IS에 맞서 싸우고 자신들을 스스로 방어하겠다는 이라크군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지금처럼 지원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이라크군이 스스로 전투 의지를 갖추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미국 방송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 ⓒCNN 방송 갈무리

카터 장관이 이처럼 이라크 정부군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배경을 두고, 미국의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은 채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 공습과 이라크 정부군 및 시리아 온건 반군을 이용한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카터 장관은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지원의 종류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백악관에) 이야기하겠지만, 이번에 라마디에서 일어난 일은 이라크군의 전투 의지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재차 밝혔다.

카터 장관의 발언을 두고 여전히 미국이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지원 종류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이라는 단서를 단 것 자체가 미국의 작전 변경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IS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미국 내 지상군 투입 여론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 행정부가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게 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전략이 불분명하다면서 지상군 투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백악관은 카터 장관의 인터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라크의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영국 방송 BBC에 "앞으로 수일 안에 라마디를 탈환할 것"이라며 "카터 장관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