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가 세계 억만장자 200인의 순위(16일 증시 기준)를 발표하였다.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윈(马云) 회장이 15위, 완다(万达)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19위, 텅쉰(腾讯)의 마화텅(马化腾) 회장이 39위, 바이두(百度)의 리옌홍(李彦宏) 회장이 64위를 기록하였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91위로 한국인 중 유일하게 100위권에 진입하였으니 중국 부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100위권 내에 진입한 중국 부자 4명 중 완다 그룹의 왕젠린을 제외하고 모두 인터넷을 이용한 IT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들의 부가 늘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의 인터넷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여 2014년 총 인구의 47.9%인 6억 490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85.8%인 약 5억 5700만 명이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IT 시장조사기관 'i Research'에 따르면 2014년 인터넷 경제 시장규모는 8706억 2000만 위안(한화 약 152조 원)을 달성하였고 2015년에는 1조 위안을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는 2025년까지 인터넷이 중국 GDP 성장률의 0.3~1.0% 포인트를 견인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막대한 인터넷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창타이(新常态) 시대 중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 인터넷 플러스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원동력이 될 인터넷을 경제산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있었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인터넷 플러스 액션 플랜"(互联网+行动计划)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플러스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인터넷을 모든 산업, 즉 '인터넷 + 농업, 인터넷 + 생활서비스, 인터넷 + 금융, 인터넷 + 교육, 인터넷 + 제조업, 인터넷 + 가전, 인터넷 + 교통여행업, 인터넷 + 판매, 인터넷 + 의료'등등의 형태로 인터넷과 각 분야를 접목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로 볼 수 있다. 이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에서 벗어나 중고속 성장으로 진입하는 신창타이 시대에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인터넷 플러스는 올해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언급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지만 이미 중국 내에서는 인터넷 플러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일찍부터 시작된 핀테크와 인터넷 TV가 있다.
핀테크(FinTech)란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ial)을 결합한 것으로 중국은 한국보다 먼저 핀테크 산업을 시작하였다. 중국은 그동안 일부 대형 국유은행이 금융시장을 독점하는 식이어서 금융서비스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의 발전으로 그동안 금융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는 고객들의 탈 은행이 계속되면서 대형 국유은행 역시 서비스 제공을 중시하는 등 핀테크 산업이 중국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인터넷과 TV가 결합된 인터넷 TV이다. 중국은 현재 Letv(乐视网), iQIYI(爱奇艺), PPTV 등 다양한 인터넷 TV가 있으며 2020년이 되면 인터넷 TV의 시장 규모가 793.8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 중 71.9%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 TV를 시청하고 있다. 아마도 중국 인터넷 TV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일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TV로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전파되고 그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많아지니 말이다.
인터넷 플러스는 신동력이 될 수 있을까?
인터넷의 발전이 중국 경제의 성장을 가져오고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니 중국 정부가 인터넷 플러스를 경제의 신동력으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과연 중국에서 인터넷 플러스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볼 것이다. 바로 인터넷 속도 때문이다.
인터넷 회사 'Akamai'가 발표한 보고서(2014년도 4분기 기준)에 의하면 중국의 평균 인터넷 속도는 3.4Mbps로 세계 평균인 4.5Mbps보다 낮다. 세계 1위인 한국(25.3Mbps)과는 약 7배 차이가 나니 중국에서 인터넷을 써봤던 한국인들은 그 속도에 많은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중국의 광대역 업체는 중국의 인터넷 속도가 느린 이유로, 첫째 한국과 일본에 비해 인터넷 산업의 역사가 짧아 이 산업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둘째 한국과 일본 등은 국가 면적이 작고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광대역 건설이 비교적 용이한 반면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가 분산되어 있어 광대역 건설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인터넷 속도가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광대역 서비스 제공자의 독점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중국 광대역은 국유기업인 전신(电信)과 연통(联通)의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신과 연통은 각각 중국 남방지역과 북방지역에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 이미 2011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반독점 조사를 실시한 바 있지만 단순 조사로 끝이 났다. 한편, 비국유기업의 광대역 업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광대역 시장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강국이 되려면
올해는 중국이 인터넷을 사용한 지 21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이 신창타이 시대에 인터넷 플러스를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인터넷 속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통감하며 지난 15일 경제정세와 운영에 관한 좌담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인터넷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 속도를 개선할지는 중국 정부의 결정이겠지만 분명한 건 독과점으로 운영되는 광대역 시장 구조와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 심화가 강화되고 있어 올해는 그 성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해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반독점법 규제가 보다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유기업의 광대역 서비스 제공의 짐을 비국유기업에 분담시켜 서비스 효율을 증대시키는 것은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이를 통해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불신을 완화시키고, 반독점법이 외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국외의 볼멘소리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IT 강국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네트워크의 경우 2년, 이동통신기술의 경우 채 1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과의 FTA 체결로 양국 간의 기술 문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신금미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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