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은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 주력산업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 중국은 경제를 넘어 문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 수도 베이징의 문화예술 산업의 랜드 마크로 자리하고 있는 '798예술구'(七九八藝術區)가 주목을 끈다.
2006년 중국 문화부가 '창의형(創意型)도시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이에 부합하는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2012년 4월 중국문화창의산업(創意産業)사이트 자료에 의하면, 중국문화창의산업지역(中國文化創意産業地區)은 전국에 총 1216개이며 광둥·상하이·장쑤·저쟝·산둥·베이징 순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에는 총69개의 문화창의산업지구가 있으며(<중국일보>, 2012.4.23.) 798예술구가 그 중 대표적이다.
798예술구는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하며 면적은 약 60여 만 제곱미터이다. 원래 이곳은 1954년 구소련과 동독의 지원 아래 세워진 군수무기 공장으로서 중국의 공업화를 대표하던 지역이었다. 당시 중국공산당은 국가의 주요시설인 중공업 공장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장 이름대신 700, 706, 707, 718, 751, 797, 798 공장과 같은 일괄 번호를 부여했다. 그러나 냉전 이후 무기 산업이 활력을 잃었고 1990년대 들어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으로 인해 칠성화전과학기술그룹(七星華電科技集團)이 일부 공장을 통폐합하였다.
무거운 중공업 공장이 감성의 문화예술과 조우하게 된 것은 1997년 중앙미술학원 조소과 교수가 이곳을 임대하여 들어오면서부터다. 해외에서는 2002년 미국인 로버트 버넬이 최초로 입주한 이래로 해외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외 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을 작업실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구로서의 초기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798예술구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200만 명을 웃돌며, 2012년을 기준으로 벨기에 울렌스 현대미술센타(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미국 페이스 갤러리(Pace Wildenstein) 등 약 400여 개 해외문화예술 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798예술구는 특히 2008년 올림픽 준비를 위해 '시급(市級)문화창의산업지구'로 지정되어 베이징시의 현대예술과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베이징은 798예술구를 어떠한 창의형 도시로 건설했을까?
798예술구는 베이징의 '시간과 공간', '역사와 현실', '공업과 예술'이 결합하여 탄생한 베이징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이다. 뉴욕의 소호(SOHO) 지역처럼 버려진 공장지대에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점차 예술의 거리로 형성된 경우와 유사하다.
많은 나라들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남겨진 폐기 공간'들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왔다. 중국 정부는 역사적 상징물로 전락할 수 있었던 798예술구를 새로운 지역 문화예술 공간(文化創意地區)으로 탈바꿈함으로써 공업에서 예술로, 역사에서 현실로 이어진 문화예술 공간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처럼 798예술구는 중국 정부와 베이징 시정부의 도시문화정책을 통해 계획적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 역사와 현실, 공업과 예술이라는 대립적일 수 있는 특성들을 조화롭게 잘 운용해나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798예술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외 문화예술계에 주목을 받으면서 자본과 상업화 논리의 지배를 받아 예술중심 지역에서 상업중심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자본의 논리에 의해 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예술가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 둘 씩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갤러리, 패션숍, 카페, 레스토랑, 편의시설 등이 채워나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문화산업은 국가(문화부)나 시정부가 선도하는 관방 주도형이며, 문화자체의 발전에 주목하기 보다는 산업적인 측면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 문화창의산업지구 정책은 국가발전전략에서 출발한 것이며 798예술구 역시 시정부의 창의형도시건설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므로 이러한 지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과 상업은 병존할 수 있고, 예술과 문화는 일종의 자본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상업적이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세속적인 것이라고 말할 순 없으며,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이 꼭 배고파야 할 이유도 없다. 더불어 모든 예술이 대중적일 필요는 없지만, 예술작품이 일단 예술가의 손에서 나오면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해야 한다.
현 사회에서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다. 산업화한 문화예술, 상품화한 문화콘텐츠는 대중의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 혹은 지역경제발전, 나아가 국가 문화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798예술구가 진정한 문화공간으로 재창출되고 양질의 문화체감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면에 경도되는 부분을 지양하고 양질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베이징시 문화창의산업촉진중심과 베이징시 선전부는 798예술구를 문화창의중심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과 베이징 시정부는 중국과학원문화연구중심, 베이징사범대학 문화창의산업연구원, 중국인민대학문화과기원 등과 '산-학-연'을 맺어 다양한 유관활동을 펼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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