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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왜 승리했나?

[분석] '성완종 파동' 뒤집은 박근혜…野엔 시퍼런 '검풍(檢風)'이 분다

'박근혜 정치공학'의 승리였다. 최악의 스캔들을 '되치기'한 승부수가 먹혔다. 여권의 혈관에 모르핀이 주입됐다.


되짚어보자. 청와대는 사실 재보선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애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싸움이었다.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여부였다.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당의 위상을 업고 '보수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고, 새누리당이 패하면 당내 '비주류'의 힘을 빼놓을 수 있었던 선거였다. 요컨대 이번 재보선은 야권만 몸 단 선거였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야권이 시험에 든 선거였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지난 4월 9일 <경향신문> 보도를 계기로 터져나왔다. '사정 정국' 조성의 칼날이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 권력 핵심부를 태풍이 강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두 가지다. 비리와 단절을 선언하고 '읍참마속'한 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끝까지 가보거나.


박 대통령은 후자를 택했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모르핀'이 필요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뻔뻔한 역공을 편 것은, 그런 이유 아니면 설명되기 어렵다. 핵심 지지층의 '적개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29일, 승리를 받아들였다. 선거에 승리한만큼, 박 대통령은 사정의 칼날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박근혜의 '승리''친노 앞세워' 선거 치른 야당의 한계

선거전은 드라마와 같았다. 장외의 박 대통령이 선거 하루 전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병석에 누워있는 와중에 성완종 사면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지시했다. 지난 2007년 말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을 사면한 것에 뒷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표에게 모종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야당을 '성완종 리스트' 프레임으로 가두는 데 성공했다. '그 놈이 그 놈'이더라는 심리를 자극했다. 심지어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유세장에 나가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더 깨끗하다"고 역설했다. 선거 당일 보수 언론에는 2002년 대선 때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캠프의 2억 원 요구에, 1억을 더 얹어 줬다는 13년 전 일까지 뉴스로 취급됐다. '차떼기' 사건으로 823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겨 천막 치고 당사를 운영해야 했던, 바로 그 사건 가운데에서 '성완종 3억 제공' 사실만 정교하게 조준, 보도했다. 누가 이같은 사실을 흘렸는지 알 수는 없다. 당시 검찰이 "(성 전 회장의 대아건설이) 여야에 수십억 원을 지원했다"고 발표한 사실은 없었다. 성 전 회장이 노무현 캠프에 3억 원을 줬다면, 최소한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캠프에는 7억 원 이상을 줬다는 게 되는 셈인데, 그런 것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 기사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카톡방 구석구석을 훑었을 것이다.

'선거의 여왕' 답다. 보수는 한 몸이 돼 치밀한 공작으로 선거를 치렀다. 여권이 표를 결집시키는 것은, 야권이 표를 결집시키는 것보다 훨씬 쉽다. 한국 정치 지형의 독특한 특성도 있지만, 북한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현실이나, 부자건 서민이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문화가 어우러진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한국형 보수는 이처럼 유리한 지형을 이용, 선거판을 뒤흔들고 선악 개념을 흐리는 수준의 '미디어 기획' 몇 가지면 선거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경험칙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 주류 이슈와 동떨어진 극소수 재보선 지역이라면, 이런 경험칙은 유감없이 들어맞는다.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은 이를 잘 이용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인 방식이었다.

반면 야당은 역시 무력했다. 야권 분열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출발했기 때문에 문 대표의 책임론이 다소 희석될 수는 있겠다. '야권 연대'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공학적으로 변질된 데 대한 '벌'을 달게 받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내에서 '친노를 앞세워 선거 치르기 정말 어렵다'는 푸념들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친노 그룹의 폐쇄적인 전략 운영에 대한 지적은 선거 기간 내내 제기됐다. 작은 분열들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퍼져 나갔다. '비노' 인사들로 선거판 캠프에 뛰어든 인사들은 전체적인 선거 정보 공유가 잘 안된다는 푸념들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야권'의 분열 외에, 보이지 않는 새정치연합 내부 분열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이같은 상황에서 '선거 총력전'은 하나마나한 소리였을 지 모른다. '친노의 선거'는 한계를 또 드러냈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외부 호재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여당이 친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공안 기관과 정보를 쥐고 있는 여권과 싸우는 것이 무모한 일임은 모두가 안다. 야권 지지자들은 특히 절절하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에 동원하는 데 왜 실패했는지, 문 대표는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등 본게임에서도 이런 식이라면, 확장성은 고사하고 야권 내부 정치적 역량을 모으는 데도 한계에 부딛힐 게 뻔하다.

측근 7명이 줄줄이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됐는데도, 국무총리가 불명예스럽게 낙마했는데도,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승리를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웃었다. 집권 3년차 풍경이다.

청와대發 '사회 개혁' 바람이, 야당엔 시퍼런 '검풍(檢風)'이 불어닥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정 동력이 꺼져가는 차에 들려온 재보선 승리는 일단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물론, 상반기 최대 쟁점이 될 노동시장 개혁 문제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정규직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이 청와대가 주도하는 노동 시장 개혁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사회 개혁'을 강하게 언급했다. 내년 총선까지 각종 사회 갈등은 고도로 응축되는 과정을 겪게 될 전망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태는, 검찰에 맡기면 된다. 일부 의혹은 '클리어'될 것이고, 일부 의혹은 단죄될 것이며, 발굴되지 않은 의혹은 새롭게 제기될 것이다. 특히 야권을 향한 검찰의 칼 끝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정치 개혁'을 강하게 언급했었다.


놀랍게도 박 대통령은, 정권 핵심부를 겨눴던 '성완종 리스트'의 칼자루를 빼앗아 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휘두를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그 칼끝은 언제 자신을 겨눌 지 모른다. 4.29재보선의 괴이한 승리,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민심을 오독할 경우 단기간에 수혜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게 이번 승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쥔 그 곳이, 칼끝인지, 칼자루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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