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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책 읽어주는 라디오, 주파수 맞춰보세요

[작은것이 아름답다] EBS 라디오 정정화 프로듀서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 40분까지 하루 16시간 누군가 책을 읽어준다면? 교육방송 EBS가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음악'을 집어 들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 이름을 내건 지 3년째,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EBS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이 흐르는 책방, 홍대광입니다>를 제작하는 정정화 PD와 생방송 현장을 찾아갔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 EBS FM(104.5MHz)는 책 읽기의 가치와 감성을 전달하는 라디오방송을 내걸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 안녕하세요? EBS 라디오의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EBS는 외국어교육이나 교양물을 제작 방송했는데, 외국어도 컴퓨터나 인터넷을 통해 배우고 다른 경로가 많이 생기니까 다른 방송과 큰 차이가 별로 없었어요. 저는 세상이 시끄럽다 보니, 라디오에 출연자들이 나와 시끌벅적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게 들렸어요. 잠깐 이야기 나오고 음악이 쭉 나오는 흐름이 좋더라고요. 좋은 음악으로 청취자에게 감성을 주고 좋은 책을 골라 생각거리를 주는 것이 교육방송 라디오의 본래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책 읽어주는 라디오>가 시작되었죠.

- 2012년 개편했을 때 청취자 반응이 극과 극이었을 것 같은데, 실제 어땠어요?

처음엔 '이게 뭐냐?' 했어요. 라디오 청취율은 반응이 즉각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처음엔 청취율이 딱 떨어졌어요. 기존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가 없어졌으니 당연히 떨어졌죠. 하지만 어렸을 적 추억의 책, 고전도 읽어주고, 시 낭송과 음악이 나오니까 훨씬 전달력이 좋더라고요. 청취율도 지금은 상승곡선 상에 있다고 봐요. 전문 방송 가운데는 청취율이 앞부분에 있어요.

- 2012년 봄에 개편하고 올해 3년째를 맞는데, 달라진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개편 초창기에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에 대한 개념이 아직 없어 책을 장르별로 나눠 편성했어요. 시, 소설, 에세이… '책 읽어주는 라디오'니까 처음엔 책을 많이 읽었죠. 방송을 들어보니 듣기가 힘들더라고요. 라디오는 일을 하면서 듣는 거잖아요. 많은 양을 전달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점차 음악 비중을 높였어요. 지난해 8월 개편으로 음악이 더 많은 지금의 편성이 되었어요.

더 중요한 것은 EBS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려는 진행자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거예요. 전에는 섭외하기가 힘들었거든요. 처음엔 배우 강성연 씨가 하는 <시 콘서트>를 맡았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방송하면서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동료 배우들도 진행하고 싶어 한다고 하고, 아나운서들도 신변잡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니까 기회 되면 진행해보고 싶다고 해요. 변화라면 그게 변화에요.

▲ 늦은 4시(월~토)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되는 <음악이 흐르는 책방, 홍대광입니다>는 가수 홍대광 씨가 진행을 맡아 에세이를 낭독하고 편안한 음악을 방송하고 있다. ⓒ작은것이아름답다(정은영)

- <책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하며 '낭독'의 힘에 대해 누구보다 큰 경험을 하셨겠어요.
2012년 개편 때 <시 콘서트>를 제작했는데, 그전엔 시는 들여다보지도 않는 사람이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시를 분해하고 외웠잖아요. 시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 콘서트> 라디오 방송하면서 시의 참맛을 알았다고 할까요? 그게 낭독의 힘이었다고 생각해요. 방송 대본이 오면 피디인 제가 검토할 때 느낌이 안 와서 시의 내용에 따라 이런 음악이 어울리겠다 정도인데, 배우 강성연 씨가 시를 낭독하면 살아 움직이는 거예요. 평면인 글을 낭독해서 들려줄 때 듣는 사람이 또 다른 감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제 안에서 시가 살아 움직이게 하거든요. 확실히 지면으로 읽는 것과 배우가 읽어주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 많은 책들 가운데 방송에서 읽어주는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궁금해요.

방송하다 보니 라디오에 맞는 책의 장르가 있더라고요. 전문도서, 과학책은 안 맞고 사람의 감성을 움직여주는 책들인 고전, 명작, 시, 수필이 맞았어요. 누구나 들어도 좋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들을 골라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안정 단계로 들어섰다고 생각해요. 가끔 청취자가 '읽어준 책을 사봐야겠어요'라고 반응이 오기도 하지만, 그 파급력이 어떤지 모르겠어요. 목표는 방송으로 끝나지 않고, 청취자들이 책을 사서 전체를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이끌어 내는 거죠. <책 읽는 라디오>의 꿈이죠.

- 책 '저작권' 문제를 비롯해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진행하며 어떤 점이 어려우셨나요?

여전히 저작권 때문에 힘들어요. 좋은 책을 읽어주고 싶어도 저작권에 걸리는 것이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없는 책 가운데 좋은 책을 선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출판사들이 '이 책을 읽어주십시오'라고 하면 좋겠어요. 아직도 책 낭독을 허락 안 하는 곳도 많거든요. 소설류는 접근이 쉽지 않고, 출판사에서 저작권료를 방송국에 요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도 저작권은 귀중한 권리라고 생각해서 철저히 출판사에 허락받고 진행해요. 물론 좋아하는 출판사도 있어서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 협력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시 콘서트는 시인 분들이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 '북 나레이터'나 '책 읽어주는 택시'처럼 책 읽어주는 다양한 일을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북 나레이터' 활동은 2기까지 하고 지금은 하지 않아요. 처음엔 낭독하는 시민을 뽑아 직접 낭독했을 때는 의미가 있었어요. 전에는 낭독이 많아 진행자와 '북 나레이터'가 나눠서 읽었거든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연락드리면 낭독해주세요.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계속 틀어주는 '책 읽어주는 택시'도 한 택시회사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택시에 탑승하는 승객들이 라디오를 통해 낭독해주는 책을 들을 수 있어요. 어느 기사님께서는 처음엔 좋은 줄 모르시다가 낭독이 좋아지셨다고도 해요. 다양한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봐요.

- 요즘 다양한 매체들이 넘쳐나는데, 라디오 애청자로서 '라디오의 죽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어요.

EBS 라디오 핵심 고객층이 30대 중후반부터 50대 중후반이에요. 젊은 층에서 라디오를 안 듣는다는 것이 방송사로서는 고민이에요. '라디오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제가 25년 전 EBS에 입사했을 때도 들었어요. 텔레비전의 힘이 워낙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더 많은 라디오 채널이 생기고 전문 방송으로 바뀌고 있잖아요. 70, 80, 90년대 음악채널과 시사정보채널, 색깔이 분명해 청취자들이 선호해서 듣게 되지 않을까요? 또한 차들이 많아졌어요. 저는 차에서 라디오 들어요. 음악용 CD는 왠지 재미가 없거든요.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그 기쁨이 있어요. 사연 소개에 '그때 나도 그런 생각 했는데' 그러면서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것만 살아 있다면 라디오는 죽지 않을 거다, 그게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 올해 EBS <책 읽는 라디오>가 계획하는 일들 가운데 소개해주신다면?

북 콘서트는 일 년에 한두 차례 해왔어요. 지난해 <음악이 흐르는 책방>에서도 청취자들을 모시고 수필을 읽어주고 가수가 직접 노래하는, 책과 어우러진 콘서트를 했죠. 또 방송편성표를 보면 중간에 1시간씩 '낭독 존'을 두고 앞부분은 고전 가운데 재미있던 것이나 소설류를 읽어주고 뒷부분에는 '드라마 한국사', '100인의 배우가 읽어 주는 100대 한국단편문학'으로 구성돼요. 3월부터 방송할 예정이에요. 한국 근현대문학의 주요한 중단편소설 100편을 읽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프로젝트예요. 나중에는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져요.

- 가수 홍대광 씨가 진행하는 오늘 방송에선 어떤 책을 읽어주나요?

홍대광 씨는 말할 때 따뜻한 청년 느낌이에요. 실제 기타 치는 '교회 오빠'래요. 오늘 방송에서는 책 <집밥>을 읽어요. 날마다 고정 수필 두 편을 읽어주는데, '오늘 그대와'에서는 힐링이 되는 수필, 5시 40분에 나가는 '맛있는 에세이'에서 음식을 라디오로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효과음 넣어주고 책을 읽어주면 그 의미가 살아나더라고요. 풍경 있는 수필에서는 여행에 관해서 기차 소리, 사람들 소음 효과를 미리 준비해서 생방송할 때 믹싱해서 해요. 김치찌개 끓이는 효과소리에 진행자가 침 넘어간다고 해요. 생방송이라서 낭독자들이 진행에 신경을 많이 쓰죠.

▲ 정정화 EBS 라디오 피디. ⓒ작은것이아름답다(정은영)

- 책은 많지만 안 읽는 시대, <책 읽어주는 라디오>가 '낭독 문화'를 퍼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에는 도서관에서 항상 낭독 모임이 있더라고요. 태국에서 가보니 큰 서점에서 저자와 사회가 낭독방송을 했어요. 한국에서도 낭독회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낭독회를 고정으로 했어요. 이런 생각을 같이 하는 뮤지션들과 좋은 책 들고 어디든지 가서 낭독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방송장비가 많고 생방송하다 보면 쉽게 움직이게 되지 않더라고요. 지자체에서도 산천어 축제도 중요한데, 인문학 축제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 낭독과 '라디오'는 소리를 매개로 하잖아요. 소리를 내어 소통할 때 관계에도 새로움이 깃든다고 봐요.

요즘 말 한마디 없이 문자로 소통하며 일하잖아요. 편하긴 하죠.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끝나야 하는 것 없이 바로 직접 본론을 말하니까요. 제 딸도 전화통화비보다 문자량이 많아 돈이 더 나가요. 하지만 목소리는 숨길 수가 없어요. 보이지 않아서 더 진실하게 들리는 것 같거든요. 저도 그래서 항상 진행자에게 '목소리만 나가니까 많이 가려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절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만 나가니까 다 드러난다'고 말해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진심으로 좋았던 책을 읽을 때 전달력이 훨씬 뛰어나거든요. 건성건성 읽기만 하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채요. DJ 목소리 들으면서 '이 사람 아프구나', '건성건성 읽는구나' 알아차릴 수 있거든요. 진행자도 공감한다고 하더라고요. 목소리는 솔직하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진실 되게 방송에 임해주면 좋겠다. 사람들은 안다고.'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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