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해 새로운 갈등현안으로 떠오른 군(軍)관사 이전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군 관사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기지 내 이전'을 국방부가 최초에는 수용하겠다고 밝혔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면서 국방부를 움직일 윗선(?)은 청와대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된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4일 제327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으로부터 2015년도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군 관사 반대 농성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 및 갈등해결을 위한 원희룡 지사의 정치력 문제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제주도는 의원들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도지사의 중재 노력을 강조하던 중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방부-제주도 관계자를 참석시켜 중재안을 마련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홍봉기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장은 "지사께서 정치력을 발휘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방부에 군 관사의 기지 내 유휴지 이전 검토를 제시했다. 그 자리에는 박정하 정무부지사와 해군참모차장이 참석했었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김무성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국방부도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나중에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당혹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실은 이기재 서울본부장도 확인했다. 다만, 이 본부장은 '청와대 배후설'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오히려 국방부 내 강경파(매파)가 주도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황국 의원(용담1·2동, 새누리당)이 "제주도가 국방부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냐"며 "아무리 그래도 이 사안을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청와대, 대통령 밖에 더 있겠느냐"고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 본부장은 "그건 추론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 대표가 움직여서 중재가 성사됐지만, 행정대집행이 이뤄져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본부장은 또 "저도 국방부에 다녀왔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듯하다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국방부 내에는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분위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집권당 대표와 제주도가 움직였는데 국방부가 이를 무시했다면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는 제주도민을 무시한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지난 1월19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최고위원회에서 강정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강정마을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 간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이는 집권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군관사 문제에 대해 "이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해군이 법만 내세울 게 아니라 주민과의 갈등을 지혜롭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정무적 판단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여당이 중재의 힘을 실어 달라"고 김무성 대표에게 'SOS'를 보냈다.
김무성 대표의 중재 노력은 이 같은 원 지사의 협조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대표이면서 차기 대권주자의 중재 노력까지 허사가 되면서 갈등해결의 단초를 기대했던 제주도뿐 아니라 김 대표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익명한 요구한 한 고위공직자는 "집권여당 대표의 중재가 뒤집어진 사안이다. 현재로서 여당 대표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사실상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한편 해군기지 관사 건립사업은 2012년 616세대로 예정됐지만 강정주민들의 반발로 2013년 3월 384세대로 축소 변경됐다가 그해 8월 다시 72세대로 축소됐다.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군관사 건설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을 승인 고시했고, 해군본부는 지난 10월 건축허가를 받아 2015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첫 삽을 떴다.
문제는 72세대 규모의 군관사가 기지 밖 강정마을 안에 건립되면서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군관사 건립사업 반대를 공식화하고, 지난해 11월13일 제주도를 방문해 군관사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해군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군관사를 마을 안에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1월31일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면서 주민들과의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