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3일 "지금은 정권교체가 꼭 필요한 시기"라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이명박 후보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뒤 여의도 당사를 찾아 입당원서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직접 정 의원에게 꽃다발을 건넨 이 후보는 그를 끌어안았다.
"무책임하게 중립지대에 안주할 수 없었다"
정 의원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지난 20년은 민주화 이후의 한국정치가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실험한 시기였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정치는 그 실험에서 실패했다"면서 "이런 중차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무소속 국회의원인 제가 무책임하게 중립지대에 안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1988년 이래 다섯 번 연이어 국회에 들어온 저도 그러한 한국정치의 실패에 대해 응분의 책임이 있으며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지난 5년의 국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여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 상황"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정당제도의 후퇴 정도가 아니라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이제 실패한 20년의 정치실험을 마감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건전한 제도화를 위한 새 활로를 뚫어야 할 때"라면서 "자유와 인권, 그리고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인간안보를 기본가치로 삼는 정당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저도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막판에 철회하게 된 배경도 언급했다.
정 의원은 "노무현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공동의 정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노 후보가) 거기에는 비중을 안 두는 것 같고, 결과적으로 지금 보면 노무현 정부는 공보다는 과가 많고 또 많은 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대 대선에서의 혼선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의식하고 있는 저는 17대 대선을 보름여 앞둔 이 시점에서 결정을 내렸다"면서 "저의 선택이 많은 국민들의 선택과 일치하기를 믿고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전한 정몽준, "이렇다면 이렇고, 그렇다면 그렇고…"
정 의원은 이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는 어떻게 보면 어렵고, 또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은 선택을 했다"면서 "이명박 후보가 앞으로 전환기 대한민국을 이끌 선장으로서 여러 후보 중 제일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고(故) 정주영 회장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오늘의 지지선언을 이명박 후보와 현대가(家)의 화해로 받아 들여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정 의원은 "신문이나 사석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잘 못하는데, 누구를 미워한다는 이야기는 잘 한다. 왜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숨기고,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소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정 의원은 "사람들의 감정은 다 여러가지가 아니겠느냐. 저는 잘 안다면 알겠지만, 모른다면 모른다"면서 "두 분(정 회장과 이 후보)이 서로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이명박 "이런 출중한 인재가…쌍수 들고 환영"
이날 정 의원의 지지선언에 고무된 이명박 후보 본인도 기자회견 직전 예정에 없이 당사 기자실을 찾아 당직자 및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 후보는 "정몽준 의원은 경제, 외교 특히 스포츠 외교를 통해 국위를 선양한 몇 안 되는 인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출중한 인재가 우리 당에 함께하는 것은 집권뿐만이 아니라 집권한 이후에도 국민에게 신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고도 했다.
강재섭 대표도 "정 의원께서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 당에 함께 하기로 하신 것에 대해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웠다.
정 의원은 당분간 특별한 당직을 맡지 않은 채 지원유세 등을 통해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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