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유난히 눈에 띤 것은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그간 세종시 지역 사업에 집중하느라 중앙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 왔고, 이는 2.8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친노 원로인 그의 의도적 '몸 조심'으로도 읽혔다. 그러나 이날 한번 입을 연 그는 과거의 '싸움닭 총리'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대통령 대면보고가 사라지고, 국무회의는 만기친람하는 대통령 말씀을 적느라 '적자생존', '복지부동'만 남았다"며 "적자생존이란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라고 한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을 언급하며 "제가 정치하면서 이런 것은 처음 본다. 이 사건 하나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완전 무너져 버린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 때도 이렇게 국정원이 직접 선거에 개입한 적은 없다"며 "박 대통령이 국정원 도움을 받은 적, 이용한 적 없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관이니 이쯤 되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제가 같이 일해 봐서 아는데, 원 전 원장 그 분이 혼자 이런 짓을 할 위인이 못 된다"며 '배후'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또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와 관련해 황교안 법무장관에게도 "저는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이념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당해산 과정을 보고 '헌재와 법무부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은 5년 동안 심리했는데, 1년 만에 해야 할 정도로 통합진보당 해산이 위급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헌재법에 의원직 박탈 권한이 부여된 것이 없고, 지역구 당선 의원은 그 당의 지지율보다 많은 득표를 가지고 당선됐는데 (헌재가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것은) 유권자 권한을 박탈한 것이고 입법부의 권한을 법무부와 헌재가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헌재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이재오 의원이 개헌을 주장했는데, (개헌할 때) 헌재에 관해서는 그 기능에서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 장관이 반론하려 하자 이 의원은 "내가 질문하지 않았는데 장관은 답변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답변을 막았고,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황 장관에게 "의원의 질문이 끝나고 나서 답변해 달라"고 주의를 줬다. 이 의원은 황 장관에게 "성실한 답변이 기대되지 않아서 답변을 구하지 않는다. 들어가시라"며 "진정성 없는 답변은 들을 가치가 없다. 지난 2년간 황 장관을 지켜봤는데 교언(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으로 답변할 뿐이더라"고 노골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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