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중단 사태와, 이후 홍 지사의 비행기 비즈니스석 이용 및 '평일 골프'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야권이 이를 적극 쟁점화하고 있다.
24일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카드 브리핑'을 선보였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반향을 얻고 있는 '카드 뉴스'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카드뉴스란 복잡한 사안을 몇 장의 사진과 간명한 문구로 정리하는 형태의 시도다.
유 대변인은 이 '카드 브리핑'에서 홍 지사의 서울행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용과 골프 논란에 대한 홍 지사 측의 해명을 언급한 후, 홍 지사의 사진과 함께 '너는 꼼수다'라는 문구만 그림파일로 넣었다. (☞기사 하단 첨부 이미지 참조)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같은 주제로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비슷한 내용의 브리핑을 했고, 지난 20일 서영교 원내대변인이 '4.29 선거는 ○○○다'라는 주제로 문재인 자당 대표의 '경제 강조' 기조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종북' 발언을 대비시킨 바 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카드 브리핑'을 한 이는 같은 당 김성수 대변인이다. 방송기자 출신인 김 대변인은 지난 16일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자의 4대 문제점'이란 주제로 '카드 브리핑'을 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이같은 형식의 브리핑을 시도한 배경에 대해 "내가 아니고 대변인실 당직자들의 아이디어"라며 "예상외로 호응이 좋아서 계속하게 됐다. 문재인 대표도 '재미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권혁기 새정치연합 대변인실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SNS에서 유행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사진을 가지고 지식·상식·시사를 설명하더라. 메시지가 활자에서 그림 중심으로 바뀌어 가면서 (SNS 서비스) '인스타그램'도 유행이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블로그에 고견을 올리던 대신 사진 한 장으로 대체하는 등 변화된 소셜미디어 환경을 정치권도 뒤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유머'로 무장…"웃으며 화 내는 방법"
원외 진보정당인 녹색당은 같은날 낸 논평에서 냉소적인 유머를 곳곳에 섞었다. 녹색당은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란 것은 '골퍼'가 아니라 '밥퍼'"라며 "모 포털사이트의 '3월의 베스트 공감기사'로 선정된 기사에는 4300여 개의 댓글이 게시되었는데, 홍 지사가 읽으면 피곤해서 또 비즈니스석에 앉고 싶어질 만큼 무상급식 중단과 홍 지사에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이 논평은 지난 20일 경상남도가 낸 "선별복지 찬성의견 절대 우세…네티즌, 서민 자녀 교육지원 조례 '잘했다'" 제하 보도자료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녹색당은 경남도가 낸 자료에 대해 "포털에 오른 어느 기사에 달린 댓글이 20일 오후 10시 현재 5209건이며, 댓글 중 68.2%가 무상급식 중단에 찬성하고 24.9%가 반대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라며 "이게 다인가? 댓글에서 표본을 추출하는 희한한 여론조사를 벌일 바에는 차라리 '퍼터로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우시기라"며 골프 논란을 은근히 상기시켰다.
녹색당은 "만약 그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된다 쳐도 정작 경남 지역에서는 득표력이 떨어질 테고, 결국 대통령 전용기에는 앉지 못할 것"이라며 "비즈니스석이든 이코노미석이든, 18홀에서나 골프연습장에서나, 제 돈을 내는 노후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고 (그때) 비로소 좋은 습관을 들이는 공공교육과 상처를 치유해주는 공공의료가 소중했음을 깨달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논평 초안을 작성한 김수민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은 "녹색당 논평의 화법은 움베르토 에코의 책 제목처럼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 내는 방법'"이라며 "우리가 웃기는 게 아니라 홍 지사가 우스운 것이다. 행적과 스타일이 풍자 대상으로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자칫 무례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단장은 "시민들이 밥그릇도 뺏기는 마당에 화까지 나시면 억울하니까, 속 시원하시라고 그렇게 쓰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의 '직설 화법'은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 한 번 하시자'며 홍 지사에게 공개 제안을 한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이들 교육 문제 가지고 짜증내면서 애들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홍 지사를 비난했다. '짜증', '인생을 망친다'는 등의 표현은 정치인들의 말과 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 시장은 성남시가 산후조리원 지원사업 등을 벌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마른 수건인 줄 알고 쥐어짰더니요, 젖은 수건이더라"며 "경남도 (재정상 무상급식 유지가) 가능하다"고 홍 지사를 도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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