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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도입, 김정은이 원하는 시나리오?

[분석]"사드 배치, 미국 종속 선택하는 길"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구입"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사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미 간 사드 배치는 이미 협의하고 있는 중이며 도입 형식을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미국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지난 10일 (현지시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 "한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협의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는 진술이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역시 지난 24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사드의 고성능 X밴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긴 전진배치용(최대 2000여㎞·일본에 2기 배치)과 탐지 거리가 1000㎞ 이하로 짧은 종말(終末)단계 요격용이 있는데 주한미군은 종말단계 요격용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정황을 미루어볼 때 한반도 내 사드 배치는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으며 도입 방식은 정부가 구입하는 것이 아닌,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아주대학교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미 간 사드 배치 비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소장은 "한민구 장관의 답변은 사드를 도입은 하되 미국이 자기 돈 들여서 갖고 오라는 뜻"이지만 "미국은 ‘한국이 자기들 안보에 필요해서 사드를 들이려고 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현재 오바마 정부는 미국 의회로부터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괌에 배치돼있는 사드를 철수해야 할 상황"이라며 "미국 국방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 의회와 백악관을 설득해서 괌에 있는 사드를 한국으로 옮기려 하고 있고, 그 명분으로 한국이 사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국방부가 한국의 필요로 괌에 있는 사드를 한국으로 옮긴다고 미 의회를 설득한 뒤, 그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사드를 직접 도입하는 것보다 주한미군을 통해 우회적으로 들여오는 것이 한중 간 갈등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김 소장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주한미군이 도입하는 것과 한국이 적극적으로 자기 돈을 내가면서 도입하는 것은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주한미군 주도로 사드를 들여와야 중국의 반발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리면서 사드를 한반도 내에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내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지, 들여오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상기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설사 주한미군이 사드를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일단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한국 정부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편승하고 있으며 중국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엽 교수 역시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구입하는 것과 주한미군이 가지고 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반도 내 사드가 배치되면 동아시아를 두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미국의 편에 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도입 자체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중국, 사드에 진저리치는 이유

중국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지난 4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의제에도 없던 사드 이야기를 꺼내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발전 특별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던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사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사드 배치에 이렇게 민감한 것일까? 한미는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레이더(AN/TPY-2)를 문제삼고 있다. X밴드 레이더에 속하는 이 기종의 탐지거리는 1000km에서 1800k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해에 배치될 경우 중국의 핵심 군사시설이 포진돼있는 상하이, 텐진, 다롄 등이 미국에 노출될 수 있다고 중국이 우려하는 이유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이 레이더로 중국을 탐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 방공포병사령관인 권명국 예비역 공군 소장은 지난해 11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THAAD) 체계배치와 한반도 안보' 포럼에 참석해 해당 레이더를 북한 쪽에 고정시켜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 소장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드 내 레이더는 전방배치모드와 종말모드로 구분해서 운용할 수 있는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종말모드로 레이더를 운용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레이더는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고정시켜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쪽으로 레이더를 고정시키면 중국 쪽 탐지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가 자국을 감시하는 군사수단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견제를 막고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더 강하게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이같은 관측이 '낭만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흥규 소장은 사드 레이더를 북한 쪽에 고정시키면 중국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에 대해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면서도 "미국이 유사시에도 레이더를 고정시켜서 운용하겠나, 그걸 국제정치에서 누가 믿나. 미·중 간 대치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미국은) 레이더를 (중국 쪽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상기 교수 역시 "사드를 운용하는 한미가 레이더의 방향이나 범위를 바꾸면 중국이 어떻게 확인하나"라면서 "중국이 한국에 감시할 인원을 파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사드 레이더가 북한을 감시하는지 자신들을 감시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자신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한미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사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교수는 "최근 동북아에 벌어지는 일련의 갈등들은 미·중 간 전초전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어느 쪽이든 한 발 물러서면 완전히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군사적 성격"이라면서 "지금 미군이 사드를 갖다 놓으면 그것은 통일된 이후 한반도 군대가 미국과 동맹인 군대가 된다는 뜻이다. 이걸 중국이 용인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봐도 과거 독일이 통일했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힘들었던 것이 통일된 독일의 군사적 성격이었다"며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설사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성격이 친중인지 친미인지가 G2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이런 차원에서 사드 도입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과 미사일 막겠다고 도입한 사드, 오히려 북핵 키운다

한국 정부가 직접 구입하든 주한미군을 통해 우회적으로 들여오든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경제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경우 이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과 가장 많은 교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인 측면과 더불어 사드 배치가 북한에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겠다고 설치한 사드가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지난 2013년 2월 12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제3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김상기 교수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 따른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이 강화될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북한과 동맹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중국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비핵화 대화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북핵문제 해결은 대단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교수 역시 "중국이 북한과 더욱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식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힘들겠지만 비공식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흥규 교수는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은 미국에 계속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북한에 위협도 안되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계속 미국에 발목 잡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데 이거야말로 김정은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군사적 방어체계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둔 적은 거의 없다"며 "대표적인 것이 1차대전 이후 프랑스가 구축했던 마지노선(*프랑스가 독일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양국 국경에 구축한 대규모의 요새. 편집자)이다. 또 미·소 냉전 시기에도 양국은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결국 포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군사자산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행위를 또 다시 벌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상기 교수는 "한국에 위협이 되는 북한 미사일들이 주로 단거리 미사일이고, 이런 것들은 사드가 요격하는 대상보다 고도가 낮은 곳에서 비행한다"라며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한미동맹과 한중협력관계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데, 사드가 한국의 안보 또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무기체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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