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인 17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 북한 주장 대변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사실상의 친북정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자는 것이었는데 노무현 정부는 엄청난 지원을 약속하고도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면서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한 눈치보기에만 급급하지 통일정책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중심의 통일원칙을 부정하고 이를 확고히 하자는 보수세력을 수구·반통일 세력으로 매도하는 북한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임기가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 6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퍼주기를 약속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퍼주기가 아니다"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그럼 퍼주시기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통일부가 제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북한이 노래하면 그 장단에 춤을 추이나 추고 있다는 '북창남수(北唱南隨)'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통일부는 이름을 '북창남수부'로 바꿔야 한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이해봉 의원은 "통일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통일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개발지원에 필요한 자금은 2020년까지 약 63조 원에 달한다"면서 "북한에 대해서 개혁·개방이라는 말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이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희태 의원은 "이 정권은 대북정책으로 평화와 번영을 내 세우고 있는데 평화가 아닌 굴종, 번영이 아닌 빈곤을 보여줬다고 혹평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북핵이 폐기돼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만 평화가 이뤄질 수 있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있어야만 번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개방에 대해선 한 마디 말도 못 하면서 혈세를 퍼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장관이 "그렇지 않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박 의원은 "무슨 소리냐. 그렇게 퍼주면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이냐"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한나라,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최성 의원은 "경제협력 비용을 두고 30조 원이니, 60조 원이니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번 정상회담의 경제적 효과는 약 1500억 달러로 투입비용의 10배 이상"이라면서 "수구냉전 세력들은 '퍼주기'라는 이름으로 투입되는 비용의 수치만 환상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의원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김영삼 정부의 이양호 국방장관도 'NLL은 우리 어선이 북한에 너무 가까이 가면 잡혀갈 수 있기 때문에 북쪽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그어 놓은 선'이라고 했었는데 한나라당은 왜 자신들의 과거 주장을 뒤집는가"라면서 "한나라당의 요즘 주장에 혼란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문희상 의원도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고 또 실질적 전환점이 됐다"면서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기도에 남한이 말려들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반세기 동안 한반도를 지배해 온 냉전적 사고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대북정책도 도마에
이날 국감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으로 한때 한나라당 의원들과 신당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최성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비핵개방3000 구상'은 온갖 지원방안을 담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를 봐도 예산이 얼마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불법 무단복제품"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색깔론 공세로 보수세력의 표를 확보하고, 정상회담 이후 참으로 어렵게 성사시킨 남북평화프로세스를 이 종이 한 장짜리 공약으로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최 의원은 질의의 상당시간을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했다"면서 "특히 이 후보의 공약을 두고 '불법 무단복제품'이라는 허무맹랑한 용어를 쓴 것은 언어의 폭력일 뿐 아니라 햇볕정책을 주장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모독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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