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새누리당의 대응에 점차 적극성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사실 확인이 될 때까지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대응 기조를 로우-키로 잡았던 새누리당이지만, 전날 김무성 대표가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13일에는 "특검으로 가는 것도 결코 피하지 않겠다"는 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실을 밝히기위한 노력이 조금이라도 미흡할 경우 국민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이것으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거나 국민들의 의심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면 특검으로 가는 것도 결코 피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특검 도입과 관련해 "우선 순서는 검찰이다. 특검으로 갈 경우 시간이 걸린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언제까지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 불신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검찰이 조사를 제대로 하리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단 그는 이날 회의 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내용이 이해 안 된다 하면 그 때 가서 특검을 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지난 대선은 제가 책임지고 치른 선거로, 제가 아는 한 어떤 불법도 없다"며 "대선 자금, 조사하려면 얼마든지 하라. 제가 응한다"고 말해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단 그는 "대선 자금은 여야가 있는 것"이라며 "야당도 조사받아라"라고 했다.
친박계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은 '특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내 일각에서 이처럼 특검 관련 언급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전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특검을 주장한 데 이어(☞관련기사 : 김문수 "특검해야"), 구 한나라당 미래연대·수요모임·민본21 등 쇄신파 소속 전현직 정치인들도 같은날 만찬 회동을 갖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다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 의혹이 해소되면 굳이 특검까지 갈 필요가 없지만, (의혹 해소가) 실현되지 않으면 비켜갈 수 없다. 어느 것은 되고, 어느 것은 안 되고 그런 것은 없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정병국 의원이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전했다.
또 민본21 출신이기도 한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리스트의 주인공들은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문 대표의 얘기는 원론적으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국무총리의 경우는 내각을 통할하게 돼 있으니까 (수사) 보고 체계에 들어있다. 보고 체계에서 잠시 그쪽으로 보고되는 건 중단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단 김 의원은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당정청, 불법 대선자금 일단 드러났는데 규명 노력 없어"
새정치연합은 전날(☞관련기사 : 문재인 "박근혜 불법 대선자금 일단 드러나")에 이어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권 최고위층이 집단 연루된 초대형 부정부패 사건인데도, 심지어 불법 대선자금의 일단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 정부, 새누리당은 자체 진실규명 노력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대상자들에 대해 "전현직 비서실장과 총리를 비롯한 최고 실세들인데 그들이 직책 뒤에 숨어 있으면 무슨 수사를 제대로 하겠나"라며 "검찰이 (자원외교 수사에서) '몸통'인 권력은 수사 못 하고, '깃털'인 기업인들을 잡는 것으로 체면치레 하려고 분식회계등 일반 비리를 들추는 별건수사를 하다가 벌어진 것이 이번 (성완종 전 의원 자살)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정수석을 통해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조율하는 위치고, 국무총리는 법무부 장관을 통해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라며 "개인 신분으로 돌아가 정당하고 떳떳하게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이완구 총리가 성 전 의원의 측근들에게 십수 차례 전화를 걸어 '성 전 의원과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캐물었다는 이날자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친분관계가 없고 거리낄 게 없다면 왜 15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성 전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캐묻느냐. 총리 직위를 이용한 외압이 아닌지, 증거 인멸 시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2012년 대선 정당성을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주장했고, 추미애 최고위원도 "박근혜 정권이 검은 뒷거래를 했다고 보이는, 도덕적 기반이 허물어지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했다. 추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그냥 '성역 없이 대처하라'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라는 말을 굳이 보태는 것은 무슨 의도냐"며 "(성 전 의원이) 죽었으니까,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니까 하는 법적 핑계와 꼼수를 쓰지 않을까 하는 의혹 제기를 안 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의 예로 보면, 야당이 이런 일을 당했을 경우 '포괄적 뇌물' 혐의로,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것으로 해석을 했다"며 "(시효 만료인) 정치자금법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의혹이 크기 때문에 진실은 규명하고 검찰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관계자들 수사 진행 추이를 보고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갈 수도 있다"며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면 대선자금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상당히 정치적으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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