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및 재개발 조합의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 기한이 내년 1월 31일까지 1년 연장됐다. 이 기간 내에 주민 반대가 50%를 넘긴 조합은 해산할 수있다. 2012년 시행된 뉴타운 출구전략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 출구전략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편집자
서계옥(77) 씨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터전을 잡은 것은 57년 전이다. 스무살에 남편과 결혼하면서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살기는 녹록지 않았다. 1982년에야 겨우 산꼭대기 무허가집을 샀다. 320만 원을 냈다. 땅 서울시 소유였다. 매달 시에 토지 이용비를 냈다.
방 두 칸의 비좁은 집이었지만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었다. 그곳에서 딸 둘과 아들 하나, 삼 남매를 모두 키워서 장가, 시집을 보냈다. 편안한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고민 없는 노후를 꿈꿨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뉴타운 열풍이 몰아친 2006년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남편과 둘이 사는 집에 예쁘장한 여성이 음료수를 사 들고 찾아왔다. 서 씨 집이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됐다며 축하한다고 했다. 영문도 모르는 서 씨는 그런가 보다 싶었다. 뉴타운이 뭔지도 모르는 서 씨였다. 나중에 알고 보는 뉴타운 사업을 위한 OS요원(홍보요원)이었다.
그런 서 씨에게 OS요원은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임대아파트가 지어지는데 거기에 서 씨가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감도장을 가져와 뉴타운 사업 동의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임대아파트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서 씨가 사는 집은 겨울이면 춥고, 여름은 무척 더웠다. 화장실도 재래식이다. 그런 집에서 벗어나 아파트로 갈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도장을 찍었다.
스트레스받던 남편, 결국 작년 4월 하늘나라로…
그것이 화근이었다. 뉴타운 조합이 설립된 이후, 알아보니 임대아파트는 세입자에게만 입주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과 같은 무허가집 소유자는 자격대상이 아니었다. OS요원이 약속했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서 씨가 사는 집은 고작 500만 원이라는 감정평가를 받았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된 이후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했다. 조합에서는 뉴타운을 반대한다면 현금청산을 신청하라고 했다. 그럴 경우, 감정평가금액인 5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글세 보증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이었다. 이 돈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모아 놓은 돈도 없는 서 씨였다.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될 판이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급기야 2014년 12월, 남편이 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없어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시집간 큰딸은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작은딸은 사업하다 실패해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자식들에게는 미안해 병원비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남편도 자식들 상황을 잘 알고 있는지라 병원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결국, 남편은 암 판정을 받은 지 4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서 씨는 현재 동사무소에서 주는 쌀, 그리고 국가에서 주는 기초연금, 아들이 주는 생활비로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꼼짝없이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자식들에게 의탁하기도 어렵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이유다.
서 씨는 "갈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요즘은 부쩍 떠난 남편이 생각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독거노인 등에 아무 대책 없는 뉴타운 정책
북아현동 산동네에는 서 씨처럼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상당수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폐지 등을 주워 생활비를 충당한다. 약 1000세대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무허가주택 아니면 쪽방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 총 가구수 대비 세입자 가구 비율은 평균 70%를 넘고 있다. 주거약자들이 뉴타운 지역에 밀집해 있다는 이야기다.
서 씨처럼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취약계층들은 뉴타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지금 살고 있던 곳에서 쫓겨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상 실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대부분 원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쫓겨난다.
하지만 이주비는 300~500만 원에 불과하다. 서 씨와 같은 입장에 있는 이들이 진척되지 않는 뉴타운 사업을 반기는 이유다.
북아현3구역 뉴타운 사업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보다도 취약계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아현3구역"이라며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이라든지, 보상 등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고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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