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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해결 안했는데, 내가 나선들…"

[함께 사는 길]세월호·② 안산

세월호 참사로 경기도 안산시에만 사망자 295명, 실종 9명이 발생했다. 이 중 아직 꿈도 채 펴지 못한 어린 학생들만 250명이나 된다. 안산시는 여전히 4월 16일 그날에 멈춰 있었다. 거리엔 노란 현수막들이 줄지어 휘날리고 유가족들은 시청 앞 천막에 모여 시민들의 관심 호소와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 직후 안산지역을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했지만 일부 세제 지원과 3개월짜리 생계비 지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지원은 없었다. 대신 안산지역 4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대책위를 꾸리고 피해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안산환경연합 장옥주 교육팀장(전 사무국장)은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 지역에 살며 희생자 또래 아이가 있고 희생자 중에는 아이 친구도 있어 그 어떤 활동보다 가슴 아프고 힘들었다는 그녀다. 장 위원장에게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안산시민들의 안부와 그간의 일을 물었다.

▲ 세월호 1주기를 앞둔 안산. 안산은 여전히 4월 16일에 멈춰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안산시민들의 슬픔과 충격이 컸을 것이다. 세월호 이후 안산 시민들은 어떻게 지내시나.


1년 전 사고 소식을 처음 듣고 시민들과 지역 단체들이 자연스럽게 단원고등학교로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 희생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담아 촛불기도회를 시작했다. 10일 정도 지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안산은 큰 도시가 아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고 워낙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다 보니, 도시 전체가 충격과 상처가 컸다. 너무 충격이 커서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이 문제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바라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이 문제가 왜 발생했고 왜 진실이 하나도 밝혀지지 않는지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분노 다음 단계는 무력감이 들기 시작했다. 굉장히 큰 사고고 내 주변에 희생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진실이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고 해결된 것도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이 든 것이다. 지난 2월에 '1000인 원탁회의'를 열어 안산시민 1000명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는데, 내가 아무리 해도 사회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무력감이 가장 컸다.

- 피해자 가족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나.

참사 초기에는 시신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혹시 내 아이가 올라오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불안부터 시신이 올라오면 장례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 아이가 진짜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진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것 같다. 우리 아이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분들의 기본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진상규명 활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워낙 희생자들이 많다 보니, 유가족도 450명 정도 된다. 그중에 200명 정도 진상규명 활동을 했는데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많이 지치셨다. 아마 가족분들은 금방 끝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신 것 같다. 가족들이 열심히 하고 시민들이 동조하면 금방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싸움이 오래 유지되면서 많이 지치셨다. 또 피해지역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다. 당장 생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초기에는 생계 지원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끊기면서 남은 가족들을 위해 생계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업에 복귀하신 분들도 많다. 무엇보다 좌절을 많이 하신 것 같다. '국회의장, 심지어 대통령까지 만났는데도 안 되었는데 앞으로 이 일이 가능하겠느냐, 대통령도 해결하지 않은 문제인데 내가 나선다고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다.


▲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산환경연합 장옥주 교육팀장. ⓒ함께사는길(이성수)
-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 농성, 삼보일배, 단식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노력을 많이 했다. 성과가 있었나.

사실 정부가 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진상을 규명한 것이 하나도 없다. 진상규명 관련해서는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에 못 미치는 내용이다. 오는 4월에 공식적으로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하는데, 진상규명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법에서 정한 특별조사위원회와 별도로 그 밖에서 국민들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법이 내용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이런 사고로 특별법까지 제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유가족들도 부족한 내용이지만 수용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진상규명이 최대한 밝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무엇보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참 중요하다.

-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어떤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 그 후 대응과정이나 대책을 봤을 때 진상규명이나 안전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태다. 이후에 유사한 사고로 내가 우리 아이가 죽을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가장 많은 것 같다. 또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했지만, 일부 세제혜택과 초기 3개월 정도 가족들 생계비 지원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다. 언론의 불신도 크다. 자신들이 아는 가족들이고 그럴 사람들이 아닌데 언론에서는 이상하게 다루거나 가족들이 요구한 것들을 다루지 않고 정치적으로 왜곡시켜서 다루는 것에 대한 불신이 크다.

- 시간이 지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우려하며 지역 내에서도 '이제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제 그만하자, 잊는 것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고 현수막에 대한 문제제기와 훼손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긴 하다. 또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들을 시가 내놓도록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가 활성화가 되지 않은 것은 실제적으로 세월호 사고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요구를 하는 이들은 일부다. 어느 지역에나 있는 그런 수준이다. 여전히 안산 시민들 대부분은 피해자 중심으로 사고를 하고 기본적으로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


- 그렇다면 안산 시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진실규명이다. 진실이 규명되어야 세월호 문제를 풀고 그에 따른 대안도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요구도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은 물질중심의 돈만 알고 안전을 무시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안산 시민들 안에서도 그런 성찰이 일어나고 있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또 함께 논의를 통해 시의 정책을 바꾸고 국가의 정책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다.

- 앞으로 시민대책위 계획은?

당장 오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의 큰 고민은 1년이 되었지만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자꾸 잊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까, 세월호가 잊히지 않도록 시민들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다. 또한 치료 회복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들도 필요하다. 피해자와 지역 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가족협의회를 지원하는 일을 계속 찾아서 해나갈 것이다.

- 우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월호 진상규명과 이후에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여론은 중요하다. 그런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에 관심 가져주시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늘 타협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정도면 됐다, 나도 우리 사회도 정부도 할 만큼 했다, 더는 안 될 것이니 더 문제 삼지 말자는 식의 타협은 안했으면 한다.

그동안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었다고 하면 지금부터는 행동을 할 때다. 지금 해왔던 것보다 앞으로 과제가 더 많다. 진실규명과 특별법이 잘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안전한 세상을 위한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당장 월성1호기 재가동을 막는 활동도 그런 이유이지 않겠나.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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