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따로 논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 생각이 다르다. 온몸이 아프다. 손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주체할 수 없었다."
19일 밤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세월호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50)씨가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트라우마센터를 향해 가던 중 제주공항에서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가지만 당시 여객선에서 참사를 목격한 제주지역 화물기사들에게 그 충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더 많은 학생을 구하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졌다. 기진맥진한 자신 또한 현장에 출동한 해경에 이끌려 구조됐지만 현장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1년째 반복되는 증상으로 수차례 병원을 오갔다.
김동수씨와 함께 끝까지 남아 딸 같은 학생들을 구조해 헬기에 올려 보낸 화물기사 변모씨도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변씨는 "선미 끝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여객선에 있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들을 두고 나와야만 했던 현실과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냐.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내내 눈물만 흘렸다. 자다가도 일어나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구조활동을 TV화면으로 본 가족들도 충격이 컸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물기사 정모씨는 어렵게 생업을 이어가며 그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씨는 "화물차를 다시 구해 운전을 시작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로 받은 충격은 말로 못한다"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다시 트럭에 올랐다. 묵묵히 일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몰한 세월호에 타고 있던 제주 화물기사 20여명 중 상당수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생계수단인 화물차까지 잃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짊어진 무게감은 더 커졌다.
사고 직후 이들은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안산트라우마센터(온마음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2월부터 제주도가 지정한 한시적 피해상담소에서 상담과 치료를 맡고 있다.
김수진 안산온마음센터 부센터장은 "생존자의 상당수가 외상후 스트레스를 보이고 있다"며 "작은 일에도 놀라고 꿈속에서 당시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부센터장은 "섣불리 과하게 공감하거나 가볍게 대하는 대화도 그들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며 "가족 등 주변인들이 쿠션 역할을 하며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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