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전문 기업 '마인드프리즘'이 폐업 및 전 직원 해고를 예고한 당일인 15일, 내부 구성원 간 막판 의견 조율이 한창이다. 노조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들 역시 '폐업만은 막자'는 데는 일단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사 정상화 위원회 구성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에 대한 심리 치유 사업을 벌여온 마인드프리즘은 지난해 경영 위기를 이유로 직원 8명을 권고사직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 해고 통보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었지만, 이번엔 조합원들과 비조합원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 갈등을 겪으며 수렁에 빠져든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4월 결국 주주총회 직후 전 직원에 대해 해고예고통보서를 배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노조)는 사측과 비조합원을 상대로 '폐업 철회' 및 '상생' 구호를 외치며 지난 6일 농성에 돌입했다.(☞관련 기사 : '해고자 치유' 내건 기업, 막무가내 해고에 폐업까지?)
지부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간 농성 과정에서 비조합원들과 지속적으로 의견 조율을 해왔다고 밝혔다. 마인드프리즘 설립자인 정혜신 전 대표는 노-노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지난 13일 비조합원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비조합원들은 정 전 대표를 통해 '폐업 절차를 중단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김형욱 현 대표 역시 "당장 15일 폐업 신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미선 마인드프리즘지부 사무장은 "(비조합원들이 폐업에 반대한다는 데 대해)다행이긴 하지만, 폐업만 철회한다고 회사가 정상화될 수는 없다"며 "진짜 정상화되려면 논의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부 측은 이같은 인식을 토대로, 정 전 대표와 함께 합의안 초안을 작성해 14일 비노조원 측에 전달했다.
지부 측이 제안한 합의안 초안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사측은 5월 15일자 폐업 예고 및 이에 따른 해고예고통지를 철회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주주 양측에서 추천하는 각 4인으로 '(가)마인드프리즘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6월 15일까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 시행한다. △정상화 방안 논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소요 재정에 대해서도 정상화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한다.
비조합원 측은 그러나 지부 측이 제시한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조합원 측이 가장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2항 정상화위원회 구성 방식이다.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2월, 정 전 대표가 경영진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뒤 사퇴하면서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됐다.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틀에 따라, 논의 테이블에 다수인 비조합원 자리가 많아야 한다는 게 비조합원들의 입장이다. 반면, '다수 대 소수' 구도로 위원회가 꾸려질 경우 또다시 조합원들의 의견이 묵살될 것이라는 게 지부 측 입장이다.
지난 1월 해고를 통보받은 계약직 심리치유 활동가 김미성 씨는 "마인드프리즘이 이런 상황에 오게 된 것도 지금까지 의사결정 구조가 잘못돼있었기 때문"이라며 "폐업 철회 여부도 중요하지만 지금 의사결정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회사가 정말 정상화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 논의 기구 구성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자, 지부 측에서는 우선 1항 '폐업 및 해고예고통지 철회'부터 처리한 다음 2항을 논의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비조합원들은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 현재까지 지부 측은 비조합원들로부터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지부 조합원들은 "폐업은 아니라는 비조합원들의 말을 믿는다"며 "오늘 끝까지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마인드프리즘 구성원들은 '폐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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