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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봉이 김선달'은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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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봉이 김선달'은 들어라

[지방의회 돋보기] '물 사유화' 정책 철회해야

정부는 '물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 2월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환경부가 공동발표한 '물 산업 육성 방안'의 목표는 2016년까지 현재 11조 원 규모의 한국의 물 산업을 20조 원 규모로 육성해 세계 10위권 내의 물 기업 2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의 핵심은 '물 산업'에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정부는 광역시 상수도의 경우에는 수자원공사처럼 공사로 전환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군단위 상수도는 수자원공사에 민간 위탁하겠다는 방침이다.

물 사유화? 수도요금 폭등 피할 수 없어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7월19일 상수도 사업본부를 민영화하기로 내부방침을 결정하고 8월10일 상수도 사업본부의 공사전환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 상수도는 1000만 명이나 되는 인구에게 물을 공급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이를 공사로 만들면 나머지 광역시 상수도본부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 지난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규탄 기자회견'. ⓒ프레시안

정부와 서울시의 계획은 한 마디로 물을 사유화하는 정책이다. 이는 물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화', '산업화' 논리라는 것이다.

결국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물'을 기업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사유화된 물은 경제재가 된다. 공공서비스의 영역을 벗어나, 전문사업자에 의한 산업서비스로 전환된다는 얘기다.

상수도에 경쟁과 상품논리를 도입하고 지자체 재정지원을 중단하면 수도요금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 농촌이나 수익이 낮은 지자체는 경쟁력이 없으므로 투자가 중단될 것이고, 결국 상수도 보급이 후퇴되거나 질 낮은 상수도가 보급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전기, 가스, 수도, 철도 등 필수 공공서비스 등의 국가기간산업을 사유화한 결과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서비스가 중단되며, 요금이 폭등된 사례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과거 상·하수도를 민영화했던 우루과이와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인간이 소비할 물과 하수도의 공공서비스는 오로지 국가 법인에 의해서만 공급될 수 있다"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오히려 '민영화 금지'로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고통은 빈곤층에 집중될 것

가장 큰 문제는 '물의 사유화'로 인한 폐해가 열악한 조건에 있는 빈곤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통계로 봐도 2003년 한국의 전대빈곤 인구는 이미 700만 명을 넘어 섰다. '빈곤의 기준선'인 최저생계비가 비상식적으로 낮은 것을 감안할 때(2007년 1인가구 43만 원) 실질적인 빈곤층은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물 사유화로 인한 수도요금 폭등의 부담을 가장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계층이라는 얘기다.

국민의 복지환경을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해 공공성을 높여야 하는 책임을 외면하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물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상수도 사업본부의 민영화는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야기할 우려마저 있다. 이미 서울시는 상수도 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하위 공무원 230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지난 달 17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물 사유화 촉진하는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서울의 상수도 사업은 자체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안정적인 공적 운영을 하고 있다. 기업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땅속에 흐르는 지하수는 공공의 소유물이다. 사유할 수 없는 공동의 자산인 물을 팔아먹으려는 자들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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