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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루 붕괴는 대통령의 '국가 안전 붕괴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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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루 붕괴는 대통령의 '국가 안전 붕괴 퍼포먼스'?

[기자의 눈] 대통령 앞의 안전사고, 웃고 넘길 일인가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2미터 크기 나무로 만든 구조물이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오후 2시 대구 엑스코(EXCO)에서 '제7차 세계 물 포럼' 개막식 행사 도중 박근혜 대통령 등 각국 주요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자격루(물시계) 줄 당기기' 퍼포먼스를 하다가 구조물이 넘어졌다.

부상자는 다행히 없었으나 박 대통령을 포함해 행사에 참여한 각국 주요 인사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구조물이 박 대통령 등이 서 있는 방향으로 쓰러지면서 경호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가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 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 망신도 당해야 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으니 소위 '국격'이 땅에 떨어진 셈이다.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예고한 전조 아니냐는 내용의 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SNS 특성상 대부분이 조롱 글이다.

'가카께서 국가를 붕괴시키는 퍼포먼스를 친히 선보이심.' (@2mbc8092)
'격루 붕괴짤은 세계인들이 즐겨 쓰겠다. 국위선양.' (@imnotwriter)
'대통령 자격이 엎어졌다는 기미를 보이는 사건인 듯하네요.' (@es4894)

▲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7차 세계 물 포럼 개회식에서 퍼포먼스로 열린 '자격루 줄 당기기'에서 자격루가 넘어지며 퍼포먼스가 실패로 끝나자 박근혜 대통령이 넘어진 자격루 앞으로 가서 이유를 물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넘기면 끝일까

이번 웃지 못할 해프닝을 단순히 조롱거리로 넘기기엔 불편한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닌 304명이 물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가 오는 4월 16일이면 1년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행사의 안전사고를 보면서 여전히 우리는 안전 불감증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의 과도한 감정이입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불감증 사회에 대한 여러 지적과 해법이 나왔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을까. 하다못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국내 여객선의 노후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돈 문제 때문이다.

시야를 넓혀서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를 살펴보자.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시흥 시화공단 대형 화재 사고, 장성 요양 병원 화재 사고, 안양 노루표페인트 화학물질 유출 사고, 판교테크노벨리 야외 공연장 환풍기 붕괴 사고, 담양 펜션 화재 사고…. 일일이 셀 수도 없는 대형 사고가 터졌고 수많은 이가 다치거나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히 헤어져야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고를 대비한 입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중순부터 한 달 사이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31건 △세월호 보상과 진상 규명 관련 11건 △해사안전법 일부 개정안 18건 등 약 100건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포함한 일부에 불과하다. 국가 차원의 재난 안전 통신망의 경우 세부 계획안이 3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기술 종속 논란과 경제성 문제, 부처 간 영역 다툼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최근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3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참사 때마다 나오는 비슷한 계획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무색한 대통령의 약속

이야기를 다시 '박근혜 대통령 행사'로 돌려보자. 박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구조물이 넘어진 지 1시간 이후인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자신의 형, 누나, 오빠, 언니, 그리고 동생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 형제‧자매가 모였다. (☞관련 기사 : 세월호 1년…"유가족은 '왕따'된 심정")

이 자리에서 고 최윤민 양 언니 최윤아(24) 씨는 "당연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 들여달라"고 말하고는 이내 하늘로 떠나보낸 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약속은 거짓말처럼 지키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사자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해요.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런 정치인들의 모습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에요. 그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세월호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전사고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국가 대 개조 의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의 무색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까지 안전사고가 일어나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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