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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권' 탕진과 절약의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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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권' 탕진과 절약의 갈림길에 서다

[함께 사는 길] 1992년 이후 기후정치, 그리고 미래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래, 세계 각국은 지구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다. 그 결과 2055년~2070년 사이 '탄소중립' 도달을 목표로,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첨예한 '기후정치'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막을 연 '신기후체제', 탄소 과다 배출국 대한민국은 연착륙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길>에서 일련의 과정을 숫자로 정리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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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3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0차 총회는 '5차 기후변화평가종합보고서'를 승인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영향은 95퍼센트 이상 수준으로 명백하다'고 확언했다.

■ 450
2013년 5월 9일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세계 기준 관측소)의 일일 대기 중 탄소평균농도가 관측이 시작된 1958년 이래 최초로 400ppm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12년 말 이미 400ppm을 돌파했다. 지구생태계가 대기 중 탄소농도 400ppm 이상이었던 때는 지구 전역이 녹지였던 적어도 200만 년 또는 거의 1000만 년 전 일이다. 현재의 탄소농도 증가추세라면 2040년 무렵 450ppm에 이를 것이고 이 수준조차 넘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파멸적인 기후재앙이 시작된다. 그전에 기후변화를 완화할 지구적 기후행동이 시작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만일 450ppm 이상 대기 중 탄소농도가 높아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 2
대기 중 탄소농도가 450ppm 이상이 되면 지구평균온도가 2도씨(℃) 이상 상승한다. 지난 133년(1880~2012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5℃(0.65~1.06℃) 상승했고, 현재의 탄소 배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2100년 지구평균온도는 4℃(3.7~4.8℃) 상승한다. 그것은 지구생태계의 파국, 인류사회의 파국을 의미한다. 파국을 회피할 최소한의 한계상승온도가 2℃이다. 2009년 코펜하겐총회(COP15)가 합의한 '코펜하겐협정문'은 '산업혁명 이전과 대비해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한다'는 기후변화 제한목표치를 공식 설정했다. 지속적인 450ppm 이하 대기 중 탄소농도 관리가 행해져야 한다.

0.06
대기 중 탄소농도를 450ppm 이하로 관리한다는 의미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탄소감축행동에는 재정이 필요하다. 2100년 지구의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필요한 재정 규모는, '2100년까지 세계경제성장률을 매년 1.6~3퍼센트로 잡을 때 그중의 0.06퍼센트(0.04~0.14퍼센트)'라고 IPCC는 추정했다. 그러나 <스턴보고서>의 저자인 니콜라스 스턴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비롯한 신기후체제의 승자들이 불러오는 고용, 보건 등의 약진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면 경제성장률의 손해는 그보다 훨씬 작아진다며 IPCC의 추정이 보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00,000,000,000
IPCC는 2100년 산업화 이전(1861~1880년) 대비 2℃ 이하로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제한하려면 2011~2100년 사이 지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을 1000GtCO2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89년간 쓸 지구의 '탄소 예산'이 1조 톤이란 뜻이다.

2014년 11월 20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펴낸 '2014 목표 대비 세계 탄소 배출량 격차 보고서(The Emissions Gap Report)'는 세계 각국이 발표한 탄소감축목표와 지구의 남은 탄소예산을 지킬 수 있는 실제 목표 배출량 사이의 배출량 격차를 추적했다. 탄소예산 시나리오로 보자면 늦어도 2055~2070년 사이에 세계는, 기후변화 영향력이 78퍼센트에 달하는 가장 많은 양과 영향력을 가진 온실기체인 '탄소'의 '배출/흡수 중립상태(탄소 중립)'에 도달해야만 한다. 또한 2080~2100년 사이에는 탄소보다 배출 총량은 적지만 단위당 영향력은 훨씬 큰 메탄 등의 나머지 온실기체들도 중립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2020년 세계의 목표 탄소 배출량은 440억 톤이지만, 각국이 내놓은 감축목표를 모두 달성한다고 해도 배출량이 적어도 520억 톤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소 80억 톤 이상 탄소 적자가 발생한다. 그 적자폭은 2030년에는 140억 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세계적인 수준의 탄소 감축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 2014년 12월 1일 시작된 2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전체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를 규율할 주요 원칙들에 합의했다. ⓒ환경부

1992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적 대응기제인 기후변화협약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이후 오늘날까지 세계 기후정치의 장에서 벌어진 모든 논의는 이 한 질문에 수렴된다. '지구탄소예산 1조 톤을 각 나라마다 얼마씩 배당할 것인가?'
탄소예산을 '탕진'하지 않기 위해 리우회의 참가국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절약'의 책임을 의무화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산업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망라한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을 나누어 갖자고 합의했다. 책임량 할당은 경제력을 기준으로 당사국들을 크게 부속서(Annex I, Annex Ⅱ) 그룹과 비부속서(Non-Annex I) 그룹으로 나누어 주어졌다. Annex I 그룹에는 1992년 협약 채택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들, 시장경제로 이행 중이던 동유럽 국가들이 포함됐다. Annex Ⅱ 그룹은 Annex I에 속한 국가들 중 동유럽 이행경제국가들을 뺀 산업 선진국들만 말한다. 이행경제국가의 사정을 배려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부속서 그룹의 산업 선진국들은 '의무적 탄소 감축 이행과 개도국에 기술과 재정지원' 의무를 지기로 했다. 한편 한국 등 비부속서 국가들은 자율적 감축계획 수립, 감축행동, 행동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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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교토총회(COP3)는 산업 선진국들의 감축의무를 명문화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채택했다. 부속서 국가들에게 2008~2012년(1차 공약기간) 사이에 ‘1990년 수준의 평균 5.2퍼센트 탄소감축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나머지 개도국 국가들은 여전히 자율적 참여를 하기로 했다. 한편 교토의정서는 청정개발체제(CDM),배출권거래제(ETS), 공동이행제도(JI)로 대표되는 신축성 메커니즘(Flexibility Mechanism)이라는 감축방법도 채택했다. 채택된 행동목표와 행동방법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선진국의 '예외 없는 책임론'과 개도국의 '역사적 책임론'이 맞서며 세계기후정치는 긴 국가이기주의의 이전투구로 빠져들어 갔다.

2007년 발리총회(COP13)는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이 종료되면, 교토의정서 불참 선진국과 개도국까지 참여시키는 2012 이후 체제(POST-2012체제)를 2009년 코펜하겐총회(COP15)에서 출범시키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선진국 대 개도국의 충돌로 코펜하겐총회는 POST-2012 체제를 출범시키지 못했다. 대신 2010년 칸쿤총회(COP16)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2020년까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리우회의로부터 시작된 기후변화협약체제가 20주년을 맞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더반총회(COP17)는 더 이상 무력한 기후행동이 계속되면 안 된다는 세계여론 속에 열렸다. 당사국들은 '2020년 이후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더반플랫폼(Durban Platform)'을 채택하고 관련 협상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신기후체제 타결시한은 2015년으로 잡았다.
2012년 도하총회(COP18)는 교토의정서의 제2차 공약기간(2013~2020년)을 설정했지만 1차에 이어 2차 공약기간에도 지구촌의 탄소 감축행동은 미력했다. 1차 공약기간에 불참했던 미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 기존 참여국들 가운데 대규모 탄소 배출국들이 불참한 탓에 2차 공약기간 감축행동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배출량 합계가 세계 총배출량의 15퍼센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리우회의로부터 20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할 귀중한 시간을 책임의 범주와 정도를 다투고 탄소예산 할당량을 다투며 낭비했다. 미국의 불참,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선발 개도국들의 비협조 탓도 컸다. '기후변화의 잃어버린 20년'이 흘러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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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일 그동안 기후변화체제를 실질적으로 보이콧해온 미국과 선발 개도국의 좌장으로서 어떠한 탄소감축 발언도 하지 않던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탄소감축에 관한 합의를 만들어냈다. '잃어버린 20년'을 주도한 두 나라의 의미 있는 변화였다.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의 26~28퍼센트의 탄소감축을 하고, 중국은 2030년 이후에는 더 이상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세계 탄소 배출 1위와 2위 국가인 양국은 지구총탄소배출의 42퍼센트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는 거대 탄소 배출자들로서 2013년 세계 탄소 배출양의 거의 절반을 이 두 국가가 배출했다. 따라서 이들의 기후행동이 얼마 뒤 열릴 리마총회(COP20)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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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일 시작된 리마총회(COP20)에 모인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회원국들은 196개 국가였다. 이들은 1992년 이래 최초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전체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를 실질적으로 출범시켰다. '모두의 참여'는 역사적 진일보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응할 정도의 획기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리마선언'은 다음과 같은 합의를 담고 있다.
△공통의 차별화된 책임과 개별국가들의 책임 원칙을 '상이한 국가 조건의 관점'에서 지기로 한다. 이는 선진국-개도국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국가가 감축행동을 비롯한 책임을 가진다는 의미다.

△2020년부터 연간 1000억 달러씩 녹색기후기금(GCF)으로 선진국들이 출연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구체적 출연 계획을 짜자는 개도국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음 총회로 논의가 넘겨졌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수몰 위기에 처한 도서국가들이 강력하게 요구해오던 '손실과 피해' 보상의제도 두루뭉술한 원칙적 입장만 재확인되었고 구체적인 보상규정에 관한 논의는 다음 총회로 넘겨졌다.

△2013년 제19차 바르샤바 당사국총회는 '회원국은 2020년 이후의 자발적 탄소감축 기여공약(INDCs)을 COP21 이전에 사무국에 제출한다'고 합의했다. 리마회의에서 중국은 INDCs를 제출하는 데는 찬성하나 이것을 '공개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국가 주권의 침해라고 반발해 개별국가들의 감축계획을 국제사회가 검증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국가별 INDCs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사무국이 이를 모아 종합보고서를 내는 것만으로 개별국가의 장기기후행동을 강제할 수 있을까? 섭씨 2도 이하, 450ppm의 유지, 1조 톤 이하 탄소 배출이라는 2100년 대비 기후변화의 안전관리목표를 '자율성에 기반을 둔 신기후체제로 달성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검증의 강화, 기후목표 상의 탄소예산과 INDCs의 격차를 없앨 방법론 등에 관한 논의는 다음 총회로 넘겨졌다.

이로써 2015년 11월 열릴 파리총회(COP21)는 POST-2020 신기후체제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리우회의의 합의를 진전시킬 책임을 안게 됐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강제성이 없는 약한 수준으로 신기후체제 협정이 타결되길 바란다.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재원공여를 늘리고 과감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길 바란다. 그 사이의 선발 개도국들은 개도국 대우를 받아 탄소예산을 더 타내기를 바란다. 2100년의 기후파국을 막으려면 당장 '2020년부터 실질적으로 세계 총탄소 배출량이 줄기 시작해야 한다'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적한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가이기주의의 수라장에서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모든 회원국들이 동시에 빠져나와야 그것이 가능하다.

30 대 28.5
2014년 12월 1일 자 영국 <가디언>지는 리마회의를 다룬 기사 'Will Lima climate talks pave way for a binding treaty in Paris in 2015?'에서 한국을 비롯한 선발 개도국들의 행태를 이렇게 야유했다.

"신흥경제국 한국, 멕시코, 브라질은 현재 더 가난한 개도국 뒤에 숨어 있고 더 지속적인 감축목표 설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들의 배출량과 경제는 급속히 커졌지만 여전히 죽는 소릴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2020년 배출전망(BAU) 대비 30퍼센트 감축'이라는 자발적 목표를 국제사회에 선언했다. 비부속서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탄소 감축행동에 나선 국가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2009년 이후 한국의 실제 탄소 배출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2011년 이미 2020년 감축목표량의 28.5퍼센트(2005년 기준 대비)를 초과배출하고 있다. 선언과 행동이 다른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탄소감축제도의 하나인 '저탄소차협력금제'의 2015년 실시가 산업계의 반발로 좌초되어 2020년 이후로 미뤄졌다. 게다가 '배출권거래제도'는 산업계의 반발로 과도한 무상할당량 제공과 특혜로 얼룩진 채 출범하게 돼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6,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요 전망을 과도하게 높게 잡고 설비예비율을 그에 맞춰 늘려 잡는 바람에 탄소감축과는 거리가 먼 석탄화력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라며 핵발전의 비중을 높여 잡았다. 탄소 감축하자고 방사능 위험을 높이는 일은 반생명적이며 반기후적인 정책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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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7898억 달러로 세계 13위이고, 1인당 GDP도 2만8739달러로 세계 29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자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나 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경제를 위한 탄소정책이 지금까지 한국의 기후정치의 목적이었다면, 이제 지구와 인류를 위한 기후정의의 정치, 탄소정책으로 전환을 피할 수 없다. 올해 연말 파리총회(COP21)에서 신기후체제 출범이 확정되면 한국은 더 이상 개도국이 아니다. 단지 탄소 배출 세계 7위 국가일 뿐이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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