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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친노·비노가 당권에 목숨거는 이유는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선거제도 ⑤ 공직후보의 선출방식

이번 주말에 있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와 비노의 계파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2014년 7월 새누리당의 전당대회에서 친박과 친이의 갈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우리 정치권의 계파갈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현재 연방총리이자 기민당 대표인 앙겔라 메르켈 관련 '친 메르켈' 그룹이라던가, 이전 총리였던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관련 '친 슈뢰더' 의원들이라는 계파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기민당이나 사민당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우리처럼 심각한 갈등을 드러내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관련기사 : 독일 정치인의 '도덕성 시비' 드문 이유는…) 왜 이와 같은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당권을 갖는 쪽이 공천권을 비롯하여 많은 것들을 독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도전하는 양측 모두 필사적이다. 반면에 독일의 당 대표 선거에서는 우리처럼 치열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막후에서 조종이 되면서 전당대회에서는 당선자의 득표율을 보여주는 정도이다. 간단히 말해 지역정치가 활성화되어 상향식 공천을 하는 독일과 중앙정치만 살아 있어서 하향식 공천을 하는 한국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계파가 생겨나는 것은 공직후보의 선출과정에서 특정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나 일부 실력자가 도와주었다면, 그에 따라 계파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하부의 당원조직이나 활동이 미약하기 때문에 중앙의 그러한 지원은 후보선출에 결정적인 반면, 독일에서는 해당지역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결정적이다. 우리는 권력이 위에 있는 것이고, 독일은 권력이 아래에 있다.

▲ 새정치연합 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게 된 박지원·문재인·이인영 의원(왼쪽부터). ⓒ프레시안 자료사진

공심위의 허구성

우리 거대 양당은 선거를 앞두고 소위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라는 것을 만들어 심사하고 후보를 결정한다. 이 공심위에는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목 하에 외부에서 인사들을 데려온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의 전형이다. 그것은 공심위원장이든 공심위원이든 이들도 자신을 부른 당 대표나 실력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당은 자신들의 공천이 공심위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공심위의 역할은 당 대표나 소수 권력자의 공천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들의 선출은 훨씬 더 자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 없는 공천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정당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설령 공심위가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점이 남는다. 공직후보의 선출이라는 정당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하나를 정당과 무관한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활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고, 당원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다. 정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기득권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정당참여를 앞장서서 막는 셈이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당 대표나 일부 소수가 거의 공천의 전권을 행사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친박학살'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별반 다를 게 없으나, 당 대표라 하더라도 그러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각 계파 간 나눠먹기가 성행하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본선보다도 치열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보다 계파색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런 식으로 등장한 대다수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도부의 의중에 반하는 소신 있는 발언을 하거나 국민의 뜻을 우선적으로 대변하기 힘들다. 다음 선거에서 재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 왜곡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공천권은 당원에게, 국민에게는 선거권을

따라서 당원들이 나서서 당 대표의 은연중의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폐기시켜야 한다. 그것은 당 대표나 소수 권력자의 뜻이 다수 당원들의 의사보다 더 낫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이유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란 당 대표의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거듭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00%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기존 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여론조사 과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며, 정당이나 정치의 활성화를 외면한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여론조사를 주도하는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임명을 둘러싸고 친박의 반대가 거센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내려놓고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공천제도로 공천혁명을 이루겠다고 한다. 그런데 투명한 공천제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공천을 하겠다고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여야의 일부 유명세를 가진 의원들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치인을 유명세와 인기투표로 선출하겠다는 발상으로 역시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공천권은 당원에게 돌려주어 정당활동이 살아나게 해야 하고, 국민들에게는 선거권을 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공천권 관련 문제는 구조적인 것으로 의원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조경태 의원이나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이들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이들이 다른 동료의원들과 달리 당 지도부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행동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도부의 공천권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공천이 당선을 보장하는 지역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공천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반대로 자신의 지역구 당원들의 의사나 유권자들의 민심에는 다른 의원들에 비해 훨씬 더 민감하다. 우리는 바로 여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법제화된 당원비밀투표에 의한 후보선출

독일에서 공직후보의 추천권은 정당(연방선거법 18조)과 유권자(20조)에게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구 후보의 추천은 정당이나 유권자에게 있는 반면에, 비례대표 후보의 추천은 반드시 정당만이 할 수 있다(27조).

신설정당이나 연방하원 또는 주 의회에서 연속적으로 최소 5석 이상의 의원들을 보유하지 못한 정당들은 늦어도 연방총선일 90일 이전에 지역후보(Direktkandidat)와 주별 정당명부(Landeslisten : 비례대표 명부)를 연방선거위원장에게 제출해야 하고(정강과 정책도 함께 제출), 연방선거위원회는 그들의 정당 인정 여부를 선거일 72일 이전에 확정해야 한다(18조 2~4항).

연방선거위원회가 하나의 정치결사체를 정당으로 인정하면, 이들은 각 지역구에서 자신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각 주에서는 비례대표 후보들을 추천할 수 있다. 한 정당은 각 지역구에 한 명의 후보만을, 또 각 주에서 하나의 정당명부(비례대표 명부)를 제출할 수 있다. 지역구 후보자 추천은 '지역구 선거위원장'에게, 정당명부는 '주 선거위원장'에게 늦어도 선거일 66일 이전까지 문서로 제출한다(19조).

정당의 지역구 후보는 선거권을 가진 지역구 당원들에 의한 '당원총회'(Mitgliederversammlung)에서 민주적인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되거나 또는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뽑힌 선거대리인들로 구성된 '대리인 총회'(Vertreterversammlung)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된다(21조 1~6항).

후보로 선출된 자가 반드시 당원일 필요는 없으나, 후보가 다른 정당의 당원이면 곤란하다. 각 정당은 반드시 지역구 후보추천 선거에 대한 프로토콜을 작성하고 이를 같이 제출해야 한다. 지역구 선거위원장은 이를 검토하고, 하자 발견 시 이를 해결하도록 요구하며, 이는 정해진 기한 내에서만 수정이 가능하다.

정당명부(비례대표 후보)는 지역구 후보의 선출과 동일한 방식으로 주별로 선출되며, 특히 비례대표의 순서는 반드시 비밀투표로 결정되어야 한다. 지역구 후보는 최소한 해당지역구 유권자 200인 이상, 주별 정당명부는 해당 주 유권자의 0.1%(최대 2000명)의 서명을 필요로 한다(27조). 지역구의 무소속 후보를 위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며, 다만 해당지역 유권자 200인 이상의 서명을 필요로 한다.

지구당을 부활하여 당원들에게 후보선출권을 주어야

지역구 후보를 당원들의 비밀투표로 선출하기 위해서는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중앙에만 집중하지 말고 광역단위로 내려보내고, 시도위원회는 다시 지역위원회로 나누어 주어 유명무실해진 지역의 정당 활동을 정상화해야 한다. 온라인에만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오프라인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우리가 실제로 생활하는 곳은 사이버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구당 위원장이 당원들을 관리하려고 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 당원들 자체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단순히 행사에나 동원되는 지역의 의원이나 위원장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당원들을 이렇게 취급하면서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 이유로 이를 폐지했던 것인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에게 지역위원장이나 여러 공직후보의 실질적인 선출권을 보장하면 돈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교회의 활동을 지켜보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전도활동이나 봉사활동은 하나님이 돈을 대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이 자기 돈으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선택한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이 마음에 들고 당원들의 권한이 보장된다면, 그들도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고 정당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비례대표를 광역단위로 선출하고 연임금지를 없애야

각 정당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거 때에 갑자기 후보로 데려오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이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이 중앙의 소수 권력자들에게 줄을 대도록 할 것이 아니라, 지역정당에 들어와 경쟁하고 활동하여 당원들의 지지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후보를 현행 전국구에서 광역시도 단위로 선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정당의 중앙집중화가 완화되고, 시도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상향식 정당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방의 광역시도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지방의 권력이 강화되도록 하여 지방분권의 추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 의원의 연임을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하여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비례로 국회에 들어온 의원들은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임기 내내 재선을 위한 자신의 지역구 찾기에 매진하고, 재공천을 위해 지도부의 돌격대 역할을 자원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들은 광역단위 당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하면 된다. 그들의 평가가 지도부의 뜻보다 정확하고 공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후보로 나올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도 있다. 당원들이 자기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서 반드시 당선시키고자 한다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공천방식이라면 곤란하겠지만, 그러한 결정은 어차피 당원들의 비밀투표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현실정치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는 권력을 얻기 힘들다. 기존의 방식을 어떤 형태로든지 넘어설 수 있을 때만이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 우리의 정치를 혁신하고 진정한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이제 밀실공천에서 벗어나 당원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선거구 획정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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