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이완구 녹취록' 유출에 관해 사과문을 내 빈축을 사는 가운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녹취록 가운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한국> 승명호 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밝힌 내용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 기사 : "한국일보, 이완구 녹취록 관련 '사과문' 논란", "사과문 띄운 한국일보, 이완구 채찍에 굴복했나")
12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이완구 미공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함께 한 문제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국일보 승 회장? 그 형 은호가 (나와) 보통 관계가 아니다"라며 "나는 그 양반이 한국일보 맡을 줄 몰랐다, 도지사 그만 두고 일본 갔었을 때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과거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 승 회장의 형인 승은호 코린도 회장의 집에 7개월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동석한 기자들에게 승 회장과의 인연을 얘기하며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특히 김모 전임 정치부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깁니다. 김○○이도 지금 인터넷 상무 하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까지 40년 지탱하고 살아온 거지. 우리나라 정치판이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또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나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나도 나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후보자의 발언은 실제로 이 후보자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한국> 기자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했다. 실제 <한국>은 자사 기자가 녹취 내용을 사내 보고했음에도 보도하지 않았고, 지난 10일 1면에 낸 사고에서는 녹취록 비보도에 대한 사과 없이 해당 기자가 녹취록을 야당에 넘긴 행위에 대해서만 '사과'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이같은 <한국>의 태도에 대해 "이완구의 설명과 논리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이완구 후보의 '아무도 모르게 죽인다'는 채찍에 굴복했거나, '총장 시켜주겠다'는 당근에 회유당한 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고재학 <한국>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일보 기자가 있어서 과시성 발언을 한 것으로 현장 기자도 그렇게 느꼈고 정치부 데스크도 그렇게 판단해 편집회의 안건으로 안 올렸다"고 설명했다. 고 국장은 "이 후보자와 승명호 회장은 일면식도 없고 승 회장과 친하다고 해서 보도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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