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서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 내지 불기소 처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이 메모 한 장은 검찰 발표 뒤에도 '격동의 BBK 정국'이 전개될 것임을 알린 신호탄이다.
특히 수사의 주체인 검찰마저 공정성 시비 연루가 불가피해진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당 "'이명박 검찰'에 경악"…昌 "후보 사퇴하라"
대통합민주신당은 대대적인 전투모드에 돌입했다. 신당은 이날 '김경준 메모'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마자 긴급 선대위 회의를 소집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이미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리면 특검법 발의하고 결사항전 하겠다"면서 선전포고를 했던 만큼 예정된 수순이다.
이날 성명에서 신당은 "참으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탄했다.
신당은 "벌써부터 권력에 줄서기를 하며 10년 전 정치 검찰로 돌아간 것"이라며 "'이명박 검찰'이라는 치욕을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신당은 "수사과정에서부터 피의자 이명박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은 수사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만들어진 내일의 검찰발표를 인정할 수 없고, 특검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선대위 대변인은 "검찰은 김경준 씨의 이야기처럼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증언을 강요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의 답변을 요구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당은 이날 저녁 전국 각지에서 유세 중인 선대위원장 등을 소집해 선대위원장단-본부장단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이후 검찰청 항의 방문 등의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의 강삼재 전략팀장도 긴급 논평에서 "이명박 후보는 BBK 사건에 자신이 연루된 것을 감추기 위해 검찰에 온갖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이 분명해졌다"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제야 이명박 후보의 위장과 부도덕, 부패, 불의, 비양심적인 행태를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이라면서 "이명박 후보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몰아쳤다.
한나라당 "사기꾼-특정언론-신당의 정치공작 합작품"
반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사기꾼의 농단에 또 춤을 출 것이냐"며 "우리는 이 일이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김경준과 그 배후세력의 공작이라는 강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경준 메모'를 단독 보도한 언론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믿을 수 없는 범죄자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보도한 <시사IN>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검찰수사 결과를 앞두고 잡지사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지면도 아닌 회사 사이트에 서둘러 기사를 내보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이 보도를 한 사람들은 2002년에도 '기양건설 10억 수수' 허위보도로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사IN> 취재진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양건설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시사저널> 출신임을 지적한 것.
이어 박 대변인은 "이 보도가 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공세를 취한 신당의 행동을 주목한다"면서 "사기꾼 김경준과 그의 가족, 대통합민주신당의 합작에 의한 정치공작이 아닌지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얼토당토않은 사기꾼의 거짓말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1년 동안 시달려…내일이면 판명난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인천지역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대한민국 검찰이 어떤 특정세력에 영향을 받아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내일 발표를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년 동안 별별 일을 다 당하면서 시달려왔는데 내일이면 모든 것이 판명난다"며 "검찰에 분명히 요구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법에 의해 사실대로 (발표를) 해 주길 바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온 국민이 BBK가 뭔지는 몰라도 안 들어본 사람이 없다"면서 "통닭집 BBQ의 매상이 올라갔다고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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