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 교사가 처한 현실, 4회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보육 외 업무'도 심각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 사람의 교사가 돌봐야 하는 아이의 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습니다.
"돌도 안 된 아이 셋이 동시에 울면, 교사 1명이 어떻게 하죠?"
보건복지부가 정한 보육교사 배치기준을 보면, 만 1세 미만과 장애아는 3명을 교사 1명이 돌봅니다. 만1세는 5명을, 만2세는 7명을, 만3세는 15명을, 만4세 이상은 20명을 교사 한 사람이 책임집니다.
이 배치 기준은 지난 2005년 이후 10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보육교사 배치기준의 변경 내역을 문의해보았더니,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바뀐 것이 많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의 배치기준은 2005년 개정된 것이지만, 그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변동된 내용이 없다는 얘깁니다.
2005년 현행대로 개정되기 전의 교사 대 아동비율을 보니, 2005년 바뀐 기준은 이전에 비해 좀 더 세분화했다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어 보입니다. 2004년까지는 만2세 미만은 5명을, 만2세는 7명, 만3세 이상은 20명을 교사 1명이 돌보도록 했었네요. 만1세 미만 기준을 신설하고, 만3세와 만4세 이상을 구분한 것 정도의 변화입니다. 장애아의 경우에만 5명을 교사 1명이 돌보던 것을, 3명으로 줄여 ‘변화’ 다운 변화를 보였습니다.
1991년 처음 관련법이 만들어진 후부터 바뀐 것이 거의 없다면, 교사 대 아동 비율은 무려 20년 넘도록 제자리걸음인 셈입니다. 그 사이, 어린이집 숫자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비율로 엄청나게 높아졌는데도 말입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안현미 연구위원이 지난 2월 3일,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0~2세의 경우 우리가 OECD 평균에 비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낮습니다. OECD 평균은 교사 1명이 6.2명의 아이를 돌보는데, 우리는 교사 1명이 4명의 아이를 돌보는 것입니다. 안현미 연구위원은 "하지만 최대허용기준일 경우, 만1세는 최대 7명, 만2세는 최대 9명까지 구성할 수 있어 평균적으로 우리는 교사 1명이 6.3명을 돌보는 것으로 OECD 평균을 초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3~5세 유아의 경우는 OECD 평균이 교사 1명 당 14.3명인데 반해, 우리는 교사 1명이 17.5명의 아이들을 돌봅니다. 최대 인원으로 할 경우 한 선생님이 돌보는 아이들의 수는 20.5명까지 늘어나 "매우 높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보육교사 대 아동비율은 개혁 1순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이 비율,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도 좀 많지 않나요?
만1세, 우리 나이로 세 살인 아이들은 아직 자기 의사 표현이 서툽니다. 밥 먹는 것도 도움이 필요하고, 기저귀도 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그 아이들 5명을 한 교사가 온종일 돌본다?
돌도 안 된 만1세 미만 아이들은 더합니다. 맡은 아이 3명이 한꺼번에 울어대기 시작하면, 한 아이는 뒤로 업고, 한 아이는 앞으로 안아준다 해도, 나머지 한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11년 차 보육교사인 이수진(36, 가명) 선생님이 "만1세 미만은 최대가 2명 아닌가요?"라고 묻는 이유입니다.
"만2세, 우리 나이 4세 아이들도 한 선생님이 7명을 보는데요. 외부로 활동이라도 나가려고 하면, 양손에 각각 두 명씩 4명은 손잡아줄 수 있지만, 나머지 3명은 어쩌죠? 친구 손을 잡게 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놓고, 사고가 생기면 무조건 교사만 책임지라고 하잖아요."
"줄여야한다" 목소리 높지만…지금 기준도 안 지키는 곳이 많은데?
10년째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혜(33, 가명) 선생님이 생각하는 '적정 보육 인원'은 그 연령대만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나이 1세는 1명의 교사가 1명의 아이를, 2세는 1명의 교사가 2명의 아이를 돌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겁니다.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얘긴데, 줄이기는커녕 이 비율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의 보육 실상입니다. 인권위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심지어 국공립어린이집 중에서도 21%가 이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간어린이집도 30% 넘게, 가정어린이집은 27%가 이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민간어린이집보다 가정어린이집이 더 낮게 나타난 것은, 영유아 20명 이하를 보육하는 가정어린이집은 원장이 담임교사를 겸직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20명 이상을 보육하는 곳에서는 원장 선생님의 겸직이 제한되는데,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을 덜 받는 가정어린이집에 일종의 ‘특혜’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원장 선생님이 자리를 비울 때입니다.
"원장 선생님은 보육 외에도 일이 많으시잖아요. 가정어린이집은 조리사 선생님도 별도로 고용할 여력이 없어서 식사 준비도 원장님이 하시고요. 차량 운행을 직접 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외부에 나가셔야 할 때도 있고요. 그 시간엔 원장 선생님 반 아이들은 누가 보나요? 다른 반 교사가 맡죠. 순식간에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두 배가 되는 거예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가정어린이집의 실제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서류상 보고된 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돌봐야 하는 아이들의 수는 많고, 하루 9-10시간 노동에 휴식 시간은 전혀 없고, 아파도 결근하기가 힘들고, 퇴근 후에도 여러 일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 이수진 선생님이 한마디로 정리해주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를 사람으로 안 보는 거예요. 기계로 보는 거죠. 그런데 기계도 그렇게 부려 먹으면 고장 나요."
"교사가 월 100만 원도 받기 힘든 어린이집도 많다"
힘들지 않은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돈 받아먹고 살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아냐'고 혹시 생각하시나요?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문제는 '대우' 아닐까요?
어린이집 교사가 '박봉'이라는 얘기는 이미 많이들 아실 겁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2월 24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서울지역 사회서비스 종사자 가운데 평균 월급이 가장 낮은 직종이 바로 '교사/보육교사'였습니다. 액수는 월 133만 원. 간호조무사(158만 원), 일반 행정직원(160만 원), 사회복지사(192만 원), 상담사(196만 원)보다 현격하게 낮죠. 어린이집연합회 자료도 비슷합니다. 어린이집연합회 자체 분석으로 교사의 평균 급여는 월 140만 원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이라는 걸 내놓습니다. 2015년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을 볼까요? 1호봉 교사의 월지급액은 152만 원 수준입니다. 물론 '세 전'입니다. 경력 10년이 넘어야, 비로소 200만 원을 겨우 넘깁니다. 2014년과 비교해 보니, 월 5만 원 정도 올랐네요.
그런데 이 기준? 역시 강제력이 없습니다. 전국 어린이집의 5% 수준에 불과한 국공립에서나 통하는 '기준'인 셈입니다.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은 이 호봉 표와 전혀 상관없이 월급을 줍니다. 인권위 조사결과, 민간에서 일하는 교사의 57.7%, 가정어린이집 교사의 55.7%가 이 호봉 표의 기준대로 월급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국공립(4.1%), 법인(6.1%), 직장(4.3%)어린이집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당연히 민간과 가정어린이집 교사는 같은 시간 일하고도 월급이 국공립 등에 비해 더 낮습니다. 인권위가 한 면접조사에서, 하루 8시간 일하는 교사의 급여는 국공립이 153만 원, 직장어린이집이 138만 원, 법인보육시설이 132만 원, 민간어린이집이 112만 원, 가정어린이집이 101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생님들은 "가정어린이집은 100만 원도 받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권위 조사에서도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은 73만 원에서 1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 교사의 비율이 각각 43.5%, 64.3%로 가장 많았습니다. 국공립과 법인어린이집은 120만 원에서 140만 원 사이가, 직장어린이집은 140만 원에서 160만 원 사이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던 것과 확실히 대조됩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자기 호봉에 따른 월급 외에, 지자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 처우개선비·근무환경개선비 등을 받습니다. 사정이 좀 나은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호봉 외에 이런 수당을 더 받지만, 사정이 안 좋은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 중 일부는 이 수당까지 월급에 포함해 준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원래 줘야 하는 돈이 100만 원이라면 100만 원에서 이 수당만큼을 뺀 나머지 돈만 어린이집에서 교사 월급으로 지급한다는 얘깁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안현미 연구위원은 "(보육교사 임금체계의) 이런 이중적 기준은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시설 뿐 아니라 정부지원시설의 보육교사 처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공립이 민간과 가정어린이집 교사의 처우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보다, 오히려 '하향 평준화'를 유도한다는 얘기입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지만,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선생님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공립마저도 연월차수당(93.3%), 1일 초과근무 수당(81.9%), 법정휴일수당(91.4%)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은 이 비율이 더 높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이 "그 어린이집 교사 경력 조절 좀 해야겠네"
인건비 때문에 경력이 많은 교사를 꺼리는 어린이집도 있다고 하니, 그 대목에 이르면 다시 한숨이 나옵니다. 안현미 연구위원은 "보육교사를 고용할 때, (원장들이) 3호봉 이상 경력교사 채용을 꺼려하고 초임교사 중심으로 채용한다"며 "이런 양상은 결과적으로 보육서비스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습니다.
월급이 적은 새내기 교사를 원하는 것은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대놓고 국공립어린이집 원장님에게 "그 원은 교사 경력 조절 좀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한다는군요. 쉽게 이해되지가 않아, "왜요?" 되물었습니다. 국공립은 교사 인건비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니, 호봉이 낮은 교사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총액을 줄이라는 얘기라는군요.
이수진 선생님이 실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에 다니기 전에 있었던 곳에서 겪었어요. 국공립어린이집이었는데 원장님이 제 경력을 2호봉 깎자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그게 돼요? 안 될 걸요. 구청에 물어보세요' 했는데, 첫 월급이 진짜 2호봉 깎여 나왔더라고요. 제가 '담당 공무원 연락처 알려 달라, 직접 통화해보겠다'고 하니까 원장 선생님이 2호봉만큼의 돈을 봉투에 따로 담아서 주셨어요."
국공립도 교사의 호봉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관행이 있으니,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곳은 더 하겠지요. 교사들은 "이직을 하면 경력은 다 사라지고 무조건 1호봉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안현미 연구위원이 인터뷰 했던 한 보육교사의 이야기입니다.
"관악구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6년을 근무하고 퇴사했어요. 1년을 휴직하고 다시 취업을 하려는데 2~3개월 간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서 초초해지니까, 비서울형 민간어린이집도 원서를 넣고 면접을 봤죠. 당시 원장님은 제 호봉으로는 어떤 어린이집도 갈 수 없다고 하시면서 1호봉으로 그렇게 고용계약을 했어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정아(33, 가명) 선생님은 "국공립이나 직장어린이집이 처우가 좋다고 해봤자, 4년제 나온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력이 쌓인다고 별로 오르는 것도 없다"면서요. 2015년 기준으로, 호봉 간 격차는 세전 급여로 월 5만 원 안팎입니다.
같이 아이들을 돌보지만, 유치원 교사와도 차이가 큽니다. 장혜자 대덕대 교수는 "유치원은 관련 학과를 몇 년제 대학에서 전공했느냐에 따라 호봉 차이가 있는데, 어린이집 교사는 학력과 무관하게 무조건 1호봉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유치원 교사는 3년제를 졸업하면 7호봉부터 시작하고, 4년제 대학을 나오면 8호봉부터, 사범대학을 나오면 9호봉부터 시작합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교사가 어린이집에 취직하면 152만 원을 받는데, 유치원을 가면 171만 원을 받습니다.(2015 인건비 지급 기준) 장혜자 교수는 "첫 출발부터 유치원 교사와 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냥 애들이 예뻐서 하는 거예요."
유정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들이 조금 더 신 나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인터뷰에 응한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왜, 옛말에 '애 볼래? 밭맬래? 그러면 밭맨다' 그러잖아요. '애 봐준 공은 없다'는 말도 있고. 딱 그 짝이에요."
그리고는 말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딱 이틀만 어린이집에서 교사들과 같이 일해보라 그래요. 그럼 답이 딱 나올 걸요. 뭘 고쳐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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