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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주는 기사가 부리고, 떼돈은 SK-LG가 벌고"

[박점규의 동행]<48> SK-LG 수리기사들이 광고탑에 오른 이유

"전광판이 앞뒤로 바람을 막아줘서 그나마 괜찮아요. 저희보다 맨바닥에서 한뎃잠을 자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이 더 추울 거예요."

지난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우표박물관 앞 20m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 그의 수줍은 듯 씩씩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고공농성 일주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와 눈보라와 초강풍이 전광판을 때리지만, 장연의 팀장과 LG유플러스 강세웅 조직부장은 씩씩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는 광고탑을 '바람 불지 않는 냉장고'라고 부릅니다. 강풍이 휘감아 돌아 비닐 천막을 찢어버리는 70m 상공 쌍용자동차나 스타케미칼 굴뚝에 비하면 호텔이라고 말합니다. 우체국에서 전광판 전원을 차단해 춥지만 전자파의 고통을 시달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합니다.

▲장연의, 강세웅 조합원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우표박물관 앞 광고탑. ⓒ희망연대노조

인천에서 함께 살고 있는 홀어머니께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고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눈에 광고탑 농성을 전하는 뉴스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전화에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따뜻한 곳에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통신 3사 가입자 매출액 급성장, TV광고 독차지

주말과 토요일 저녁, 황금 시간에 텔레비전을 봅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올레 광고가 쉬지 않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아이가 있는 집에 엄마의 마음을 잇자", "부모님 집에 손주의 재롱을 잇자"는 따뜻한 광고가 나옵니다. IPTV에서 아이를 보는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환하게 웃습니다.

LG유플러스는 영화배우 김윤진 황정민이 "이제는 무한 사랑이다"라며 "유플러스 쥑이네"라고 광고합니다. 어느 기자가 외국 배우의 입국 장면을 특종으로 내보내며 "동영상 보낼 때 가장 빠른 유플러스 3밴드 LTE"를 광고합니다. '기가 팍팍' KT올레도 쉴 새 없이 광고를 쏟아냅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올렸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5% 증가한 2조6544억원 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IPTV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IPTV, 이동전화 결합 상품으로 가입자가 24만 명이 늘어 누적 가입자가 282만 명이나 됩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IPTV와 유무선 부문에서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IPTV 가입자가 155만 명에서 195만 명으로 25.8% 늘었습니다. 지난해 무선 부문에서만 매출 5조2117억 원을 기록했고, 가입자 역시 1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KT올레 통신 3사는 지난해 TV부문에서 총 2조3695억 원을 벌어들여 전년 대비 20.7%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마름, 머슴, 노비, 곰, 그리고 떼돈 버는 왕서방

통신재벌들이 불황 속에서도 대박을 터뜨리며 떼돈을 벌어다 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초고속인터넷과 IPTV 설치기사들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91개 행복센터 4500명, LG유플러스 70개 고객센터 3500여 명의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하청 노동자입니다. 고객센터마다 50명 안팎의 설치수리 기사들이 있는데 모두 비정규직입니다. 통신 재벌들에게 떼돈을 벌어다주는 IPTV를 설치하기 위해, 새벽별 보고 출근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전봇대와 아파트 옥상을 오르내립니다.

전선을 감아놓은 테이프가 벗겨져 380V 가로등 전기에 감전되고 전봇대에서 떨어지는 등 위험천만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휴일도 없이 일하는 기사들이 집에 가져가는 월급은 200만 원도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이들은 4대 보험이라도 적용됩니다. 하지만 고객센터와 소사장으로 계약을 맺은 기사들은 하청의 재하청으로 다단계 도급계약으로 일합니다. 최소한의 고정급도 없이 건당 실적으로 자신의 임금을 채우고 있습니다.

소사장이라고 하면서 정시간 출퇴근에 각종 실적관리 대상으로 한 달에 50~70만 원 가까이 차감을 적용받아 왔습니다. 하청 기사들과 똑같이 고객센터와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노조를 만들자 사용자들은 갑자기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며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곰은 마름이 부려먹고 왕서방이 떼돈을 벌고 있습니다. 마름 밑에 머슴, 노비를 두면서 진짜 사장 통신재벌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기사들을 부려먹는 신종 왕서방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진짜 사장 가리는 경총 장막 걷어내야

삼성전자서비스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 13년 연속 1위에 2014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서비스센터 부문 3년 연속 1위라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184개 서비스센터 중에서 직영센터는 7개뿐입니다. 전국 177개 센터에서 일하는 6000여 명의 기사들이 모두 비정규직 하청기사입니다.

참다못한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두 명의 노동자가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죽고, 장기 파업을 하고 나서야 노조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진주와 마산센터를 폐업하고, 센터를 통폐합해 노조를 없애려고 합니다.

진주센터가 거창센터 사장에게 인수돼 재개장했지만 11개월 계약에 6개월 수습기간을 두는 근로계약서를 쓰라고 하고 있습니다. 10년, 20년 일한 기술자들을 수습생 취급하고 노예계약서를 쓰라는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서비스입니다.

지난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경총과 임금 및 단체교섭을 타결했습니다. 그런데 경총에서 교섭권을 위임한 것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니고, 50여개 하청업체 사장들이었습니다. 서비스센터를 폐업하고,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삼성전자서비스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경총은 하청업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항변합니다.

지금 똑같은 일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청업체 사장들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은 원청과 하청의 핑계를 대며 '시간 끌기-노조 깨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임금인상, 다단계하도급 금지, 조합원 복지기금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경총은 '희망연대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불법행위의 문제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 "정부는 희망연대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엄정히 대처해 법치주의를 확립해 불법투쟁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의성실에 따른 교섭 당사자를 처벌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2013~2014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경총과 맺은 단체협약이 종이 쪼가리가 되는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진짜 사장을 교섭에 끌어내야 합니다. 정규직 전환을 당장 쟁취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하청업체 사장들과 맺은 협약의 보장을 받아내야 합니다. 이를 가로막고 있는 서 있는 경총이라는 장막을 걷어내야 가능합니다.

검경, 비정규직 8명 영장청구…법원 모두 석방

요즘 서울의 경찰들은 바쁩니다. 범인을 잡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서울시내에서 고공농성을 할 만한 장소를 지키느라 밤을 새웁니다. 경찰은 한 노조간부에게 서울시내 주요 고공농성 장소 40곳을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광화문 아파트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을 20여명의 경찰이 밤낮으로 지킵니다. 지난 해 씨앤앰 사내하청 노동자 강성덕 임정균 씨가 올랐던 파이낸스빌딩 앞 광고탑에서 사복과 정복 경찰이 번갈아가며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주변의 고층 건물 옥상은 소방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모두 자물쇠로 잠그게 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올라가지 못하게 합니다.

노동법을 어기고,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떼돈을 챙겨가는 악질 왕서방들을 잡아넣어야 할 검찰과 경찰의 수갑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목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18일 씨앤앰 노동자들의 MBK 사무실 항의방문을 이유로 희망연대노조 박대성 조직국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석방됐습니다. 12월5일에도 씨앤앰 한삼래 조합원이 연행돼 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고, 12월10일 김석우 부지부장이 연행됐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났습니다.

12월15일 LG유플러스 본사 집회 도중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김장현 조직부장이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12월 30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습니다. 1월6일 SK그룹본사 항의방문에서 경찰에 의해 222명이 연행돼 3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었습니다. 이 중 두 명이 석방됐고, 구속된 정규덕 부지부장도 22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습니다.

경찰은 지난 2월5일 '정리해고-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걸고 3차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는 SK, LG, 기륭전자 등 노동자들을 6명이나 연행했습니다. 경찰은 기륭전자 유흥희 분회장을 세월호 집회와 엮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풀려났습니다.

대한민국 검경은 지난 9월부터 6개월 동안 서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8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6명이 석방되고, 영장이 발부된 두 명도 16일 만에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습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8명 모두 구속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광고탑에 오른 SK, LG 비정규직 설치기사들

장연의 연대팀장은 인천 계양구 SK브로드밴드 고객센터에서 설치와 수리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2013년 하청업체는 그를 건당 수리비를 받는 하도급기사로 일방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는 하청의 하청, 비정규직의 비정규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를 앞두고 20m 광고탑에 서 있는 장연의 팀장은 말합니다. 재주는 설치기사들이 부리고 떼돈을 버는 왕서방들이 나오라고. '진짜 사장'이 나와서 직접 해결하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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