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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요양원 모신 아버지, 화상 입고 다리 절단"

[환자 샤우팅] 다리 찜질 후 화상…요양원 "화상인 줄 몰랐다"

최임선(46) 씨는 뇌졸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최행근(82) 씨를 강남 지역에서 제일 좋다는 구립요양원에 모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온열 찜질을 받다가 화상을 입고 지난해 2월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아버지는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이후로 더 몸이 쇠약해졌다. 아버지의 다리를 볼 때마다 그는 가슴이 미어진다. "요양원에서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화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해요."
최 씨와 요양원, 요양원이 가입한 손해보험사 사이에 사고 책임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열 찜질 → 화상 → 다리 절단

뇌졸중으로 왼쪽 편마비를 겪은 최행근 씨가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했을 때는 2013년 9월 16일이다. 담당 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는 처음 며칠간 다리에 파스 성분의 연고를 바르다가, 호전되지 않자 9월 27일 파스 연고 도포와 온열팩 찜질을 병행했다.

요양원 측이 작성한 간호기록지에 '물집'이 처음 언급됐을 때는 10월 3일이다. 6일에는 '발적(發赤) 가장자리에 물집'이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요양원 측은 '(화상이 아닌) 자연적인 수포'라고 여겼다고 했다.

▲ 오른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최행근 씨. ⓒ환자단체연합회

이후 10월 11일 요양원에 회진을 온 촉탁의(신경과 교수)는 "물집의 원인이 뭔지 모르니 피부과에 가야 한다"고 조언했고, 17일에는 협력의(노인전문병원 원장)가 피부과 방문을 권했다. 두 번째 의사가 다녀간 날 요양원은 보호자인 최임선 씨에게 이를 알렸다.

18일 피부과 의원은 최행근 씨에게 무릎 2도 화상 판정을 내렸다. 최임선 씨는 요양원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피부과에서 화상 연고 등을 처방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던 최행근 씨는 11월 1일 요양원의 협력병원인 노인전문병원을 거쳐, 12월 30일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한강성심병원에서 최 씨는 2도 화상보다 심한 "3도 화상"이며, "화상 부위 염증이 무릎 관절로 침입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14년 2월 15일 한강성심병원에서 화상 염증으로 인한 무릎 절단 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30일에는 절단 부위가 괴사돼 2차 수술에 들어갔고, 합병증으로 급성 폐렴까지 생겼다. 최임선 씨는 "자식 앞에서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사지가 묶인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모든 위험한 고비를 넘겼을 때, 최 씨 가족들에게는 수술비, 입원비, 합병증 치료비 등으로 들어간 빚 4800만 원이 남았다.

▲ "2013년 9월 발생한 오른 무릎의 3도 화상으로 2013년 12월 입원했고, 화상 상처 부위 염증이 무릎 관절로 침입해 2014년 2월 15일 우측 다리 무릎 상부에서 절단 시행했다"는 내용의 진단서. ⓒ환자단체연합회

요양원 "화상인 줄 몰랐다"…보험사 "병력과 연령 고려해 60%만 책임"

최 씨는 "치료비라도 전액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요양원은 "치료비 문제는 요양원이 가입한 손해보험사와 결정할 사항"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요양원이 가입한 손해보험사는 2014년 12월 최 씨를 상대로 법원에 조정 신청서를 냈다. "환자의 기존 병력(죽상경화증, 오른쪽 무릎 핀 삽입술)과 연령을 고려할 때, 보험사 책임을 60%로 제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고 책임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최임선 씨는 "요양원이 화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초반에 가족들에게 제대로 고지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서 아버지가 다리 절단 수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요양원 측은 "수포가 있다는 사실은 보호자에게 알렸지만, 그게 화상인 줄은 우리도 몰랐다"며 "회진을 온 촉탁의 등의 말을 듣고, 피부과 내원 안내와 전원 조치를 했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다리 절단 수술에 대해서도 "환자의 기존 병력, 화상 이후 통원 치료를 지연한 가족 대응, 이후 병원 측의 대응 등 총체적인 원인들에서 비롯했지, 어느 한쪽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상전문병원의 한 외과 전문의는 "당뇨가 심하거나 하반신 마비를 겪는 환자라면 찜질만으로도 2도가 아니라 3도, 4도 화상을 진단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며 "뇌졸중과 죽상경화증 등을 앓은 환자가 그런 식으로 화상을 입었다면, 서서히 증세가 나빠졌다가 절단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요양시설 의료적 상황 모니터링 제도 보완해야"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환자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요양시설에 의료적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요양병원이 의료법상 병원인 것과는 달리, 요양시설은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으며 노인복지법상 '노인 의료 복지시설'로 분류된다. 요양시설에 대한 의료적 규정은 "간호조무사 또는 간호사를 배치하고, 전담 의사 혹은 매주 2회 이상 시설을 방문하는 촉탁 의사를 둔다"는 시행규칙이 거의 전부다.

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 원장은 "현재 요양시설의 '촉탁의사 제도'만으로는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페널티 강화 등으로 환자에게 의료 문제가 생겼을 때 (요양시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자거나, 의료형 전문요양시설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환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증언하고,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자는 취지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매달 개최하는 '환자 샤우팅' 행사에 나온 사연을 소개한다. 최행근 씨의 보호자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엠스퀘어에서 열린 환자 샤우팅에 참여했다. 편집자.

본지(프레시안)는 지난 2월 24일자 홈페이지 사회면에 "요양원 모신 아버지, 화상 입고 다리 절단"이라는 제목으로 요양원의 다리찜질로 인해 화상 후 취재노인이 다리를 절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결과, 요양원의 시설장 박모씨는 위 내용에 대해 지난 8월 25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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