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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에 핵무기 100개를 안겨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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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에 핵무기 100개를 안겨줬나?

[정욱식 칼럼] 2020년 핵무기 100개, MB와 오바마의 합작품!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선(先)핵폐기'이고, 또 하나는 대화가 북한의 핵개발과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두 정부는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키는 경향을 보였고, 또한 대화와 협상보다는 대북 제재와 봉쇄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추세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지난주에 주목을 끈 보고서가 있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와 미국 국방대 대량살상무기연구센터가 지난 1년간 연구를 거쳐 내놓은 '북한 핵 미래 프로젝트'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보고서 보기). 국내 언론은 2020년경의 예상치를 주목했다. 북한이 2020년에 최소 20개,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고, 중간치로 50개를 갖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 소형화도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뤄, 중·단거리는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핵탄두 장착이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주목을 끌었다.

2009~2014년에 비약적인 증강

필자가 이 부분 못지않게 주목한 부분이 있다.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달성한 성과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쉽게 말해 이 6년간의 축적된 능력이 향후 6년간의 핵 능력 강화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9~2014년까지 가시적인 대목들은 두 차례의 핵실험과 세 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핵무기 현대화, 핵분열 물질 생산 능력 확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증강, 기존 우주발사체(SLV)보다 강력한 장거리 추진체 개발 등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 2010년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이명박(왼쪽)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핵무기 현대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할 점은 탄도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소형화이다. 북한의 2006년 1차 핵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규정되었을 정도로 폭발력이 작았다. 반면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폭발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만큼 소형화에 가까워졌거나 그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우라늄 농축 시설도 2009년부터 본격 착수해 2010년에 2000개의 현대식 원심분리기를 갖춘 시설을 완공했고, 2013년에 그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불능화되었던 5메가와트 흑연감소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러한 핵 능력 증강은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향상과 병행되었다. 연이은 시험 발사를 통해 로켓 성능과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한편,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이동식 발사대도 대거 확보했다. 아울러 발사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고체 연료 사용 미사일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오바마, 이 보고서 꼭 읽어야

이러한 상황 전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건 북핵 능력 증강이 6자회담 단절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결렬된 이후 6자회담은 오늘날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때때로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한미 양국이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무조건적인 재개를 거부한 탓이 컸다.

여기서 예견된 역설을 발견하게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선핵폐기론에 집착했다. 그 결과는 북핵과 남북관계의 동시적인 악화였다. 또한 '대화가 북핵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했지만, 진실을 정반대이다. 대화가 단절된 시간이 북핵 고도화로 이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 보고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지 못하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동아일보>조차도 사설에서 "북핵 문제가 아무리 풀기 어려워도 6자회담 재개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허송세월하다 북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재앙에 부닥쳐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토록 '북핵 불용'을 외쳐왔던 한미 양국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무지와 무능과 무위가 결합된 3무의 대북정책이야말로 지난 6년간 북핵을 키운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또한 이러한 대북정책이 계속되면 '2020년 북핵 100개 시나리오'는 기우가 아니라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보고서를 가장 정독해야 할 당사자들은 한국의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이다. 이에 앞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의 충고도 음미할 법하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북한 쪽에 '비핵화 아니면 고립'을 선택하라고 제안했다면, 북한이 앞으로 이렇게 핵능력을 확장하면 북한 쪽에서 오히려 '핵국가로 인정할 거냐 아니면 한반도 불안정을 받아들일 거냐'를 선택하라고 압박할 것이다."

위트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지금 한국 정부가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핵무기 50~100개를 보유한 국가가 자신들이 원치 않는 조건으로 통일을 하려고 하겠느냐?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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