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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예방? 붕괴 피해 걱정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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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수 예방? 붕괴 피해 걱정할 판

[함께 사는 길]댐‧③ 14개의 댐을 더 짓겠다고?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에 2만 개에 가까운 댐과 저수지가 있다. 이 가운데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 기준에 따라 대형 댐(높이 10~15미터, 길이 500미터, 저수용량 100만 톤 이상 등)으로 분류되는 댐은 1200여 개에 달한다. 4대강 사업의 16개 보 중에 세종보를 제외한 15개의 보가 대형댐에 속하기도 한다. 이는 개수에 있어서 세계 7위이며, 국토 면적에 대비한 댐 밀도는 단연 세계 1위이다. 더 이상 댐을 지을 곳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댐은 정말 필요한가

이렇게나 댐을 많이 지었지만 홍수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홍수 피해액은 수백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와 댐 마피아들은 댐이야말로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여전히 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댐의 효용성이 줄어들자 이제는 이상기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억지주장까지 하고 있다. 지금의 100년, 200년 빈도가 아닌 1000년 빈도, 혹은 1만 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0년, 1만 년 빈도의 대홍수를 인간의 기술로 제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특대홍수(?)가 나면 대피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댐은 홍수예방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우리나라 강은 모래가 많아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댐에 쌓이게 되는데 그에 따라 댐의 담수 능력도 떨어지고 댐의 수명도 짧아진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수명을 다한 노후 댐들이 적지 않은데 홍수 예방은커녕 오히려 붕괴로 인한 피해를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 내성천이 빚어낸 무섬마을 모래밭과 외나무다리. ⓒ댐반대국민행동

댐 개발논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물이 부족하니 댐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물 부족 논리다.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가. 그렇지 않다. 이제는 물을 많이 쓰는 산업구조에서 물을 적게 쓰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농업용수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의 물 소비 또한 줄고 있다. 이미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고 밝혔고, ‘물 부족’ 논리와 주장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시민사회와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국민들도 좀 더 수질이 양호한 물을 필요로 할 뿐이다. 물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다.

OECD나 UN에 따르면 하천 취수율이 20~40퍼센트 수준은 하천환경에 큰 위협을 주고 40퍼센트 이상에서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하천 취수율은 평균 40퍼센트를 넘고 있으며 60퍼센트를 넘는 강도 많다.

이미 우리나라의 댐과 저수지의 저수능력은 수요에 비해 초과상태다. 수많은 취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가동률은 절반밖에 안 된다. 또 누수율이 높아 노후된 상수도 시설을 교체만 해도 댐 시설 등 공급시설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물이 부족하면 물을 적게 쓰고 다시 쓰거나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댐과 저수지 등 시설공급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관속에 들어갔다 다시 나온 '댐 망령'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부터 댐 건설은 눈에 띄게 줄었다. 더 이상 짓고자 해도 댐을 지을 강과 하천도 없을뿐더러 댐에 의한 피해가 알려지고, 반발에 부딪혀 댐 건설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000년 영월 동강댐이 백지화되고, 한탄강댐은 10년 넘게 표류했다. 정부가 2002년 댐건설장기계획(2002~2011)을 통해 10개가 넘는 댐 예정지를 발표했지만 크게 논란을 빚고 거의 대부분이 무산됐다. 급기야 건설교통부(현재의 국토교통부)는 댐과 제방 축조 위주의 수자원종합계획을 바꾸기 시작했고 이에 근거해 2006년에 수립한 댐건설장기계획(2007~2011)에서는 댐 건설 예정지를 고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댐의 시대는 종말을 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8년 토건기업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권은 22조 원의 국민혈세를 들여 4대강에 16개의 댐(보)을 쌓고, 강바닥을 모조리 퍼내는 4대강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대선을 이틀 앞둔 2012년 12월 17일, 대형댐 6개와 중소형댐 8개를 포함한 '댐건설장기계획'을 확정했다. 밀실에서 사회적합의도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인 이 계획은 다음 정권에게 댐 건설 즉, 토건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환경부가 즉각 '댐건설장기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을 통해 개발 불가 혹은 댐이 아닌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전문가들도 불필요한 댐건설계획을 철회하라고 반발했지만 국토교통부는 현재 지리산댐, 영양댐, 달산댐과 중소규모 댐인 원주천댐, 봉화댐, 김천 대덕댐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함께 사는 길

필요 없는 14개 댐에 3조5000억 원 혈세만 낭비

14개의 댐을 건설하는데 3조5000억 원이라는 예산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댐 계획은 타당성이 없다. 정부는 낙동강 홍수조절을 위해 경남 함양의 지리산댐(문정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경북 영양댐은 경산공단에 공업용수 공급, 경북 영덕의 달산댐은 포항시의 공업용수, 충남 청양 지천댐은 청양‧홍성‧예산에 물 공급, 전남 구례의 피아골댐(내서천댐)은 여수와 광양의 물 공급, 강원 평창 오대천댐은 한강의 홍수예방 등이 정부가 밝힌 댐 건설의 목적이다.

그 외의 8개 중소형댐(낙동강의 봉화댐, 감천댐과 한강의 원주천댐, 만경강의 산흥댐 등 지자체가 건의한 댐. 정부지원이 90퍼센트)은 대부분 하천유지용수 공급과 재해방지를 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도를 볼 줄 알거나 기초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부의 댐 계획이 필요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리산의 댐 계획(높이 141미터, 길이 846미터, 저수용량 1억 톤, 예산 1조 원)은 계속해서 목적이 바뀌어왔다. 처음엔 식수댐으로 추진하다가 경제성이 없고 타당성을 잃자 그 목적을 홍수조절댐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정작 경남 서남권과 함양지역에서조차 지리산댐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는 부산지역에 용수공급을 해야 한다며 식수댐 추진을 들고 나왔다. 식수댐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홍수조절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말대로 홍수조절댐이라도 지리산댐은 불필요하다. 하류의 남강댐으로도 낙동강 홍수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리산 댐은 필요가 없으며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
▲ 댐 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리산 계곡. ⓒ댐반대국민행동
경북 영양의 댐 계획(높이 76미터, 길이 480미터, 저수용량 5200만 톤, 예산 3139억 원)은 지척에 유량이 풍부한 낙동강 본류와 금호강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180킬로미터 상류에서부터 경산공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이어서 말도 안 되는 모순과 문제를 안고 있다. 계획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하다.

달산의 댐 계획(높이 52미터, 길이 587미터, 저수용량 4500만 톤, 예산 3971억 원)은 옥계 유원지를 수장시키며, 포항공단의 용수공급은 과장되어 있어 타당성을 잃고 있다. 포항지역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고향이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형님댐'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국토부는 요지부동이다.

미호종개로 유명한 청양 지천의 댐 계획은 대청댐과 보령댐을 통한 대안을 먼저 마련하는 게 필요하며, 피아골의 댐 계획의 경우에도 섬진강 대안이 있으므로 불필요하다. 오대천의 댐 계획 목적은 한강의 홍수조절용인데 실제로 홍수 조절 능력은 1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

내성천에 지어지고 있는 영주댐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량과 수질을 관리하기 위한 예비용 성격이어서 목적이 불분명하다. 영주댐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영주댐으로 인해 모래가 더 이상 내성천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막혀 모래 강인 내성천을 망가트리고 있다. 내성천의 모래는 내성천뿐만 아니라 식수원이기도 한 낙동강의 수질 개선과 낙동강의 재자연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영주댐 완공은 중단돼야 한다.

'댐 마피아'와 댐 개발 조직 개혁하자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댐 계획은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문화재를 훼손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3조 원 이상의 예산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사업이다.

주춤했던 댐 건설이 다시 추진되는 데에는 이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댐을 지어서 이익을 보는 곳은 대규모 건설 회사들이다. 그리고 댐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를 위시한 각종 개발공사들, 토건사업을 벌려야만 자기 조직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수자원정책국/수자원개발과) 등 건설관료들과 개발공사들, 그리고 지역 토건업자들, 개발사업으로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인, 댐 사업과 관련해 각종 용역에 참여하는 학자들, 광고 수주로 이익을 얻는 언론 등이 그들이다. 이들 댐 마피아들은 홍수와 가뭄에 대한 국민의 상식을 적극 활용해 댐 건설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세력과 기구들을 개혁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댐 건설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토건예산이 GDP의 2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개발시대를 달리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환경측면에서는 세계 130위권, 삶의 질과 복지수준을 볼 수 있는 사회측면에서는 40위권으로 후진국이면서 말이다. 4대강 사업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이젠 토건에서 사람, 돈보다 생명이다. 온 국민이 댐 반대를 외치자! 강을 흐르게 하자고 하자.

▲ 낙동강 회룡포. 영주댐 건설 후 모래공급이 줄어들면서 회룡포 모래사장에 풀들이 자라기 시작하자 굴착기를 동원해 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함께 사는 길 이성수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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