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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은 왜 고발당했나"

[긴급 기고] "한미 FTA는 인터넷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나?"

가수 김장훈은 그의 표현대로 '근 한 달 만에 쉬는 날이라' 영화 <테이큰 3>를 다운로드받았다. 그리고 이 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김장훈을 고발한 사람은 영화감독이나 촬영감독이 아니었다.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유청년연합' 관계자였다.

인터넷 이용권을 옹호하는 시민단체인 '오픈 넷'이 제대로 밝힌 대로, 김장훈의 행위는 현행 저작권법으로도 허용되는 '사적 이용'이다. 합법이다. (제 30조)

놓쳐서는 안 되는 다른 질문이 하나 있다. 누구나 타인에 대해 그가 집에서 '불법' 다운로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할 수 있는가이다. 즉 우리는 저작권자가 아닌 일반 시민으로부터도 집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할 수 있는가이다.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타인의 저작권을 존중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은 당연히 권장해야 한다. 그러나 고발이나 고소는 국가 형벌권의 발동 문제이다. 만일 누구나 우리를 집에서의 '불법' 다운로드를 이유로 고발할 수 있다면, 그런 사회에서는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향유한다고 말 할 수 없다.

본디 우리는 집에서의 '불법' 다운로드를 이유로 이웃으로부터 고발되지 않을 자유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러하다. 현행 저작권법 제 140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제140조(고소)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고소'는 영화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또는 영화 제작사 등의 저작권자만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청년연합'은 가수 김장훈을 고발할 권리가 없다. 이것을 친고죄라고 한다. 간통죄가 대표적인 친고죄이다.

집에서 하는 '불법' 다운로드는 '사적 이용'으로 합법일 뿐 아니라, 누구로부터도 고발당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유청년연합'은 가수 김장훈을 고발하였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위 친고죄 조항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추기 위해, 한국은 2011년 12월에 법을 바꿨다. 위 조항에 다음과 같은 뜻의 단서를 바꾸어 붙였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 140조 제 1호)"

이 조항의 의미는 무엇인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누구나 고발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한미 FTA 체제에서는 영리행위가 없더라도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 누구나 이웃에 의해 고발될 수 있다.

인터넷 프라이버시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시민이 기본권을 누리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언제나, '상습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시민이 '상습적'으로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향유하는 순간, 그는 고발될 수 있다. 이것이 한미 FTA가 가져 온 커다란 퇴보이다.

저작권은 지적인 창작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그 어떠한 저작권자도 사회와 인류의 지식 유산에 의지하고 빚을 지면서 자신의 창작을 완성한다. 저작권자를 과잉 보호하는 것은 저작권의 본질에 맞지 않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보호를 위한 법(아청법)에서도 아동 음란물을 단순히 다운로드 받아 혼자 보는 행위를 형사 처벌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단지 영화 제작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영화 다운로드에 대해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옳은가?

만일 타인의 재산권에 피해를 주었다는 것이 그 자체로 형사 처벌 사유라면, 전국의 모든 신용 불량자는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가수 김장훈에 대한 고발 사건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가수 김장훈만의 일이 아니다. 보통 시민들 그 누구도, 집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했다는 이유로 이웃에 의해 형사 고발당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프라이버시에서 지적 창작물에 자유로운 접근을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 이는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중국인이든 국적에 관계없이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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