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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인도 핵개발에 침묵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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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인도 핵개발에 침묵하는 까닭은?

[정욱식 칼럼] '제2의 핵시대'와 미국의 이중잣대

인도가 1월 31일(현지시각) 1톤이 넘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인도의 핵미사일 전력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0km에 달하는 '아그니-5호'(Agni-V)이다. 지역적 경쟁자인 중국 전역을 공격 범위 내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 미사일은 2012년과 2013년에도 시험 발사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각별한 주목을 끄는 이유는 최초로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다는 데에 있다.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면 고정식 발사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생존율과 신속한 발사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만큼 인도의 핵전력이 한 차원 높아졌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번 발사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 직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1월 27~28일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중국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부상이 아시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양국의 공동 대처가 절실하다는 점에 공감을 이뤘다는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월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강화뿐만 아니라 미국-인도-호주-일본 등을 잇는 다자 관계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봉쇄망을 짜고 있는 미국에게 인도는 '서쪽'에서, 호주는 '남쪽'에서, 일본은 '동쪽'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핵심 국가들이다. 이를 주목해온 오바마 행정부는 이들 나라와의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다자간 군사협력을 제고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인도 방문을 통해 그 목적의 상당 부분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공교롭게도 인도의 미사일 발사는 양국 정상이 중국 견제 의사를 분명히 밝힌 직후에 나왔다.

그런데 인도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1998년 6월에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172호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는 98년 5월에 실시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연이은 핵실험 직후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에는 이들 두 나라에게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들 나라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침묵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중잣대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침묵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 나라와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는 핵협정을 체결해 인도 원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인도 끌어안기'의 핵심적인 의도는 '중국 봉쇄하기'에 있다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전 지구적으로 여러 가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우선 미국이 중국의 인접 국가들을 계속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면서 봉쇄망을 강화하자, 중국도 '신아시아 안보구상'을 내세워 중국식 다자군사관계를 수립하려고 한다. 아시아에서 진영 간의 대립 구도가 재현되는 양상이다.

핵 비확산 체제에도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구실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이중잣대를 들어왔다. 같은 NPT 비회원국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금지당한 인도와 자신을 왜 차별 대우하느냐는 불만이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국제규범이라는 게 '미국이 좋아하는 나라에겐 로맨스고 미국이 싫어하는 나라에겐 불륜'이라는 북한의 피해의식이 이번 인도의 미사일 발사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중대 기로에 선 이란 핵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란은 인도와는 달리 NPT 회원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란의 민수용 핵 활동은 최대한 억제하려고 하면서 인도의 핵 활동에는 협력하고 있다. 이란 역시 이러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협상 지렛대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올해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해 대량 살상을 자행한 지 70년째가 되는 해이다.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NPT 45주년이자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이 조약이 무기한 연장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핵의 미래는 암울하다. 미국의 비핵화 협상은 '북한 붕괴론'에 매몰되고 말았다. 이란 핵 협상도 미국 국내 정치가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체결한 핵 군축 조약은 하나둘씩 그 토대가 무너지고 있고, 그 대신 양국은 새로운 차원의 핵무기 현대화에 착수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와 봉쇄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핵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게 미국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고, 이에 따라 미국은 '제2의 핵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인류 사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핵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게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평화상을 선불로 받은 오바마가 인류 사회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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