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친박' 보다 나은 김무성, 결국 '명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친박' 보다 나은 김무성, 결국 '명박'?"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자신감 과잉' 김무성의 '복지 과잉' 거짓말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로 자신감이 '과잉'됐던 탓일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최한 전국최고경영자연찬회에서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 온다",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혹세무민의 거짓말이다.

공교롭게도 김무성 대표가 경총 회원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나던 날 국내 언론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김 대표에겐 중요했을 뉴스를 온 나라에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교 자료가 그것이다.

OECD 자료를 살펴보면서 다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으로 '과잉'은 커녕 '결핍' 상태다. 반면, 복지가 '과잉'된 나라들을 보면 국민은 나태해지지 않고 부정부패도 적다. 끝으로 복지 수준의 향상과 국민의 도덕적 해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

복지 지출 비중 많을수록 노동생산성 높고 적을수록 노동생산성도 낮다

경제 규모로 따졌을 때 대한민국보다 복지에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쏟아 붓는 '복지 과잉' 상위 10개국(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을 보자. 어느 나라가 국민 나태가 만연하고, 부정부패가 대한민국보다 심한가. 김 대표 같은 사람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남유럽 나라를 꼽으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생산성본부가 2012년 OECD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통계를 정리한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은 30.4달러로 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28위였는데 반해, 스페인 14위(50.7달러), 이탈리아 16위(48.1달러), 포르투갈 27위(30.6달러)였다.

위에 꼽은 '복지 과잉' 나라들의 노동생산성 순위를 보면 프랑스 5위(60.6 달러), 핀란드 15위(50.2달러), 벨기에 3위(63달러), 덴마크 8위(60.4달러), 오스트리아 12위(54.1달러), 스웨덴 11위(54.5달러), 독일 9위(59.2달러)로 대한민국의 노동생산성보다 높았다. 반면 우리보다 복지 지출 비중이 적은 칠레와 멕시코는 33위(26.2달러)와 34위(19.6달러)로 대한민국과 함께 꼴찌 그룹에 속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제38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해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연합뉴스

'복지 과잉' 덴마크, 부패인식지수에서도 1위…대한민국은 27위

"복지 과잉은 부정부패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어떤가.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3년 대한민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전 세계 177개국 중 46위였다. 100점 만점에 대한민국은 55점을 받았는데, OECD 34개국 평균이 68.6점이었다. 대한민국의 순위는 역시 꼴찌 수준인 27위. 반대로 복지가 '과잉'된 덴마크가 뉴질랜드와 더불어 1위를 했고, 핀란드와 스웨덴이 공동 3위였다.

국제투명성기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14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볼 수 있다. 조사 대상 175개국 중 프랑스 26위, 핀란드 3위, 벨기에 15위, 덴마크 1위, 이탈리아 69위, 오스트리아 23위, 스웨덴 4위, 스페인 37위, 독일 12위, 포르투갈 31위, 우리 대한민국은 43위다.

2009년 39위였던 대한한국의 부패순위는 이명박 정권이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4자방)' 투자를 본격화되던 2011년 43위로 밀려난 뒤, 5년이 넘도록 4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OECD 통계를 보면, 복지와 부정부패는 아무 연결고리가 없다. 거꾸로 국제적인 추세는 복지가 약할수록 부정부패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조합이 강할수록 부정부패가 없고, 대한민국과 멕시코처럼 노동조합이 약할수록 부정부패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제 비교는 복지가 형편없고 노동조합이 약할수록 정부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짐을 보여준다.

김무성 대표가 한 말 가운데 맞는 말도 있었다. "복지는 재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게 그렇다. 그러면서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올릴 것인가를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대목에서 삼천포로 빠졌다.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하는 것은 우파에서 주장하고,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좌파에서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70% 이하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좌파는)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줘야한다는 것"이라며 우파인 본인의 속내를 드러냈다.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본심 말이다.

김 대표가 재정보고서에 나오는 델타(△) 표시가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일 년도 안 된 일이다. 그 후로 경제 공부를 더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복지 공부는 안하신 듯하다. 현대 국가의 복지는 보편적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법치(the rule of law)를 선별적으로 할 수 없듯이 복지도 선별적으로 할 수 없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듯, 복지 앞에 만민이 평등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선별적 복지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건희 회장 손자' 들먹이는 김무성 대표에게 '독재의 냄새'가 난다?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 복지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김 대표의 발언은 부유한 특권층에게는 법치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부자든 가난하든 누구나 국민이다. 국민 모두는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복지 혜택의 재원을 세금으로 부담할 의무가 있다.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 제공될 5천원 안팎의 학교 점심을 위해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는 자기의 소득과 수입과 재산에 준하는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 복지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세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영어로 the rule by law가 있다. 우리말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영어 실력이 짧아 모르겠으나, the rule of law, 즉 법치가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라면, the rule by law는 독재의 전제조건이다. 후자의 질서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법 앞에 평등은 없다. 오히려 법이 지배계급의 도구로 피지배계급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적용된다. 같은 죄를 지어도 특권계급은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고, 보통사람은 감옥을 가는 것이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현대적 민주주의 국가라면 the rule of welfare가 되어야지. the rule by welfare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안타깝게도 국민을 좌와 우로 나누고, 선별과 보편으로 나누고, 사경을 헤매는 이건희 회장의 손자까지 들먹이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에서 법 앞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법치주의를 무력화하려는 독재자의 냄새를 맡았다면 필자가 과민한 것인가.

경상북도 군위군과 그리스, 공통점이 있다?!

요즘 개인적으로 경상북도 군위군에서 일어난 국고낭비 건을 알아보는 중이다. 주민숙원 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농사용 저수지를 공원으로 만들고, 몇 사람 다니지도 않는 산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마을 주민 숙원 사업이라며 원두막을 세우고, 계곡물 흘러넘친다며 사방댐을 건설했다. 공무원들은 합법적이라지만, 내가 보기엔 마을 주민들을 '채찍과 당근'으로 장악한 마을 이장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사업이라는 혐의가 농후하다. 누가 봐도 주민숙원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마을 주민이 아니라 마을 이장이기 때문이다.

여기 들어간 나랏돈이 10억 원 안팎이다. 군위군에서 공부하는 초중고생 전부에게 들어가는 연간 급식비용이 6억 원이다. 군위군청 공무원들에게 따지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억울하면 감사를 넣든가 고발을 하던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일이 이 마을에서만, 아니 군위군에서만 일어났겠는가. 정치권과 정부가 앞장서서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나태'만 잡아내도 무상급식 재원 마련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복지 과잉'이 문제가 된 나라로 그리스를 내세웠다고 한다. 이 역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그리스는 보편적 복지가 실패하고 선별적 복지가 횡행한 대표적인 나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군위군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보편적 복지라는 좋은 말을 놔두고, '복지 과잉'이라는 나쁜 말을 썼다는 점에서 김무성 대표가 정치 고수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의 귀에는 앞말보다 뒷말이 솔깃할 것이기 때문이다. 능수능란한 김 대표는 복지라는 음식에 나태, 부정부패, 도덕적 해이라는 오물을 비벼놓았다. 일부 '불순분자'들을 제외한다면 더러운 복지를 좋아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이 진실은 물론 사실에 서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친박'보다 나은가 했는데 '비박'도 '명박'을 벗어날 순 없는 모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