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김경준 또 송환연기 신청하자 정치권 '발칵'

앞에선 "들어와 처벌받아야"…뒤에선 '귀국 저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한국 송환연기 신청을 또 다시 미국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는 "귀국해 처벌 받으라"는 입장을 밝혀 왔던 이 후보가 사실상 '귀국저지'를 위한 법률적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셈이다.

"들어와 처벌받으라"더니…

<한겨레>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의 법률 대리인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연방지방법원에 김 씨의 송환을 연기하고, 송환 결정재판에 자신을 당사자로 인정해 달라는 '재판개입 및 송환 연기신청'을 냈다.

김 씨는 지난 9일과 12일에 미국 연방 제9순회법원에 연기신청과 개입신청을 각각 제출했다 모두 기각당하자 이번에는 연방지방법원에 앞서 제출했던 신청과 같은 취지의 신청을 함께 냈다.

이명박 후보 본인은 지난 20일 한국노총 경기도본부 체육대회에 참가해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에서 죄를 저질렀으면 한국에 들어와서 조치를 받는 게 좋다"며 김 씨의 귀국을 촉구했었다.

"소름끼친다"…"국민 기만이다"…"후보가 직접 정리하라", 정치권 맹비난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즉각 맹비난을 퍼부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오충일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겉으로는 당당한 척 하면서 뒤로는 귀국을 방해하는 '이중 플레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뭐가 두려워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이토록 김 씨의 귀국을 막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오 대표는 "어느 분 말씀대로 이명박 후보의 의혹은 파도파도 끝이 없는 양파같다"며 "이런 면만 봐도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 후보가 '김 씨는 귀국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어느 정도 진실성에 희망을 걸었었다"면서 "하지만 또 다시 송환연기 신청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소름이 끼칠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이 후보 측이 이런 이중플레이를 계속하면 할수록 이 후보의 BBK 연루의혹은 해소되지 못한 채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후보는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이중플레이 정도를 넘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면서 "이 후보는 선거만 끝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당선된 대통령에게 어떤 정통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국현 후보 측의 김갑수 사이버 대변인도 "이 후보는 귀국해 재판을 받으라고 하고, 의원들은 육탄방어하고, 변호사는 저지하는 '삼중플레이'가 아니냐"면서 "이 후보가 직접 (김경준 씨의) 국정감사 증인채택 저지와 김백준 씨의 행위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김 씨의 귀국을 대외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 "기각결정에 따른 자동조치…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반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김백준 씨가 송환연기 신청을 낸 것은) 연방순회법원의 기각 결정에 따른 자동적인 조치였다"면서 "앞으로는 김경준 씨 송환 연기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서 논란의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연기신청을 한 것은) 민사소송 차원에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의 '이중플레이 논란'과 관련해 정 의원은 "(이 후보의 발언과 송환연기 신청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김경준 씨의 귀국에 신당 정동영 후보 측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라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