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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위해 '500년 원시림' 자르다니…"

[최동호의 스포츠당]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반대 1인 시위를 지지합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5길 미래에셋 센터원 앞. 매일 저녁 침묵의 외침이 울린다. 무관심한 표정의 시민들이 스쳐 지나가고 때론 응원의 눈빛도 보인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 그의 양손엔 '500years 3days'란 문구와 잘린 나무 밑동이 그려진 소형 플래카드가 들려있다. 3일 동안의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를 위해 잘려나간 500년 원시림을 상징한다. 미래에셋 센터원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서울 사무소가 입주한 건물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에 반대하는 1인 시위는 4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나섰다. 가끔 평범한 시민들도 플래카드를 든다. 이름 모를 행인이 저녁 찬바람에 핫팩을 쥐여줄 때 작은 감동을 느꼈고 지나가며 무심코 내뱉는 "다 끝난 것 아냐"란 말이 폐부에 박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도 거리에 나선다.

녹색연합 배보람 활동가는 1인 시위를 '뭐라도 하기 캠페인'이라고 부른다. "정치권에 가서 읍소도 했고 강원도에도 달려가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다. 공사는 시작됐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가리왕산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뭐라도 붙잡자는 심정으로 '뭐라도 하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한다. 절박했다. 또 간절했다. 굳이 활강경기장이 가리왕산에 들어서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공사는 밀어붙이기식이었다.

무심한듯한 시민들도 1인 시위에 나선 이들을 슬쩍슬쩍 훔쳐본다. 플래카드를 든 이들은 시민을, 시민은 시위자를 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셈이다. 무엇이 오고 갈까? 배보람 활동가는 "세월호 때도 1인 시위를 했다. 그땐 상처받는 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상처받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시민들이 점점 가리왕산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50대 신사가 다가와서 쑥스러운 듯 "수고하십니다. 힘내세요. 저도 동의합니다"라고 말 건네고 지나칠 땐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궁금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또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배보람 활동가는 1인 시위는 기약이 없다고 답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간절함도 있지만 점차 사람들이 가리왕산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500년 원시림과 3일간의 스키경기. 가리왕산엔 올림픽 스펙터클의 실상과 허상이 복선처럼 깔린다.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본 가리왕산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작은 희망길이었다. 누구나 녹색연합 홈페이지(바로 가기 : 녹색연합)에 신청하면 '뭐라도 하기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 1인 시위하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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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YTN 보도국 스포츠부 기자를 시작으로 IB스포츠 신사업개발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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