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좌담회에선 주로 한미 FTA가 우리나라 농촌과 경제에 미칠 피해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피곤함을 참으며 경청하던 농민들은 이러저러한 설명을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노무현이는 바보여? 전남에서 90%가 넘게 지지를 해줬더니 농업을 망쳐 놔?"라며 허탈해 하는 농민도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한미 FTA에 찬성하는 후보에게는 한 표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비준을 저지하고 내년 총선 때도 한미 FTA에 찬성하는 후보는 낙선을 시켜 국회에서 비준을 무효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맞아, 그렇게 해야겠구먼!"이라는 맞장구가 되돌아 왔다.
농기구 놓을 수 없는 농민의 손…이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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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억울함이 치밀었다. 젊은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이 60대가 넘은 노인들만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며 무슨 죄라도 지은 듯 멋쩍게 웃고 계신 어르신들의 두꺼워진 손마디와 절룩거리는 다리가 눈에 들어 왔다.
종아리와 어깨에 파스를 붙인 채 구부정한 허리로 거동조차 힘들어 하는 이들. 그러면서도 농기구를 놓지 않는 농민들의 손마디에 우리 민족의 생명인 농업을 살리는 고도의 기술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저들의 말대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치자. 이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나면 수십 년을 농사에 바치며 체득된 농사의 기술은 어떻게 되겠는가.
농업이 망하고 나서 그 어떤 산업의 발전을 이야기 하겠는가. 맨몸으로는 싸워도 밥 굶으며 싸울 수는 없듯이 식량은 단순한 경제상품이 아닌 안보의 문제다. 농업이 곧 민족의 생명이란 얘기다.
민족의 생명을 담당하고 있는 농민들의 몸에 배어있는 고도의 기술을 육성하고 지켜가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누가 농촌을 이렇게 고령화로 만들어 놓았는가. 이렇게 만들어 놓고 농촌이 고령화되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자들은 또 누구인가. 결국 같은 사람들 아닌가.
골병 들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는커녕 '자유경쟁'이니, '구조조정'이 하는 망발을 해대는 사람들은 누구의 자식이고 무엇을 먹고 자랐는가.
몰상식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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