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대대적이고 장기적인 공습 작전에도 끄떡 없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유일하게 지역 탈환에 성공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시리아 북부 '로자바'라는 자치지역 3곳 중 가장 작은 '코바니'라는 지역이다. 이곳은 원래 쿠르드인의 땅이지만 IS에 의해 점령됐었다. 하지만 전세계에 흩어져있던 쿠르드인들까지 IS와 투쟁하기 위해 합세하고, 종파와 성, 이념, 국적을 초월해 이들의 투쟁의지를 높이 평가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지원으로 '코바니 탈환'에 성공한 것.
특히 좌파진영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139일에 걸친 이번 투쟁에서 흥미로운 '사회적 실험'도 IS와의 투쟁에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로자바 일대의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민주적 연방제'라는 사회모델을 추구해 왔다. 이 모델은 지역공동체가 권력의 중심으로 정치와 종교의 분리, 성평등 등 다양한 집단 간의 평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체제다.
특히 여성이 모든 의사결정 기관에 최소 40%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군대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독립적인 여성 조직을 두어야 한다는 점, 경제제도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협동적이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델로 삼는 등 '탈자본주의 시대'를 구현한 현실적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체제를 구축하면서 IS를 상대로 한 투쟁은 역시 목숨을 건 '피의 희생'을 요구했다. 넉 달이 넘는 투쟁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은 IS측보다는 적지만 쿠르드인들도 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IS 격퇴를 사회주의 무장정파인 쿠르드방위군(YPG)나 그 정치조직인 쿠르드민주동맹당(PYD)의 힘만으로 이뤄낸 것도 아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의 군사조직 페슈메르가와 정치조직인 쿠르드민주당(KDP)도 있다. 이 세력은 터키 집권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본주의 세력이다.
이와 관련, 중동 전문가 아드난 칸은 지난 3일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IS가 장악하면서 근본적으로 적대적인 두 정치세력이 선명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자신들을 쿠르드족 전체의 부흥을 이끄는 주축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반면, 시리아의 쿠르드족들은 PYD가 이끄는 사회주의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르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도 아니지만, 두 정파 간에 위험한 충돌이 끓어오르고 있다"면서 "코바니의 승리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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