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려면 보험료율을 2배가량 올려야 한다고 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주장에 대해 '복지부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공포감을 조성한 것'이란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문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면 유감을 표명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보험료 2배 발언은) 재정 추계를 바탕으로 말씀드린 것이다. 정부가 마술사도 아니고 급여를 올린다면 재원 조달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문 장관을 '국민연금 괴담 유포자'에 빗대며 기금 고갈과 세금 폭탄 공포감을 키우는 불필요한 언사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장관이 의도적으로 내뱉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더욱 키웠다"면서 "쓸데없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서 장관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문 장관은 앞서 국민연금 운용 방식을 기금 고갈 시점에 맞춰서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세대 간 도적질'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꺼내놓은 바도 있다.
기금을 쌓아놓고 연금액을 지급하는 적립 방식에서 별도의 기금 없이 그해에 걷어 연금 지급액을 충당하는 부과 방식은 전환하면 후세대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게 되는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이미 국민연금이 가진 기본 성격 중 하나인 '세대 간 연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지던 터였다. (☞ 관련 기사 : "문형표 장관, 세대 간 '도적질'이 아니라 '연대'다")
안 의원 또 "현재 국민연금 재정 운영 방식과 장기 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기금이 소진되는 2060년까지 적립 방식으로 운영하고 그 이후에는 적립 방식으로 할지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지, 그리고 몇 배의 기금을 적립할 것인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장관은 이번 논란 과정에서 2100년까지는 적립 방식으로 유지한다는 장관 개인 생각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부 스스로도 기금 고갈로 연금액이 지급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도 재차 짚었다.
안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28일, 3차 재정계산 직후 복지부가 배포한 자료에는 2060년 기금이 소진돼도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하겠다.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도 부과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면서 "어떤 것이 진정한 복지부 모습인지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리할 때는 국민연금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태도로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칼날도 세웠다. 안 의원은 "공적연금 (개혁)은 어떤 나라를 보더라도 국가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정치력과 지도력을 발휘해 해결한다"면서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이 아니라 평론가처럼 행동하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로 일관할 뿐 아니라 (여당에) 지침을 내려 공론화를 막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성주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가 3가지의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기금 고갈 괴담, 보험료 폭탄 괴담, 세금 폭탄 괴담 등을 퍼뜨리고 있단 지적이다.
김 의원은 "보통 이런 괴담은 민간 보험회사들이 퍼뜨려 왔다. 그런데 이번엔 유포자가 정부와 청와대"라면서 현재처럼 공적연금 보장성 강화 논쟁이 각종 폭탄론에 묻히게 되면, 결국엔 사적연금 시장에 좋은 일만 하게 될 것이란 지적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경우 향후 65년 간 미래 세대가 추가로 져야 할 세금 부담은 1702조 원'이라는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의 10일 브리핑도 재차 도마에 올랐다.
여기서 청와대가 언급한 1702조 원은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9%)을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였을 때 2016년부터 208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재원을 누적 계산한 값이다.
이전까지는 막대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공포감을 조성했던 청와대가, 이번에는 보험료율 인상은 1%포인트도 없다는 극단적인 전제를 깔고 세금 폭탄론을 꺼내든 것이다. (☞관련 기사 : 청와대, 복지부 장관도 철회한 '보험료 두 배' 재탕한 저의는?)
김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브리핑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면서 "대변인이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무장관으로서 청와대와 (이번 브리핑에 대해) 협의한 바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장관은 이에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그러나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또한 각종 폭탄론을 설파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1%포인트만 올려도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복지부에 '공포 마케팅'을 한다고 하더니, (야당이 되레) '은폐 마케팅'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부가 마술사도 아니며, (야당 주장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1%포인트만 올리면 된다는 것은 2060년 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인데, 이를 재정 목표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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