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서울환경연합은 핵발전소가 없는 서울 지역 시민들이 실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탈핵 사업을 고민했다. 서울은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96퍼센트를 타 지역 발전소에 의존하고 있어, 핵발전소 및 핵폐기물 저장소 건립, 송전탑 건립 등으로 많은 지역 주민이 피해를 입고 있었다. '우리가 에너지를 좀 덜 쓰고, 직접 생산까지 한다면 그런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민들의 참여로 햇빛발전소를 건립하자는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조합의 운영을 맡고 있는 강병식 사무국장에게 햇빛발전협동조합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조합원이 420명 정도 됩니다. 조합원 가운데 많은 분들이 발전소가 있는 부지 구성원, 즉 삼각산고등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한신대학 교수, 교직원과 그 지역 주민들입니다. 운영은 10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의가 매월 1회 신규발전소 건립 및 조합 운영에 대해 논의합니다. 그리고 교육이 없는 협동조합은 1.5세대를 넘길 수 없다고 할 만큼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매월 태양광발전과 관련된 제도, 산업동향, 태양광과 열을 이용한 실습 등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조합원들도 많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발전용어, 협동조합 관련 내용을 짧게 정리하여 공유하는 ‘알고 가는 50초’ 온라인 교육도 합니다.
- 조합원이 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서울에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 그래서 후세대에 안전한 삶터를 물려주기 위한 실천에 함께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잉여금에 대한 출자배당과 다양한 조합원 교육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전력 판매와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햇빛발전협동조합의 수익은 3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합니다. 발전소가 완공이 되면 우선 한전과 수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합니다. 판매하는 거래가격을 SMP라 하는데 매월 바뀝니다.
둘째,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에 의한 공급인증서를 판매합니다.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공급하였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를 발급받아 전력거래소에서 입찰을 통해 판매하여 수익을 냅니다. 공급인증서도 가중치를 주는데 임야나 전답, 일반부지보다 건물옥상을 이용하여 발전할 경우 발전량의 1.5배 만큼의 인증서를 발급받습니다. 하지만 최저가 입찰제이기 때문에 소형발전소일 경우 판매가 불확실합니다.
셋째, 서울시의 햇빛발전 지원금이 있습니다. 위 두 가지 판매구조만으로는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낮은 일조시간, 높은 임대료 및 시공비 탓에 서울에서 발전사업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으로 서울에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햇빛발전소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로 1킬로와트시(kWh)당 100원(2014년까지는 50원)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 실제 발전량과 수익은?
우리 조합에서는 1호기 삼각산고 햇빛발전소(19.11킬로와트(kW), 2013년 6월 15일 준공), 2호기 한신대 햇빛발전소(49.82kW, 2014년 4월 15일 준공)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호기는 2014년에 2만5082kWh의 전기를 생산하여 한전에 358만1906원으로 판매하였고, 공급인증서는 평택에너지와 2013년 12월에 12년 공급계약(수의계약)을 체결하여, 2014년에 발급받은 35REC을 350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서울시로부터는 2013년 6월~2014년 7월까지 발전량에 대해 1kWh당 50원씩 총 134만4800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따라서 1호기 총수익은 8726만7066원입니다.
2호기는 2014년에 4만3735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한전에 601만5원에 판매하였습니다. 하지만 2호기의 공급인증서는 1년에 2번 열리는 공급인증서 판매시장(최저가 입찰제)에 선정되지 않아 판매를 못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로부터는 2014년 4월~7월 발전량 2만2097kWh로 110만4850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따라서 2호기 총수익은 711만4855원입니다.
- 운영상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 1호기 발전소를 세울 때는 건립에 의미가 있어 ‘좋은 일에 한번 참여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호기, 3호기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면서 판매가 불확실하여 수익성 또한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출자금 증자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또한, 조합원들이 서울 전역과 지방에 퍼져있어서 협동조합답게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 햇빛발전협동조합을 확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신재생에너지 지원제도 개선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않아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대도시의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 발전소를 확대해야 한다면 대도시의 건물옥상을 활용한 발전소 건립이 바람직합니다. 대도시에 세울 수 있는 용량은 대부분 100kW 이하의 소형 태양광 발전소입니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RPS제도는 대형발전소 위주의 지원정책입니다. 그래서 100kW 이하의 소형 태양광 발전소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2010년에 폐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이 필요합니다.
- 앞으로 우리나라가 햇빛발전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협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 지금의 RPS 지원 제도 아래에서는 협동조합 형태로 햇빛발전소를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판매 불확실로 수익이 나지 않아 일회성 시범사업으로 끝날 우려가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50퍼센트 이상을 개인이나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고 전기료가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정책이 잘되어 있어 발전사업을 하면 수익을 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우리가 스스로 생산한다는 사회적 목적 실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까지도 보장되기 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조합이 수익을 내어 개인과 지역사회에 돌아간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조합에 참여할 것입니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이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의 확대 여지가 매우 큽니다. 협동조합은 그런 면에서 햇빛발전소 확대에 지대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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