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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레임덕'이 야당을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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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레임덕'이 야당을 구원할까?

[주간 프레시안 뷰] 실력 없는 야당에 미래는 없다

두 가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는 풀렸습니다. 아무리 죽을 쒀도 40퍼센트(%)를 웃돌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날개 꺾인 듯 추락합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대로 내려앉은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죠. 영남권과 50대 이상 연령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콘크리트'가 균열을 보이자, '레임덕'이란 얘기가 튀어나옵니다.

다른 불가사의는 대통령이 아무리 죽을 쒀도 좀처럼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는 야당의 지지율입니다. 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20% 초반대를 맴돕니다. 정당 최대의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데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당 대표가 뽑히고 나면 좀 달라질까요? 무너지는 대통령 지지율과 꼼짝 않는 야당 지지율이 드러낸 현실은 간단합니다. 여야 관계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거죠.

여기에 새누리당 지지율 추이도 넣어봅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자고 나면 떨어지던 1월 한달, 새누리당 지지율은 40% 선에서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한국갤럽' 소폭 오름, '리얼미터' 소폭 하락).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도 서로 관계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겁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을 박 대통령이 견인하고 있다는 가정이 깨집니다. 뭉뚱그리면, 대중들이 광화문 정치와 여의도 정치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는 뜻이겠죠.

설명은 됩니다. 최근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이유로 꼽히는 사안들은 모두 청와대와 정부 책임으로 귀속됩니다. 비선개입 문건 유출 사태는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적 쇄신 요구를 가볍게 무시한 신년 메시지를 내놓은 당사자는 박 대통령입니다.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도 정부의 실정 탓입니다.

조사 방식의 차이도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선호도 조사가 아닙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묻습니다. 이슈에 따라 등락이 심한 편입니다. 박 대통령을 좋아해도 연말정산은 잘못됐다고 응답할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정당 지지율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고 묻는 선호도 조사입니다. 어지간하면, 지지하는 정당까지 바꾸지는 않습니다. 쉽게 오르지도, 갑자기 꺾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 현상일 수 있습니다. 단지 3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 때문에 레임덕이라고 규정하는 건 경계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오른다고 레임덕 해제령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최근의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추이는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많기 때문입니다.

▲ 박정희 전 대통령(왼쪽)과 퍼스트 레이디 시절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청와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깨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미지로 성공한 정치인입니다. '이미지 정치'를 나쁜 뜻으로 쓴 말이 아닙니다. 선거라는 절차로 완성되는 대의제의 속성상 대중들을 사로잡을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실력입니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상속 자산을 불려, 고고하면서도 원칙 있는 여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대중들 뇌리에 각인시켰습니다. 필요하면 다른 사람 이미지까지 흡수했습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으로부터, 경제민주화의 알맹이는 걷어찼을지언정, 이미지만큼은 제대로 뽑아 활용했죠.

지지율 30% 선 붕괴는 박근혜 정치의 골간인 '이미지 파열'을 뜻합니다.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암투는 마치 박정희 정권 말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흉흉합니다. 그런데도 '십상시'와 김기춘 비서실장 말곤 의지할 데 없는 처량한 대통령처럼 보입니다. 체감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2년이 지나도록 손에 잡히지 않은 '창조경제'를 3년째 우리 경제의 나아갈 길이라고 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 한다더니 '거위털'은 또 왜 그리 뽑아대는지요.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성과로 보여주지 못한 이미지 정치가 임계점에 이른 겁니다.

수습이 될까요? 개각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조기에 등판시켰습니다. 그런데 '또' 병역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본인은 일병 조기 제대, 차남은 면제라는군요. '해명 자판기'라고 불릴 정도로 이 후보자는 재깍재깍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병역 문제는 보수층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징후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노린 개각 효과는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청와대엔 특보단을 꾸렸습니다. 정무와 홍보기능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소통'에 관한 박 대통령의 다급함이 엿보입니다.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가 끝난 뒤, 박 대통령과 수석들의 대화 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걸 국민들이 알면 좀 달라질 거라는 기대에서겠죠. 하지만 역대 대통령치고 일 열심히 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얼마나 지독한 일벌레였습니까. 퇴임 2년 만에 열심히 일한 그 기록을 자서전으로 묶어 출간했지만, 그가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국정의 방향설정과 성과입니다. 연말정산 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데도 '증세 없는 복지'는 요지부동입니다. 세금 파동이 더 커질까 지레 겁먹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려던 오랜 계획을 갑자기 백지화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파문이 일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수요를 줄이겠다"는 발언으로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조세 불평등에 화가 난 월급쟁이들의 심정을, '혹시 내 아이도 그럴까' 불안한 부모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조치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수 신문과 새누리당이 먼저 한숨을 내쉽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 강도가 세지고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는 행보가 확연합니다. 비박계 대표 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보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도 못 하는 것이 무슨 민주정치냐"라고 쏘아붙이는가 하면, 친박계를 향해선 "소아병적 사고"라고 일갈합니다.

유승민 의원도 "지난 2년 간 대통령과 정부는 성공의 길을 걷지 못했다"며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증세 문제에도 "법인세,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모두를 백지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냈습니다. 오는 2월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만약 유 의원이 당선될 경우 새누리당의 원심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수치에서 드러나듯 박 대통령이 맞은 위기의 수혜자는 역설적이게도 새누리당입니다. 당과 청와대의 지지율 역전은 여권 내 권력 교체를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박 대통령의 위기 속에 '박근혜당'에서 탈피할 기회가 열리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야당의 기능을 새누리당이 대신하는 기현상은 낯설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여당 내 야당'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패턴의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박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데, 대중들이 새누리당을 유일한 정치적 수단으로 간주하는 흐름이 굳어진다면 새정치민주연합에겐 악몽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정권교체처럼 보이도록 한 착시현상을 이제라도 교정할 의무는 새정치연합의 몫입니다. 보수정부 7년의 적폐와 대비되는 새로움, 즉 ‘신상’을 대중들 앞에 내놓을 때도 됐습니다. 새롭지 않은 야당에게 정권교체는 헛꿈일 테니까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주목받지 못하는 건 그런 '신상'이 없어서입니다. 김대중·노무현의 비서실장이 맞붙은 당권 다툼은 그 자체로 과거지향적입니다. 아무리 당내 선거라지만 대북송금 특검, 계파 책임론 등 케케묵은 과거 일까지 들춰 공방을 벌일 뿐입니다.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를 해보겠다고 나선 정치인다운 담대한 구상도 보이지 않습니다. 연로한 당 자문위원들이 오죽하면 지금의 야당을 "가마솥 안의 개구리"에 비유했을까요. '세대교체'를 외치는 후보조차 이제 생물학적으로도 젊지 않습니다.

연말정산 논란이 복지 정책 전반의 후퇴로 이어질 조짐인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헛발질뿐입니다. '세금 폭탄' 공세는 잘못된 프레임이라는 비판 앞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증세는 '법인세 정상화'라는 레퍼토리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법인세 정상화가 증세 논의의 필수요건이라는 점을 부정하자는 게 아닙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버는 만큼 세금 내고 복지로 돌려받자는 공격적인 세금 논쟁을 주저하고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같은 값이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백지 검토" 발언이 대중들에게 훨씬 강렬하게 다가오는 까닭입니다.

지지율 합계 41%를 자랑하는 차기 대선후보군의 인기도가 야당의 정권교체를 보장할까요? 한때 불어온 '반기문 바람'에도 훅 날아가 버린 모래성입니다.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진다 해도 실력 없는 야당에게 미래는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정권도 실패하고 권력도 바뀌지 않는 구조, 국민들에겐 그만한 정치적 불행도 없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이하 '뷰)가 새단장을 합니다.

'뷰'는 그동안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과 프레시앙(유료 회원)에게 우선 제공됐으나, 오는 2월 5일부터는 독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관점이 있는 칼럼'으로 전환합니다.

분야 별 필진은 '정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경제' 정태인 칼폴라니 연구소 창립 준비위원(前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 '생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세월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2월 5일부터 바뀌는 '뷰', 많이 기대해 주세요. ('주간 프레시안 뷰' 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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