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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덫에 걸려 무너진 대통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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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덫에 걸려 무너진 대통령 지지율

[창비 주간논평] '콘크리트' 지지율은 왜 무너졌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들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1월 20~22일 실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평가가 30%, 부정평가가 60%였다. 이완구 총리 내정 등 인사 발표 직후 실시된 한국리서치 1월 23~24일 조사에서도 긍정평가가 35.6%에 그쳤고 부정평가는 56.3%였다. 정기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두 기관의 조사 모두 긍정평가는 취임 이후 가장 낮았고, 부정평가는 가장 높았다.

추세로 보면 상황은 더 나쁘다.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볼 때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11월말 이후 긍정평가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2개월 만에 14%포인트나 빠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낙폭에 버금가는 수치다. 한국리서치 조사도 비슷한 시기 14.4%포인트나 하락했다. 세월호와 같은 국가적 대참사가 없는 정상적인 국정운영 상황에서 오로지 내부적 리더십 요인에 의한 하락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상치 않은 지지율 하락

사실, 임기가 경과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대부분의 대통령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취임 직후엔 지지율이 80~90%에 이르는 등 높은 기대감 속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임기가 지날수록 지지도도 하락하면서 임기 후반에는 정상적인 국정이 어려운 레임덕 위기를 겪고는 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이젠하워 정도를 제외하면 임기가 경과할수록 예외 없이 지지율 하락이 일어났다. 이른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법칙’인 셈인데, 임기 초반에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신임 대통령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한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의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다 충족될 수 없고 불만을 가지는 층이 생기면서 실망한 소수파들의 이탈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하게 된다.

임기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유독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이전까지 그의 지지율이 강력한 지지층에 기반해 놀라운 복원력을 보인 ‘요요지지율’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콘크리트 지지율 신화’가 임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무너지는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징후가 좋지 않다. 집권 3년차 1분기 평균 지지율을 놓고 봐도 김대중(49%), 김영삼(37%), 노무현(33%) 보다 낮고, 전임 대통령인 이명박 시기(44%)에도 훨씬 못 미친다.

왜 3년차에 접어들자마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일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재신임하면서 불통의 극치를 보여준 신년기자회견, 연말정산 파동 등 최근의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대통령 평가를 실시해온 한국리서치 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항목 중 인사부문에서는 긍정평가가 25.8%에 그쳤고, 전달과 비교해도 더 나빠졌다. 소통 항목도 긍정평가가 27.0%로 매우 낮았다. 그동안 대통령 지지를 떠받쳐온 민생안정 노력에 대한 평가도 흔들리고 있다. ‘민생을 안정시키려 노력한다’는 항목은 긍정평가가 43.7%로 전달보다 크게 하락했다.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수치가 아니라 흐름이다.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계기성 사건에 의한 국면적 현상이 아니라 기존의 불만이 누적되고 엉키면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고 해결도 어렵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와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도로 심화되었고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촉발된 정권의 정당성 위기는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다. 즉 2년 동안 발생했던 여러 위기 요인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깊이 잠복해 있다가 특정한 계기를 만나 분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지지율 하락은 매우 심각하며 향후 약간의 등락은 있겠지만 특정 정책이나 이벤트로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 지지도의 탄력성이 약화되어 사실상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꺾인 상황에 가깝다.

초심으로 돌아가 통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할 때

대통령은 리더십이 대중의 신뢰를 얻거나 추진하는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때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이라는, 여느 정치인이 가지지 못한 자산을 지녔다. 지난 2년 동안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리더십에 대한 지지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윤회 등 측근 비선 의혹 이후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에 균열이 갔다. 핵심 지지층이던 영남, 50대 이상도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인적 쇄신을 거부하는 등 불통의 극치를 보여준 신년기자회견은 원칙의 리더십이 불통리더십으로 전락했음을 대중여론 차원에서 재확인해주었다.

반면 그토록 강조하던 민생의 성과는 멀기만 하다.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지고 양극화는 극심한데, 대통령이 약속했던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 파동은 ‘증세 없는 복지’ 약속에서 복지는 사라지고 꼼수 증세만 남았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들이다. 민생 프레임마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은 3년 임기가 훨씬 험난할 가능성이 높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은 철저히 중도적·포용적 노선을 취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임기 2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정부로부터 중도나 포용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다. 과도한 종북몰이는 역설적으로 박근혜정부가 다수파의 동의를 끌어내어 헤게모니를 유지할 능력이 바닥났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토록 강조한 ‘통합’은 레토릭에 불과할 뿐 자신을 지지했던 51%의 ‘좋은 국민’과 나머지 ‘나쁜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배제의 정치’를 통해 지지율을 유지해온 것도 핵심지지층이 흔들리면서 어려워지고 있다. 늦었지만 다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지향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반대층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시작하지 않는 한 어쩌면 너무 쉽게 무너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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