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종북몰이와 반미선동…새누리당과 북한의 저급 대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종북몰이와 반미선동…새누리당과 북한의 저급 대응

[한반도 브리핑] 박근혜와 오바마의 엇박자와 리퍼트 피습 사건

새해 벽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부터 날아든 정상회담 소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반응을 보였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의 범인으로 북한을 지목한 오바마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업무 복귀도 하기전에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간단하다. 남북관계 속도를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악행을 근거로해서 한미일을 묶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 미사일, 인권에 이어서 사이버테러까지 끊임없는 이슈 창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소니 테러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는 없고 오히려 내부소행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었다. 미국은 냉전이 해체되면서 '가상적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바마를 흔들리게 한 두가지 사건

이후 오바마는 1월 21일 연두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을 했다. 중산층을 육성하고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부자증세를 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의 연설은 박근혜 정부의 연말서민 세금폭탄 정책과는 차원이 달랐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중산층을 육성해서 경제를 살리려는 오바마의 결기가 돋보였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가운데)이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신년벽두인 1월 2일에 소니 해킹 문제를 가지고 북한에 행정명령 조치를 취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 연두연설에서는 사이버 안보문제를 북한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 소니해킹 건을 가지고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사이버 안보 강화를 제시할 것이라던 일반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이에 대해 일부 미국의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조율하거나 북·미 대화의 여지를 남기기 위한 고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대북불신은 뿌리가 깊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가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에서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는 분석은 적절하지 않다.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연초에 몇가지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니사 해킹 이전에 이미 2010년부터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북한 서버에 침투해 들어가서 북한의 해킹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버그를 심어놨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군사와 경제 분야를 해킹한 것을 역이용했다. 즉 미국 NSA가 한국의 미국 해킹망을 거꾸로 활용해서 북한에 침투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 대한 해킹은 한국이 북한보다 더 많이 했다는 점과 미국이 북한을 해킹하면서도 북한의 소니해킹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추궁론이 부각되었다. 한편으로 소니해킹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는 주장도 미국 내에서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오바마가 연두연설을 하던 1월 21일 시점에서 오바마가 소니해킹을 언급하면 할수록 오히려 논란이 커질 수 있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연두연설에서 북한문제를 빼고 사이버 안보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하기만했다.

탈북자 신동혁의 진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도 한몫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탈북자들 증언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월가에 영향을 미치는 <포브스>는 탈북자의 말을 어떻게 믿겠냐며 강한 불신을 표현했다. 오바마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예상과 달리 오바마 연두연설에서 북한문제가 나오지 않은 것은 북한때리기가 득이되지 않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박근혜의 엇박자

연초부터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엇박자는 고의적인 신경전으로 비칠 정도였다. 남북정상회담 분위기가 일자 오바마가 즉시 북한에 경제제재를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통일, 국방, 외교부의 업무보고를 ‘통일준비 업무보고’라고 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잘 맞추라는 식으로 업무지시를 했다. 그런데 오바마는 1월 24일 유튜브 스타들과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붕괴할 것이며 경제제재와 정보유입을 계속하겠다고만 했다.

이런 엇박자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엇박자로 보지 않았다. 미국도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것이고, 미국 행정부가 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의회가 대북강경법안을 입법하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한국정부는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상황1 : 웬디 셔먼의 연설과 2차대전 승전 70주년

자동예산삭감조치 때문에 예산을 줄여야 하는 미국은 일본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화를 지원,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미국의 군사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일체화된 전략을 수행하는 관계는 아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 군사화를 지원하는 미국을 끌어들여서 군사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북·일 관계 개선, 과거범죄를 부인하는 역사 수정주의 등 독자행보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한편 아베를 견제하기 위해 종군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일본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한미일 삼각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이 이른바 '아시아 회귀전략'인데, 이에 따라 미국은 한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한국정부에게는 일본과 친하게 지내라고 요구해왔던 것이다.

이는 미국이 2차대전에서 일본으로부터 영토 공격을 당한 경험에 비춰볼 때, 일본의 2차대전 전쟁범죄를 지적하는 것은 미국의 인권기준에도 들어맞는다. 즉 미국이 그동안 일본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베 견제, 한미일삼각협력관계 구축, 전쟁범죄 부인 등 삼각기준에 맞는 전략적 행보인 것이다.

하지만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지적과 일본의 재무장 지원이라는 미국의 투트랙 접근은 2차대전 종전 70주년, 한일협정 50년, 오바마 2기 3년차라는 시기적 상황 때문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각)웬디 셔먼의 연설은 이러한 변화의 첫 신호이다.

2차대전 종전 70주년과 한일협정 50년은 동북아에서 필연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한 규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는 오바마 정부의 2기 3년차이므로 대선을 앞둔 마지막 해이다. 아시아회귀정책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동북아에서 일본의 고립이 예상되는 상황을 피해야 했다.

지난 1월 말 한중일 3국을 순방했던 웬디 셔먼 국무차관은 이러한 점을 파악했다. 카네기 재단 연설을 통해 일본이 고립될 상황을 예방하고자 한일간의 결합을 촉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웬디 셔먼의 발언에 한국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웬디 셔먼의 의도와는 달리 한일관계 개선의 길이 더 멀어졌다. 미국의 아시아회귀정책에 새로운 걸림돌이 발생했다.

상황2 :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사건과 한미동맹

"단순한 대응은 답이 아닙니다.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관용 그리고 더 많은 인류애입니다" - 스톨텐베르크 노르웨이 총리 (2011.7.24)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청소년 행사장에서 벌어진 테러로 76명이 희생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과격한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소행이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대응은 단순하지 않았다.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에서 노르웨이 총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관용, 더 많은 인류애'라는 3가지 대응원칙을 제시했다. 오슬로의 15만 시민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장미꽃을 바쳤다. 장미꽃에는 용서와 관용을 비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지난 1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퇴원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퍼트 대사를 과일칼로 공격한 사건은 테러이다. 비록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목적을 알라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 대사를 공격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 당시 노동자에 대한 폭력행사를 '식칼 테러'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면 된다.

하지만 김기종의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을 두고 미국정부나 언론은 테러라고 하지않고 폭행, 돌출행동으로 보고 비교적 차분히 대응했다. 그들은 이 사건을 한미동맹을 겨눈 테러로 보지는 않는다. 한미일 삼각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미국은, 호들갑스럽게 대응함으로써 미국내에서 한국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이는 9.11 이후 테러에 예민해진 미국내부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수행했던 미국인들에는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와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에서 테러가 발생해서 미국 대사가 부상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트라우마와 피로감 두 가지 모두를 자극하게 된다. 동맹국인 한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고 할 경우 한미일 삼각관계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한미는 테러에 대한 규정이 이처럼 다른 상황이다.

자기 나라 대사가 피습을 당했으므로 미국 정부나 대사에서 노르웨이 총리와 같이 관용과 민주주의를 말하기는 어려웠을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은 종북몰이로 몰고 가려는 한국정부나 반미투쟁을 선동하는 북한의 대응과는 달랐다.

김기종의 지난 몇 년동안 했던 돌출행동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은 '외로운 늑대의 극단적 돌출행위'로 성격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종북몰이, 사드 배치 주장으로 호들갑을 떨고, 북한은 반미선동이라는 저급한 수로 맞장구를 쳤다. 이러한 소동의 결론은 한미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엇박자도 보였다. 웬디 셔먼의 발언으로 미국의 아시아회귀정책 추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는 불확실한 동북아 정세를 더욱 예측불가능하게 만드는 또 다른 돌출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