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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업체, 섬 끌고가 노조 탈퇴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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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업체, 섬 끌고가 노조 탈퇴 협박"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심도 납치 사건' 폭로…"'S그룹 문건'대로 진행"

'노조 파괴 문건'으로 논란을 빚었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노조 탈퇴를 압박하기 위해 노조 분회장을 외진 섬으로 데려가는 등 사실상 '납치'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명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울산센터 분회장은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영국 울산센터 사장이 지난해 2월20일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잠시 나오라고 한 뒤 지심도라는 섬으로 사실상 '납치'를 했다"며 "휴대전화도 빼앗은 채 섬에서 노조 탈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프레시안(선명수)

'지심도 사건'의 전말…노조 "섬까지 끌고 가 '그린화' 공작"

노조에 따르면, 최 분회장과 최진림 교선부장(당시 총무)은 당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오전 10시경 상사인 심모 과장과 관리자인 오모 팀장이 '사장이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하니 잠시 내려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했고, 이들이 따라 나서자 모 사장이 자신의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 사장은 당시 "노조는 노조고 회사의 실적은 실적"이라며 "실적 관련해서는 (노조가) 도움을 줘야 할 것이 아니냐.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자"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최 분회장은 "그런 부분이면 협조할 수 있겠다"며 차에 올라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들은 가까운 카페에서 간단하게 실적과 관련한 협의를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차는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목적지는 거제도 장승포항이었다. 최 분회장은 "모 사장과 관리자들이 거가대교 휴게소에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더니, 휴대전화를 빼앗고 배를 태워 지심도라는 섬으로 데려갔다"면서 "시간을 끈 것도 알고 보니 장승포항에서 지심도로 출발하는 배 시간에 맞추려고 도착 시간을 지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제로 향하는 동안 노동조합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았던 사측 인사들은 이들이 배에 타자마자 노조를 탈퇴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노조를 탈퇴하기만 하면 신설되는 내근 법인에서 급여도 올려주고 주식 지분까지 나눠주겠다는 등의 '회유'와, 탈퇴하지 않을 시 조합원 전원이 해고될 수 있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최 분회장 등이 이를 거부하며 버티자, 사측 관리자들은 '여기는 섬이다. 내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면 섬에서 안 나가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분회장은 "일단 섬에서 나가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고려해보겠다'고 말했고, 결국 마지막 배편으로 지심도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섬에서 나온 뒤에도 관리자들은 노조의 기밀 문건 등이 담긴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고, 미리 예약해둔 거제도의 한 리조트까지 데려가 노조 탈퇴를 설득했다. 결국 이들은 다음날 새벽 2시경이 되어서야 울산으로 돌아왔다.

▲모 사장이 '지심도 사건' 사흘 뒤 최 분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노조는 이 메시지를 근거로 삼성이 노조 파괴 행위를 직접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 사건 뒤에도, 회사의 노조 탈퇴 압박은 계속됐다. 사흘 뒤인 23일 모 사장은 최 분회장에게 "여러가지로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어쨌든 내일 중 최종 우리 회사 입장을 표명해야 하고 아울러 2014년 계약 관련해 통보를 해야 해서 어렵긴 하지만 오늘 저녁 시간을 내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노조는 '우리 회사 입장을 표명해야 하고 2014년 계약 관련해 통보해야 된다'는 모 사장의 메시지가 "원청인 삼성이 노조 파괴를 직접적으로 지시했거나, 적어도 협력업체와의 재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지심도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울산센터가 삼성과의 재계약을 앞두던 시기였다.

'MJ' 회유부터 협박까지…"'S그룹 노사전략 문건'대로 실행"

아울러 노조는 핵심 간부에 대한 이른바 '납치 사건' 등 노골적인 노조 파괴 시도가 2013년 심상정 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난 삼성그룹 차원의 'S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MJ'라고 표현되는 '문제인력(노조 주동자 혹은 조합원)'의 사생활까지 파악해 이를 빌미로 회유와 협박을 하고, 노조 핵심 간부 등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진행하는 등 '(노조가) 조기 와해가 되지 않을 경우 고사화 전략을 취한다'는 이 문건의 수순대로 울산센터의 노조 파괴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울산센터가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노조에서 탈퇴시키려 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문건과 녹취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울산센터가 지난해 2월에 작성한 '조직 안정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울산센터는 전방위적인 작업을 통해 울산센터 조합원 48명 중 6명을 '그린화'하겠다는 목표를 보고했다. '그린화'란 이른바 'NJ(노조)'에 가입한 직원을 탈퇴시켰다는 의미다.

▲노조가 지난 5일 폭로한 삼성전자서비스 울산센터의 '그린화 문건' 중 일부 내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구체적으로 노조 활동의 적극성 정도에 따라 징계 조치 등 강경 대응부터 혈연과 지연을 활용한 회유까지, 조합원 개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짜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삼성전자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지회 조합원들을 보안 요원들이 막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노조는 울산센터 관리자와 이 문건을 보고한 직원과의 대화 녹취 파일 등을 근거로 이 문건이 노조를 와해시키라는 삼성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원청에서 직접 지시를 하거나 해당 문건을 보고 받은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었다.

한편 울산센터는 지난달 29일 폐업을 한 상태로, 조합원들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위장 폐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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